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일(금)
[월간 성수동] 14 센트면 충분한가요?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지난해 말 글로벌 벤처 투자업계에 대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던 중 수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달러가 투자될 때마다 14센트가 기후테크 영역에 투자된다는 것이다. 투자금의 14%가 기후 부문에 투입된다는 의미는 뭘까?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 해소에 충분한 비율일까? 아니, 더 나아가 정말로 자본이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까? 질문이 머리속에서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친환경 테마를 중심으로 한 ESG·그린뉴딜 펀드, ETF는 이제 벤처 영역뿐만 아니라 전체 자산 시장 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하고, 녹색채권의 기준뿐만 아니라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환경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풍벤처스 역시 100여 개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20% 이상을 폐기물 수거, 재생에너지, 대체 단백질, 미생물, 수목 관리 등 기후 영역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농식품, 재생에너지, 그리고 순환경제 영역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대량 소비 사회에서 폐기물 이슈는 생산과 재순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플라스틱의 역습은 인류의 건강 문제를 위협하고 있다. 탄소가 가장 많이 절감될 영역으로 에너지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인류·산업의 근간이 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식탁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또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다. 조금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기후위기의 해결이 우리 식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먹거리의 생산과 운송, 보관, 가공, 폐기에 이르는 농식품 밸류체인의 혁신은 탄소 문제는 물론이고 각종 환경오염 이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후 테크는 사실 리스크가 매우 높다. 기술 개발에 오랜 시일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설령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많은 경우 정부 등 공공 영역이 구매자여서 까다로운 시장 진입 전략이 요구된다. 게다가 기후 문제는 환경 관련 규제나 정책 등 제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국의 규제도 조금씩 다르고 또 바뀌기 때문에 이 부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기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리턴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다. 인류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이자 동시에 기후 문제의 직접적 피해자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 비해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산업적으로도 기후 이슈는 에너지, 모빌리티, 건축, 농식품 등 그야말로 모든 산업과 연결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촉발할 산업 구조의 재편 및 재앙적 수준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 기후와 관련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또 촉진, 확산시키는 것은 투자사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이자 시장이다.

벤처 투자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에 대한 이야기다. 큰 위기는 큰 기회를 수반한다. 이를 임팩트 투자에 맞게 바꿔 이야기하자면 ‘하이임팩트-하이리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후 테크는 그 혁신성과 효과성이 검증되면, 인류 전체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큰 임팩트는 자연스레 큰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창업자와 그 동료들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구이자 장치로서 스타트업 역시 인류가 마주한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그 혁신성을 집중할 시기가 왔다.

최근 소풍벤처스는 약 100억원 규모의 기후 솔루션 펀드를 론칭했다. 이 펀드는 100% 민간 출자자로 구성된 기후 펀드로 국내 두 번째, Seed 및 Pre-A단계에 집중하는 기후 펀드로는 최초다. 그뿐 아니라 자체적인 기후 프로그램도 론칭한다. 임팩트 클라이밋이라 이름 붙인 소풍의 기후 프로그램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예비-초기 기후 창업팀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사업적 전문성을 가진 예비 창업자를 찾고 지원하는 펠로우십, 그리고 기후 창업팀의 성장과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정책, 법률, 컨설팅 등 지원 그룹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기후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초기 단계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 및 창업자를 대상으로 기후 펀드에서 직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기후위기를 해소할 임팩트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투자는 단순히 제로 리턴의 문제를 넘어서서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큰 임팩트가 기대되는 기후 솔루션이라면 더욱 과감히 투자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단 1센트일지라도 기후와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혁신 창업가들과 모험 자본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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