2024년 11월 21일(목)

[오늘도 자란다] 자라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번 드라마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균형감 있게 제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선역과 악역을 나누지 않고, 캐릭터들이 처한 사정과 논리를 세심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한 것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극 중 개인적으로 유독 관심이 간 에피소드가 있다. 어린이들의 해방을 외치며 아이들을 학원 대신 동네 뒷산으로 데려가 함께 뛰어논 ‘방구뽕’이란 인물이 납치법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방구뽕은 법정에서 말했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나중에는 늦는다고. 방영 시점에 ‘초등학교 5세 입학’이 이슈가 되면서 해당 방송은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이슈를 탄 이 에피소드에서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의 엄마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극 중에서 그는 “대한민국 어린이의 적(敵)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이며, 그들은 행복한 어린이, 건강한 어린이를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이 성적과 좋은 대학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그려졌다.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를 늦게까지 학원에 보내는 부모는 아이의 행복보다 성적을 바라는 존재이고,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은 불행한 아이일까. 부모마다 아이에게 길을 열어 주는 방식이 다른 건 아닐까. 아이가 어려운 과업을 끈기 있게 해내면서 보다 빠른 성취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부모나, 아이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하나씩 이뤄가며 성장하길 원하는 부모나 각자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다르고, 모든 가정의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교육과 육아에서 조건 없는 정답은 없다.

최근 중학생 아들의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아서 보강해야 하니 아이가 그 수업에 올 수 있게 챙겨 달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선생님에게 학원에 가야 하는 시간과 이유를 아이에게 직접 전화로 전달해주시길 부탁했다. 어차피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할 시간에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선생님은 “부모님이 일하셔서 케어가 안 되시니까, 아이에게 직접 연락할게요”라고 말했다. 나는 선생님께 “케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2학년이면 본인의 할 일을 직접 챙기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숙제를 하지 않거나 학원 출석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아이가 학원에 다닐 마음이 없으니, 아이에게 스스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학습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원 선생님은 당황하는 듯했지만, 어머니의 생각을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아이의 판단을 대신해주고 일과를 관리하는 부모나 아이가 의사대로 결정하게 하고 크게 관여하지 않는 부모 모두 아이에게 좋은 부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문제가 무 자르듯 간단한 문제였다면, 수많은 학자의 견해와 부모들의 경험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지 않았을 거다.

자란다에는 부모님이 수업 신청을 할 때, 원하는 수업의 강도를 체크하는 기능이 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하는 것에서부터 아이가 어려워하더라도 반드시 끝까지 학습을 마무리하는 것까지 4단계로 세분화돼 있다. 부모님마다 아이에게 원하는 강도와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부모님의 공통점이 있다.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길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방구뽕’ 에피소드의 끝까지 아빠들은 등장하지 않고 엄마들만 등장했을까. 아이들이 하루 동안 사라지는 큰일을 겪었는데도 말이다. 교육과 육아의 책임 주체가 여전히 엄마라는 고루한 시각까지 드라마에 곁들여진 듯해서 더 씁쓸한가 보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