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1인 가구 시대, ‘돌봄도시’가 주목받는다

서울시의회·유엔여성기구 ‘돌봄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제’ 토론회
“돌봄은 가족 아닌 사회의 책임”…돌봄경제·성평등 담은 도시 모델 제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저출생, 급속한 도시화, 기후위기 등 복합적인 사회 변화가 이어지면서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도시 차원의 공공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돌봄도시(Caring Cities)’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저출생 등 사회 변화 속에서 돌봄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 인프라로 바라보는 ‘돌봄도시(Caring Cities)’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마르마라 지방정부연합(Marmara Municipalities Union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돌봄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제: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제기구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돌봄도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서울시의회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 시티넷(CITYNET·아시아태평양 지방정부 네트워크), 김대중재단이 공동 주최했으며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주관한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지속가능발전포럼(APFSD)에서 논의된 돌봄도시 의제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센터와 시티넷은 올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시의 성평등과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돌봄도시는 돌봄을 특정 복지서비스가 아닌 도시 운영의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교통과 주거, 공공공간, 보건·복지 서비스 등 도시 전반에 돌봄 관점을 반영하고, 아동·노인·장애인 등 특정 계층을 넘어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후 재난 대응 계획에 돌봄 체계를 연계하거나, 지역사회가 돌봄 서비스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돌봄도시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돌봄 서비스 공급이 부족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돌봄 사막(Care Desert)’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느는 반면 지역별 인프라 격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돌봄도시는 돌봄 서비스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돌봄도시 논의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돌봄 부담의 성별 격차가 있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무급 돌봄노동에 4.1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49%지만 남성은 96%다. 돌봄노동자의 비공식 고용 비율도 여성(63%)이 남성(52%)보다 높다. 205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60세 이상 인구는 13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유엔여성기구는 돌봄을 공공재이자 경제·사회 발전의 기반으로 보는 ‘돌봄경제(Care Economy)’ 접근을 강조한다. 돌봄에 대한 공공 투자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돌봄도시(Caring Cities)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돌봄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시티넷

토론회에서 황윤정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센터장은 “돌봄 체계의 전환은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으며 공정한 도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며 “돌봄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도시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투자하면 여성의 경제적 역량이 강화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도 탄탄해진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여성기구, 시티넷, 서울연구원 관계자들은 국제사회의 정책 동향과 서울시 사례를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돌봄도시 실현을 위해 ▲돌봄 거버넌스 강화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돌봄 인프라 투자 ▲데이터 체계 개선 ▲돌봄 책임의 공평한 분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돌봄 모델과 성인지적 도시계획, 데이터 기반 서비스 제공 등 지방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 방향도 논의됐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촘촘한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생애주기별 돌봄 수요에 대응하며, 누구나 차별 없이 돌봄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추진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앞으로도 더욱 세심한 정책 설계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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