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수)
[오늘도 자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낭만’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교육이 특정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프로세스이자 리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흐름, 리듬을 타야 모든 것이 순조롭고 좋은 성과가 나오듯 교육 역시 어떤 과정, 단계를 거쳐 배우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 리듬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화이트헤드는 교육을 3단계(낭만-정밀화-일반화)로 구분했는데, 유아기에서 초등학생 시기가 ‘낭만(Romance)의 단계’에 해당한다. 낭만의 단계는 어떤 대상에 흥미를 갖고 첫사랑에 빠지듯 강한 동기 부여가 되는 시기다. 또 이 시기 흥미를 느낀 대상에 대해서는 삶 내내 흥미가 지속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각자의 배움에 푹 빠져 즐겁게 성장하길 희망한다.

맞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방과후 아이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학원과 학습지 정도였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할 황금같이 귀한 시기에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공부에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스스로 신나서 하기보다는 끌려다니듯 억지로 공부하는 모습, 책상 앞에 앉아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했다.

고민 끝에 교육이라는 단어 대신 ‘배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교육을 받는다’라는 수동적인 동사를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시간, 즉 ‘낭만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가 리듬을 타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발자전거를 타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여러 번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싫어하게 되지 않도록 아이가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자전거 뒤편을 살짝 잡았다가 손을 떼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스캐폴딩(Scaffolding)’을 해주는 거다. 스캐폴딩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과제를 아이가 혼자 수행하도록 하고 교사가 필요할 때에만 개입하고 도움을 줘서 점차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에 흥미를 잃은 아이에게 좋아하는 동물이 나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상으로 대화 소재를 만들어주고, 독후 활동을 지루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재미난 촉감의 사포에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함께 그려주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으로 일컬어지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아이의 속도와 성향에 맞는 제안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아이가 잘못됐으니 이렇게 바꿔야 한다거나, 다른 아이들은 이미 이런저런 것을 다 끝냈다는 걱정 어린 조언뿐이었다.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획일화된 교육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직접 내 손으로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고, 그때 한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아이의 옆에서 ‘스캐폴딩’을 해주는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학원이 싫고 공부가 재미없다던 첫째 아이는 선생님을 만난 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할당량을 정해 놓고 문제를 푸는 방식에서 벗어나 멘토 선생님과 토론을 하고 질문을 하면서 제법 진지하게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간혹 수업이 연기되면 대놓고 섭섭함을 표출한다. 좋아하는 주제를 만나 몰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자란다’의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최근 들어 자란다의 ‘부모님의 요청 사항’ 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라는 문구다. 우리 사회는 이미 변하고 있고,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대한민국 교육도 바뀔 것이라 믿는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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