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금)
“100억 기후 펀드로 초기 스타트업 키운다”

[인터뷰]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후 테크(Climate Tech·기후변화 대응 기술) 분야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첫 민간 펀드가 탄생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지난 8일 펀드 결성 총회를 열고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을 출범했다. 펀드 규모는 약 100억원. 벤처 2세대라고 하는 김강석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박수정 줌인터넷 창업자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펀드 결성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기후 테크 펀드는 이번이 최초”라며 “농식품, 신재생에너지, 순환경제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100억원대 기후 펀드를 통해 기후 테크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7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100억원대 기후 펀드를 통해 기후 테크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왜 초기 스타트업인가?

“벤처 투자금이 늘면서 투자 여력은 생겼는데, 상대적으로 투자받을 팀이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상황도 비슷하다. 여러 리포트에서 발견되는 지적이 기후 테크 시장의 재원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 세계 벤처캐피털(VC) 투자금 중 14% 정도가 기후 테크에 투입된다.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전기차, 수소차, 배터리 등 모빌리티 사업에 몰린다. 설립 초기의 기술 기업을 발굴해서 혁신 케이스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스크 부담이 크지 않은가?

“초기에 이뤄지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 아무래도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 시기니까…. 정부 정책이나 제도와도 밀접하게 돌아간다. 특히 대기업과 국책 연구 기관에서도 기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만만찮다. 이처럼 리스크가 크다고 해도 사회적 임팩트가 아주 크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다. 성공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대가도 크다. 특히 기후 이슈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법을 찾아냈을 때 글로벌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넷 제로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산업 측면으로도 마찬가지인데 농식품, 친환경 에너지, 순환경제 등 크게 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후 펀드의 중점 투자 섹터다. 농식품은 다른 어느 산업과 비교해도 밸류체인이 길고 세계적인 이슈다. 농식품은 에너지로 연결된다. 농식품 생산·보관·운송 등의 모든 과정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순환경제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친환경 제품을 써도 소비하는 순간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생산된 재화를 어떻게 재순환시킬 거냐 하는 문제가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농식품 투자에 집중해왔는데….

“기후 관점의 투자는 하루아침에 시작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풍벤처스는 3년 전부터 농식품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식탁이 바뀌지 않고서는 기후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농식품이 생산부터 식탁에 이르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설루션도 발굴해왔다. 대체육을 비롯해 곤충 스마트팜, 가상 발전소, 에너지 저장 장치(ESS), 음식 폐기물 등에 이르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증명한다. 이런 점을 출자자들이 신뢰해줬기 때문에 기후 펀드 출범도 가능했다.”

―100% 민간 자본으로 결성한 이유는?

“투자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출자자 성격이 자금의 성격을 규정한다. 투자라는 게 결국 시장 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지점에 적절히 자원을 배분하는 일인데, 투자 기준이 많아지면 힘들다. 정부 자금은 나오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시기를 기다리기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펀드를 결성하자는 판단이다.”

―기대보다 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조치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새로운 공시 규정안을 공개했다. 앞으로 연례 보고서에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인 스코프(Scope) 1·2를 담아야 하고,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설정한 기업은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총 배출량인 스코프3도 공개해야 한다. 기후 테크 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상징적 조치다.”

―투자하려면 결국 발굴이 돼야 하는데.

“펀드 출범과 동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두 가지 더 있다. 먼저 ‘기후 테크 펠로십’이라고 해서 기후 환경 석박사 과정의 전공자와 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는 창업가를 총 50명 선발해 8개월간 창업 훈련을 하고, 사업화를 돕는다. 이미 창업한 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클라이밋 액셀러레이팅’도 진행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창업팀에 전문가 컨설팅과 VC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세 가지 트랙을 ‘임팩트 클라이밋(Impact Climate)’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펀드는 투자하기 위한 재원이고, 펠로십과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창업팀을 발굴해서 투자할 만큼 준비를 시킨다는 계획이다.”

―목표가 있다면?

“한국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7억2000만t을 줄여야 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결론도 기후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기후 펀드는 8년 만기인데, 그 안에 펀드 투자 기술이 국내 온실가스 저감량의 최대 5%까지 기여하는 게 목표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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