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에는 영화배우 고(故) 강수연씨가 떠오른다. 그녀가 자주 하던 말인데 연기와 영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뜻하는 표현이다. 돈이 좀 부족해도 해야 할 일에 대한 목적과 사명이 분명하면 주눅 들지 말라는 뜻이니 비영리 업계 사람들이 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돈과 가오는 모금에 항상 등장하는 단어다. 돈을 언급하는 것이 자존심을 건드리고 사람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금은 구걸이 아니라는 걸 애써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쪼그라드는 마음이 쉽게 펴지지 않는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모금은 쉽지 않다. 돈 없는 것은 괜찮지만 돈 달라고 하는 순간 가오도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돕는 일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선, 또 하나는 투자다. 자선은 오늘의 결핍에 집중하고, 투자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둘을 완벽하게 분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관점은 사람들의 태도를 다르게 설정한다. 즉, 누군가의 오늘이 궁핍함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는 기부가 있고, 조금만 더 도와주면 내일이 달라질 것을 기대해서 하는 기부가 있다. 이러한 기부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이 빈곤 포르노와 타당한 모금 명분으로 갈라지게 된다. 대학에서 오래 모금하고 자선단체의 일로 넘어오면서 나는 이 두 가지 관점의 명백한 경계를 보았다. 대학에 희사되는 기부들은 오늘의 궁핍함의 해결이 목적이 아니었다. 늘 더 나은 미래와 밝은 희망의 이야기를 기부자들에게 전하고자 그 명분의 타당성과 투자의 가치를 준비했었다. 그 명분의 크기가 매우 큰 것이라서 고액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