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한국 기업이 성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을까?

미용학원에 다니던 트랜스젠더 여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성전환 수술을 한 그녀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여자 화장실을 이용했다. 남성 같은 외양이 남아있는 그녀를 불편해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민원이 제기되었고 미용학원은 다른 층 또는 남자 화장실을 쓸 것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후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규진씨는 레즈비언이다. 국제학교를 나와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동성결혼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는 인사팀에 청첩장을 보냈다. 한국에서 동성혼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여 결혼휴가를 주고 경조금을 지급했다. 성소수자 문제는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진보적 정치인들도 이 문제만큼은 보수적으로 발언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성소수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4년 발표한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에 의하면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41.7%가 직장에서 따돌림, 협박, 조롱, 성희롱을 경험했다. 남자 또는 여자답지 못하다고 지적받거나 조롱당하는 것을 넘어서 ‘동성애자는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랜스젠더의 62%가 직장 내에서 따돌림, 비난, 조롱, 성희롱을 경험했다. 동성애자 등의 14.1%, 트랜스젠더의 24.1%가 해고나 권고사직을 경험했다. 성소수자와 함께 일하기를 꺼린다는 등의 이유였다. 한국의 구직시장과 직장은 성소수자들에게 성적 지향(어떤 성에 끌리는지)과 정체성(어떤 성이라 자각하는지)을 철저히 숨기도록 강요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어떨까?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93%가 차별금지 정책에 ‘성적 지향’을 포함하고, 85%는 ‘성 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  50%는 동성애 커플에 대하여 동거인 혜택을 제공하고, 62%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본 기업만 해도 이 문제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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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 직원은 자원인가? 자본인가?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기업은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소모품으로 여기는 곳이 많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테크기업들은 최근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트위터는 무려 50%나 해고했다. IT산업의 위기에 따른 대처방식이라지만, 성과·능력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 파리목숨만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트위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인에게 트위터 취업을 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 ‘해고 과정에서 회사가 직원의 품위를 지켜주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인사업무를 HR(human resources)이라고 한다. 인적 자원이다. 자본주의는 본래 자본 중심, 주주 중심의 기업을 전제한다. 자본은 노동을 고용하여 생산시설과 자원을 투입한 뒤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노동은 하나의 자원이다. 그런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하면서 노사관계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직원이 단순한 피용자가 아니라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성명에서도 ‘직원들에게 투자함(공정한 보상과 중요한 혜택 제공, 다양성과 포용성, 존엄과 존중을 촉진)’이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함’보다 훨씬 앞서서 강조되고 있다. 직원에게 투자하는 것(인적 자본), 공정한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근로조건), 직원을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인권경영), 다양하고 평등하며 포용적인 직장을 만드는 것(DE&I), 직원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는 것(경영관여) 등이 중요한 문제로 되고 있다.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근로자를 인적 자본으로 보는 것이다. 물적 자본(capital) 못지않게 인적 자본(labor)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1950년대 말 미국의 노동경제학자들이 쓰기 시작했는데 ESG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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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 인권을 소홀히 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녀는 새벽 6시쯤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했다. SPC그룹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빵 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스물셋에 세상을 떠났다. 배합기에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졌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2주마다 주간과 야간을 바꾸어 12시간씩 일했다. 회사는 사건 다음 날 사고 난 기계에 흰 천을 덮어놓고 작업을 하게 했다. 장례식장 빈소에는 크림빵 두 상자를 보냈다. 그녀는 시간당 14센트를 받았다. 나이키 인도네시아 하청공장에서 일했다. 1992년 미국 잡지에 그녀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150달러짜리 신발을 만드는 그녀는 맨발로 미국 시급의 50분의 1을 받고 일했다. 나이키는 항변했다. 신발생산을 위탁한 별개의 회사라고, 그래서 근로조건에 관여할 수 없다고. 게다가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을 상회하고 다른 곳보다는 조건이 좋다고도 했다. 원가를 절감해 최대이윤을 얻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면 나이키의 항변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열두살이었다. 1996년 미국 ‘라이프’지에는 그가 나이키 축구공에 바느질하는 사진이 실렸다. 그는 시급 6센트, 일당 60센트를 받았다. 나이키가 아동노동에 연루되었다는 거센 비난이 일어났다. 나이키는 여전히 억울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하여 생산하는 OEM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다음 날 나이키의 주가는 13% 하락했고,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노동착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듬해인 1997년, 나이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나이키 CEO는 1998년 5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나이키 제품은 노예 임금, 초과근로 강제, 자의적 학대와 동의어가 되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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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 ESG가 성차별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성 격차 지수 156개국 중 102위(세계경제포럼, 2021년). 유리천장 지수 OECD 회원국 중 10년 연속 꼴찌(영국 이코노미스트, 2022년). 여성 이사 비율 72개국 중 69위(딜로이트 글로벌, 2022년). 한국의 성평등 성적표다. 우리나라는 1987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법도 2008년 제정됐다. 올해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적지 않음에도 기업의 성차별은 왜 시정되지 않을까? 물론 실효성이 낮은 법과 제도도 문제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과 공급망, 투자자의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ESG가 한국 기업의 성차별을 해소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일본 공적연금(GPIF)은 2017년부터 ‘여성 지수(Empowering Women Index)’를 도입했다. 신규 채용 비율, 근속연수, 관리자 비율 등에서 성 다양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 블랙록, SSGA 등 글로벌 투자회사들도 ‘젠더 관점 투자(Gender Lens Investing)’를 한다. 투자자들은 투자한 기업에 여성 다양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여성 이사가 부족한 기업의 남성 이사 선임에 반대투표를 던지기도 한다.  여성 이사를 한 명 선임하는 것은 쉽지만, 여성 관리자 비율을 높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여성 지수를 만들어 투자하는 것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몇 년 전 국민연금도 젠더 관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거래소가 여성 지수를 개발하고 있고, 젠더 관점 투자를 시도하는 회사가 생겨나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는 2018년부터 젠더 관점 투자를 하고 있고,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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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 한국 기업에는 왜 우영우가 없을까?

한국 로펌에 우영우 변호사는 없다. 자폐성 장애뿐 아니라 다른 장애를 가진 변호사도 찾기 어렵다. 로스쿨 도입 이후 장애인 법률가는 대폭 늘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35명의 장애인이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런데 대형 로펌에서 장애인 변호사를 채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기업 일반으로 보면 어떠한가? 2020년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48%다. 1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법률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9039개 기업이 고용부담금을 냈다. 그 액수는 7893억원에 달한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회사’를 만들어 장애인을 ‘따로’ 고용한다. 법률이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 또한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의는 있지만, ESG의 흐름이나 국제사회의 장애인 포용(Disability Inclusion)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용된 장애인들은 주로 청소나 세탁 같은 단순 업무를 한다. ESG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E&I)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DE&I는 기업이 다양한 구성원을 가지고 이들을 차별 없이 포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안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 GRI 등 국제적 공시기준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을 항목에 포함하고 있는데, 자회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영국 로얄메일의 다양성 보고에서는 장애인 비율이 13%라고 보고하고 있다. 놀라운 수치다. IBM은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회사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IBM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이유는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혁신, 사회 그리고 재능입니다. IBM은 다양한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낼 넓은 스펙트럼의 직원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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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사회] 한국 기업은 다양한가, 평등하고 포용적인가?

전체 인력 중 여성 비율 19%. 관리직은 32%, 이사진 50%. 영국 물류회사인 ‘로열 메일(Royal Mail)’의 다양성 보고를 살펴보면, 직위가 높을수록 여성 인력 비율이 높다. 흑인과 아시안 등 소수인종의 비율은 14%. 장애인 비율은 놀랍게도 13%다. 성 소수자(LGBT+) 부문 통계를 보면 트랜스젠더 1%, 레즈비언, 게이 등은 5%다. 연령대로 따지면 50세 이상이 48%나 된다. 이밖에 부양책임을 가진 사람의 통계를 내는 것도 신선하다.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이 28%, 그 밖의 부양책임을 지는 사람은 9%다. 한국 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은 ‘다양성’ 관련하여 여성과 장애인, 연령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인종 다양성이나 성 소수자 부분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라고 성 소수자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감히 드러낼 수 없다. 성 소수자 통계를 내는 것조차 차별적이라 느낄 것이다. 구글코리아 같은 외국계 기업이 성 소수자 지지모임을 만들고 퀴어 행사를 공개 지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 소수자 이슈를 접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요.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구글코리아 임원이 어느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인종 다양성은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일민족은 허구이며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순혈주의를,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을 낳는다. 글로벌 기업이 된 대기업이라면 다양한 나라의 구성원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직원 비율을 공개하는 기업은 없고, 실제 외국인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성 비율은 알려졌듯이 최하위권이다. 최근 딜로이트 글로벌이 밝힌 조사결과에서 한국의 여성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