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7일(화)
[기업과 사회] 한국 기업이 성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을까?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미용학원에 다니던 트랜스젠더 여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성전환 수술을 한 그녀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여자 화장실을 이용했다. 남성 같은 외양이 남아있는 그녀를 불편해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민원이 제기되었고 미용학원은 다른 층 또는 남자 화장실을 쓸 것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후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규진씨는 레즈비언이다. 국제학교를 나와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동성결혼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는 인사팀에 청첩장을 보냈다. 한국에서 동성혼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여 결혼휴가를 주고 경조금을 지급했다.

성소수자 문제는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진보적 정치인들도 이 문제만큼은 보수적으로 발언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성소수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4년 발표한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에 의하면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41.7%가 직장에서 따돌림, 협박, 조롱, 성희롱을 경험했다. 남자 또는 여자답지 못하다고 지적받거나 조롱당하는 것을 넘어서 ‘동성애자는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랜스젠더의 62%가 직장 내에서 따돌림, 비난, 조롱, 성희롱을 경험했다. 동성애자 등의 14.1%, 트랜스젠더의 24.1%가 해고나 권고사직을 경험했다. 성소수자와 함께 일하기를 꺼린다는 등의 이유였다. 한국의 구직시장과 직장은 성소수자들에게 성적 지향(어떤 성에 끌리는지)과 정체성(어떤 성이라 자각하는지)을 철저히 숨기도록 강요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어떨까?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93%가 차별금지 정책에 ‘성적 지향’을 포함하고, 85%는 ‘성 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  50%는 동성애 커플에 대하여 동거인 혜택을 제공하고, 62%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본 기업만 해도 이 문제에 적극적이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2017년 ‘다양성 및 포용성 보고서’를 냈다. 당시 LGBT+에 관한 기업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75.3%의 기업이 사규에 성적 지향 및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42%의 기업은 성소수자 정책을 실행하며 23%는 예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처음부터 성소수자를 포용한 것은 아니다. IBM은 대표적인 성소수자 친화 기업이지만, 오래전 트랜스젠더 여성을 해고한 일이 있었다. 1968년 IBM에서 슈퍼컴퓨터 연구개발을 하던 어느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했다. IBM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를 해고했다. 그녀는 제록스로 직장을 옮겨 초정밀 집적회로 개발에 참여했고, 미국 최고의 여성 컴퓨터 공학자가 되었다. IBM은 성소수자 직원이 늘어나면서 1990년대 이후 성소수자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성소수자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회사는 이를 정책에 반영하였다. 2006년부터는 셀프 ID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인사기록에 자신의 성적 취향 및 성 정체성을 스스로 제공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4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성소수자 친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없애는 것에 바탕을 두지만 이는 출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성소수자인 직원이 늘어나고 이들의 기여가 회사 발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통해 창의와 혁신을 이루고 이것은 수익으로 연결된다.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소비자 및 구직자에게도 매력적이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는 2022년 6월 한국 기업에 유엔이 만든 ‘기업 내 성소수자(LGBTIQ+) 포용을 위한 행동강령’을 소개하였다.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소개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외국계 기업의 사례이지만 한국에도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러쉬코리아는 2012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성 소수자를 응원한다. ‘핑크이력서’ 프로젝트라는 특별채용도 진행했다. 이 회사에서는 성 소수자가 근무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퀴어행사를 앞두고 임직원의 성 소수자 응원 메시지도 공개됐다. 성 소수자들이 숨지 말고 당당하라는 메시지였다. 한국IBM은 신입사원 채용 때 ‘성소수자’를 우대한다는 내용의 모집 공고를 냈다. SK그룹, LG그룹, 포스코 그룹 등의 인권 정책이나 행동규범에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올해 성소수자 기업평등지수에서 100점을 맞았다.

성소수자 관련 체크리스트에서는 이런 질문을 한다.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사규에 명시하고 있는가?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고충처리제도가 있는가? 다름을 존중하는 직장 내 문화가 있는가? 경영진이 성소수자 직원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가? 성소수자 이해를 돕는 사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성소수자 인권 지지 모임이 있는가? 성소수자 커플을 위한 복지제도가 있는가? 한국 기업에도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왔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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