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책·큰 글씨 색인… 시각장애兒 시야 넓혀주는 도서관

하트하트재단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 함께 보고 공유하기 어려운 아이들 같은 책 읽고 소통하는 계기 마련돼 분류·검색체계 보완, 혼자 쉽게 책 찾아 “도서관이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 되길” “어, 벽이 바뀌었네! 우와, 책장도 이제 벽 쪽에 붙어 있어!” “바닥도 푹신푹신해진 것 같아요. 문도 이제 미는 걸로 바뀌었네?” 발을 더듬고, 손으로 조심스레 벽을 짚어가던 아이들이 책장 앞에 멈춰 섰다. 하얀 벽을 둘러 세워진 책장에는, 크기와 내용에 따라 줄 세워진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다. 책 한 권마다, 큰 글씨로 쓰인 색인들이 ‘이름표’처럼 붙어 있다. 손가락으로도 읽을 수 있는, 점자화된 분류표다. 다닥다닥한 책장으로 가득했던 교실 중간은 널찍한 육각형 책상이 대신했다. 여기저기 섞여 있던 책들도 자리를 나누어, 독서 확대기가 놓인 문 쪽에는 일반 책들이, 손으로 닿을 높이의 낮은 서가에는 저시력 아이들을 위한 점자 책들이 자리 잡았다. “바뀐 도서관에 와 보니, 마음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한 달에 많게는 10권까지도 책을 읽는다는 시각장애를 가진 도현(11)군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전집류 책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추리소설도 있으면 좋겠는데…. 책도 더 많아지겠죠?” 지난 14일 춘천 강원명진학교. 10년도 더 된 ‘낡은’ 도서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아이들 시각장애 아동에게 책은 ‘세상과 만나는 창구’다. 책 외에 다른 시각 자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박홍식(43) 강원 명진학교 교장은 “시각장애 아동들은 정보 접근성이 낮아, 그만큼 책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시각장애

눈 안보이면 춤출 수 없단 생각, 뒤집으니 희망이 보였다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Cover Story] 신부가 미사나 보지 사회 활동 왜 하냐고? 지역 사회의 환풍기 역할 때론 성당 짓기보다 더 중요

Cover Story 20년간 환경·교육공동체 운동한 정홍규 신부 환경·생태 운동이란 말만 들어도‘빨갱이’란 말을 듣던 1990년. 정홍규(60) 신부는 성당 밖으로 나왔다. 지구의 날(4월 22일), 천주교 월배교회 신자 500여명과 환경을 살리겠다며‘푸른 평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평화 운동’이라 하자니 너무 종교적이었고, 녹색보단‘푸른’지구가 좋았다.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은 독특했다. 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이터졌을땐,‘ 폐식용유로만든비누’를 히트시켰다. 합성세제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돈 내고 가져가시라”그랬다. 미용실에서도 비누로 머리를 감길 정도였다. 지금은 수제 비누 만들기가 일상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지만, 그땐 신기한 풍경이었다. “신부가 성당 미사나 지낼 것이지, 사회문제에 관심은 왜?”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신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정 신부는“종교란 성당을 더 짓기보단 지역사회의 ‘환풍기’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몫이‘소통’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했다. 환경 다음 단계는‘먹거리’였다.‘ 우리밀 살리기’‘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외쳤다. 20년 전 얘기다. 환경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수입밀·제초제 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다. 정 신부는 93년 대구시 달서구 상인성당 옆에 10평짜리 작은 매장을 열었다. 신자들 중심으로 100명이 알음알음 조합원 역할을 했다. 출자금 개념도 없었다. 우유팩 모아서 재생 휴지도 만들고, 기금을 내면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를 주는 등 물물교환 수준이었다. 성당 마당이 직거래 장터가 됐다. 배추도, 쌀도, 감자도 팔았다. 아이들 먹거리에 관심이 있던 주부 신자들이 주축이었다. 핵심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 사람이 살린다는 것. 로컬푸드(local food) 거래를 원칙으로, 대구·경북 지역 생산자를 대상으로

성수역 주변 빼곤 한산… 구두 가게 찾기 힘든 ‘수제화 거리’

지역 재생 롤모델 성수동 수제화 거리 르포 서울시가 지원하는 성동구 수제화 매장 값싼 임대료에 10만원 후반에 구두 판매시작 6개월 만에 월 1억2000만원 매출제작업체 300곳 중 3%만 매장 입점 저렴한 가격 강조해 상품 차별화 어렵고’수제화 장인’ 지원 미흡하다는 지적도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수동 수제화 타운을 이탈리아의 ‘볼로냐’로 키우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구두테마역’으로 조성하고, 성수역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구두 공동판매 매장 ‘프롬SS’를 오픈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驛舍) 내 2층 1·4번 출구방향 공간과 3층 지하철 승강장 공간 일부에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가치를 확산·홍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고 했다. 과연 ‘성수동 수제화 타운’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후, 구두테마역인 성수역(서울 지하철 2호선)을 찾아가봤다. “딱딱딱딱.” 구두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소리를 기대했건만, ‘슈스팟(ShoeSpot) 성수’로 성수역을 홍보하는 대형 아크릴 패널만 요란했다. 패널을 가득 채운 ‘성수 구두지도’는 성수역 반경 1㎞ 이내의 구두 전문점을 업종별로(완제품 여성화·완제품 남성화·원부자재 유통 등) 표시해놨다. 하지만 수제화 매장은 성수역 1번 출구 앞, 서울시가 만든 ‘프롬SS’ 공동 매장과 맞은편 서울성동제화협회가 만든 ‘SSST’ 매장이 거의 전부였다. 이곳을 떠나자 더 이상 ‘수제화 거리’를 찾기는 힘들었다. 지도와는 달리, 수제화 가게들은 성수역 출구 앞에 서넛씩 모여 있었다. 친구들과 성수동을 방문한 최민근(28·서울시 강남구)씨는 “지하철 역사 안을 제외하고는 성수역 부근이 ‘수제화 거리’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구두 판매를 하다 12년 전 성수동으로 들어와

장터서 호기롭게 다코야키 파는 이 청년들, 예전엔 ‘은둔형 외톨이’였다는데…

日 K2인터내셔널그룹 해외 연수 프로그램 사회 부적응자 뽑아 ‘자립의 기술’ 가르쳐 “다코야키 먹고 가세요. 한 세트에 3000원이에요!” 지난 1일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더운 여름날, 공덕동 ‘늘장’에서는 뜨거운 불판위에 다코야키(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문어를 넣고 구운 일본과자)를 파는 일본 청년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까만 천막에 ‘일본 사람이 팔아요’라는 하얀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일본의 ‘K2인터내셔널그룹’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인이다. 198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K2인터내셔널’은 20년 넘게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니트족(일도 공부도 할 의지가 없는 젊은이) 등 학교·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에서 연수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교육생 4명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공덕동 늘장, 홍대 앞, 합정동 숙소 앞에서 ‘다코야키’를 판다. 일종의 자립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일본의 한 요트회사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1988년 일본 요트회사 ‘테크노랜드’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터내셔널 콜롬버스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학교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모여서 요트를 타고 한 달 정도 바다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가나모리 가쓰오(Kanamori Katsuo)씨는 회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프로젝트를 포기하자, 회사를 나와 비영리단체인 ‘인터내셔널 콜럼버스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들은 히키코모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활’까지 시작하게 됐다. 현재 연 상담 건수는 3000건이며, 합숙 프로그램 참가자는 평균 150명 정도다. K2인터내셔널 코리아 책임자인 고보리 모토무(Kobori motomu·31)씨는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는 청년들과 이들을 지지해주는 스태프가 함께 생활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민 장터’ 서울 곳곳에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시민장터협의회’가 출범했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년가량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장터를 열고 있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쌈지농부, 방물단, 마을공동체 ‘품애’ 등 15곳의 민간단체가 모인 것이다. 이들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 활성화’와 ‘대안문화 제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을 열면서, 지역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다. 민간단체들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사회적기업끼리 파트너를 맺으면서 장터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민장터협의회 공동대표인 천재박(35) 쌈지농부 실장은 “작년부턴 지역 곳곳에서 장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장터 운영에 관한 법령도 마련되지 않아 장소 문제·지자체와의 관계 등 행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 ‘시민장터’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등(46)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는 “한때 ‘아나바다 알뜰장터’ 시장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만 공감대가 확산되지 못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면서 “장터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색다른 장터의 중심에 뛰어든 이들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빠진 청년이 대다수다. 21세기판 도심 명물 장터 현장을 찾아, 그 의미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계단서 펼쳐지는 이색장터 ‘이태원 계단장’ “차 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이태원 우사단 마을의 이색장터 ‘계단장’ 오픈 30분 전, 스태프들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장터 개장을 준비하는 차들이 오고 가는 사이, 이미 줄은 10m가량 늘어서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서울의 유일한 이슬람 사원 뒤쪽 60여개 계단은 ‘장터’가 된다. 이름하여 ‘계단장(場)’이다. 계단의 폭은 성인 10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 가운데에

美 버거킹, 협동조합으로 ‘甲乙갈등’ 풀다

美 대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운영 사례 협동조합이 체인점 열거나 식자재 구입 비용 줄고 매출 올라 가맹점 수 늘자 본사도 로열티 수입 증가해 모두 윈윈 韓, 로열티보다 재료 공급 마진서 수익 저작권 인식 개선되면 적용 가능할 수도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갑(甲) 횡포’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고시는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하위 규정으로 ▲제품 물량 강제 구매(일명 ‘밀어내기’) ▲판매 목표 미달성 시 계약 중도 해지 ▲제품 공급 중단의 불이익 등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관련 사업자가 해당 고시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2% 이내의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와 2년 이하의 징역,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CU 편의점주 3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외에 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수십 년 전 우리와 똑같은 ‘갑을(甲乙)’ 논란을 겪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버거킹 등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문제 해결에는 공교롭게도 ‘협동조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편집자 주 20년 전, 미스터도넛은 던킨도너츠 모(母)회사인 엘라이드 라이온스(Allied Lyons)에 인수되면서 550개 북미 점포가 ‘던킨도너츠’로 상호를 바꿔야 했다. 그 과정에서 70%에 달하는 375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에 당시 미스터도넛 운영본부장이던 제임스 모턴(James Morton)은 45명의 사람과 함께 ‘도넛 커넥션(Donut Connection)’이라는 협동조합 체인점을 시작했고, 이는 미 전역 185개 매장으로 확대됐다(2012년 말 기준).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체인도 비슷하다.

사회적기업 1000개 시대… 大學도 사회적경제에 눈 뜨나

사회적기업 관련 학과 개설 현황 사회혁신가 양성소인 아쇼카(Ashoka)에서는 ‘사회혁신 교육’을 주도하는 대학에 ‘체인지메이커 캠퍼스(Changemaker Campus)’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브라운대, 듀크대, 코넬대 등 미국 24개 대학이 선정됐다. 1993년부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진은 800개 이상 사회적기업 사례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혁신 비즈니스(Business for Social Impact)’ 코스까지 개발했다. 한국의 대학교는 어떨까. 사회적기업 1000개·협동조합 3500개 시대를 맞이해, 한국의 사회적경제 관련 학과·전공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2013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SK그룹과 함께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신설했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 관련 정규 학제다. (예비) 사회적기업가가 대상이며, 선발된 이에겐 2년 동안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기업·정부·비영리 단체의 스폰서십을 받아 MBA과정 이후 사회적기업 업무를 맡는 사람도 지원할 수 있다). 경영 전공 필수 교과목(조직 리더십·전략 경영·마케팅 등)과 사회적기업 관련 필수 교과목(사회적기업가 역량 개발·소셜 이슈 분석 및 기회 탐색 등) 등 27개 교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4학기 동안 54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여름 학기(겨울 학기)에는 해외 사회적기업 현장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8월 5일부터 20일까지 약 2주간 니카라과에서 솔콤(Solcom·지역사회 개발 사회적기업), APAN(청소년 교육 사회적기업) 등 현지 사회적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했다. 배종태 카이스트경영대 책임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요구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가’가 부상하는 트렌드에 주목해 창업 지향적 전문 커리큘럼을 개발했다”고 했다. 현재 40명이 재학 중이며, 친환경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2학년)·공정미술기획사 에이컴퍼니 정지영 대표(2학년)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기업가다. 카이스트를 제외하면 국내 일반 대학에서 사회적기업 정규 과정은 별로 없다.

사회 구석에 관심 돌리니 길이 열렸다

청년, 사회적기업에 뛰어들다 국제 구호서 소외된 남미의 빈곤에 관심 이면지 재활용 노트 선물·수공예품 판매 예술가와 대중을 서로 잇는 다리 역할 페스티벌·소액 예술품 마켓 개최 비빔밥 홍보 위해 세계 돌며 시식행사 장차 서구 식습관 문제 해결이 목표 “청년들아, ‘재미없게’ 돈 벌지 말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재밌는 일’에 나서라.” 사회적기업가의 대부(大父)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일침이다(무하마드 유누스는 그라민 은행을 세워,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펼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이렇게 ‘재밌게 돈 버는’ 일에 뛰어든 청년 사회적기업가 3인방을 만났다. 이들은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기업 MBA 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 “수공예품 판매로 남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 ―’어도네이션’ 고귀현 대표 고귀현(28)씨는 2012년 초, 남미로 홀연 배낭여행을 떠났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법학’을 전공하며 진로 고민은 커져갔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이별한 직후였다. “인생의 답을 얻겠다”며 떠난 여행지에서 고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엄마가 만든 수공예 제품을 팔기도 했다. 고씨는 “여행자로서 관광지를 즐겼지만, 그 땅의 주인인 현지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죄의식이 느껴졌다”고 했다. 3개월의 힐링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연히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적기업가(시지온 김미균 대표,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프리메드 강지원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사회를 바꾸는 전혀 다른 방식을 알게 됐다. 게다가 발표자들은 고씨와 거의 동갑내기였다. 도전이 됐다. 이틀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소셜벤처 대회가 단기

하버드대 나와 탈북 청소년 가르치는 이유요? “배웠으니 남 주는 거죠”

교육봉사단 ‘티치포올 코리아’ 최은희씨 어린 시절 피난처였던 학교… 하버드 졸업 후 ‘교육’ 돌려줘야겠다 생각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곳이 결국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이죠” “난 모든 것을 할 순 없지만, ‘어떤 것’은 할 수 있다(I can’t do everything, but I can do something).” 패기만 넘치는 청년의 말이 아니었다. 하버드대 우등 졸업생이자, 게이츠 밀레니엄 100만달러(약 10억원) 장학금의 주인공인 최은희(24·Joy Choi)씨가 선택한 ‘어떤 것’은 한국의 교육문제였다.(게이츠 밀레니엄은 1999년부터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시아·히스패닉계 등 미국 소수민족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미국의 피치트리 리지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최씨는 100여개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고, 세계과학경시대회 미국 대표로도 출전했던 수재(秀才)다. 1년 전, 그녀는 ‘개천에서 용이 비상하는 것’을 꿈꾸며 서울에 왔다. 현재 한국의 교육봉사단 ‘티치포올 코리아(Teach For All KOREA)’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팀장인 최씨는 일주일에 3번,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아이 7명을 가르친다. ◇하버드대 우등 졸업생, 탈북 청소년 영어 선생님이 된 이유는? 압구정역-충무로역-명동역. 이제 서울 생활 1년 차인 최씨에겐 출근길 다음으로 익숙한 동선이다. 적어도 300번 이상은 왕복했다. 지난 19일 오후에도, 최씨는 여명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느라 하얀색 단화를 신은 최씨는 “하이힐은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고개를 넘은 지 10여 분, 목적지에 다다른 그녀는 숨을 한두 번 크게 쉴 뿐 거뜬했다. “Hi, everyone(안녕, 여러분).” 순백의 재킷을 차려입은 최씨가 등장하자, 한 여자아이가 자연스럽게 입을 뗐다. “You

겉만 예쁘다? 세상을 위한 가치까지 디자인

공익디자인 프로젝트 버려진 원단으로 만든 선인장 모양 방향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으로 만든 압화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서 100% 모금 성공 세계 3대 디자인 학교인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이민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영화 만들기’, ‘땅에 묻어도 퇴비로 쓸 수 있는 식용 컵 제작’ 등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파슨스스쿨 킥스타터 별도 페이지(www.kickstarter.com/pages/parsons)에는 30여개 프로젝트가 제시돼 있다. 현재 모금 중인 1개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펀딩에 성공했다. 반응이 뜨겁다는 뜻. 전문가들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디자인적 사고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tumblbug.com) 염재승 대표, 오마이컴퍼니(www.ohmycompany.com) 성진경 대표, 와디즈(www.wadiz.kr) 신혜성 대표가 추천한 ‘공익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모두 100% 이상 펀딩에 성공했다. ◇텀블벅 염재승 대표 추천, ‘라이프플러스’의 ‘착한선인장’ 프로젝트 지난달 30일, 봉제공장 및 공방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들(펠트·양모·방모 등)로 만든 선인장 모양의 ‘아로마 디퓨저(천연방향제)’ 모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명 ‘착한선인장’ 프로젝트다(tumblbug.com/ko/lifeplus). 후원자는 금액별로 아로마 디퓨저를 받을 수 있고, 판매 수익금은 전액 환경단체에 기부된다. 이 프로젝트는 총 122명의 후원자가 참여하면서, 목표 금액 500만원을 넘겼다. 이를 이끈 주인공은 동서대 산업디자인 4학년생인 김태진(27)·김수인(24)씨가 지난해 만든 ‘라이프플러스’라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김태진씨는 “학교에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부산의 봉제업체들을 들렀는데, 사이즈가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양의 원단이 버려지고 있었다”고 했다. 전국 봉제공장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 양은 대략 250톤. 태진씨는

사회적경제 기업 판로 지원해 자생력 키워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 인터뷰 국회에 불어닥친 ‘사회적경제’ 바람이 거세다. 지난 1일, 새누리당은 당내에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꾸린 지 100일 만에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말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사회적경제 기업 판로지원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2월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를 출범했다.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신계륜(사진·4선) 의원은 3월 말, 6박7일의 일정으로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선진국을 다녀왔다. 지난달 28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났다.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 공약으로 여야가 경쟁적으로 법안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 법안’에는 지방 상공회의소에서 사회적기업·협동조합에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다른 협동조합과의 ‘연대’, 협동조합 간의 인수·합병 등에 대한 규정도 마련했더라. 상위 직종 5명의 월급이 최하위 직급의 7배를 넘어서는 안 되는 등 도덕적 기준까지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법안 마련을 위해,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사회적경제 기업 판로지원법’도 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입법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3년 5월, 국회에서 ‘사회적경제포럼’을 발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20여명의 의원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지자체 조례 등 기존 법안들이 있는 상황에서, 현장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판로 지원’이더라. ‘판로지원법’에는 공동매장을 개설하고, 공공구매 우선권을 주는 등 사회적경제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판로지원법이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도 관련 법과의 관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