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기업과 사회] 기업은 ‘트러블메이커’인가, ‘체인지메이커’인가?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Trouble Maker)인가? 아니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인가?

포스코는 ‘저출산 해법 롤모델 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시민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대표사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2021년 0.81까지 떨어졌다. 세계 꼴찌라고 한다. 미국의 출산율의 절반, 만성적인 저출산에 시달린다는 일본과 비교해도 약 40% 낮은 수치다.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수백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해결에 투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국가도 풀지 못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포스코가 제시하겠다고 한다.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일면 수긍이 간다. 저출산의 원인 중에는 기업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직원의 결혼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는 전 과정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난임휴가를 법률이 보장한 3일보다 길게 10일까지 보장한다.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으로 자동 전환되고, 출산휴가 후 복귀하려면 오히려 신청을 해야 한다. 육아기에는 단축근로도 가능하고 근무시간을 선택하는 선택근로도 가능하다. 육아기 재택근무는 다양한 형태로 최대 6년까지 보장된다. 사업장이 위치한 포항, 광양을 중심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노력도 기울인다. 최근에는 한국경제연구원 등과 저출산 문제에 관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취약계층의 스마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게 하자는 주장을 편다.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비영리단체나 정부에게만 돌리고 있다. 가장 많은 자원과 사람을 가지고, 모든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면 이윤이 창조되고, 이윤은 그 해결책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전혀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면서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개인적 차원에서 행해져야 하며 기업에는 그런 의무가 없다”고 했다. 기업은 그 자체로 유익하며, 이윤 추구가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며,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말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동시대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사회와 경제가 만드는 것이며, 그 사회가 유용하고 생산적인 일을 한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존립할 수 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것처럼 기업 또한 ‘사회적 존재’로서 제 역할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사회문제는 기업에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런 논쟁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뉴욕타임스에는 ‘기업이 좋은 일을 하게 하는 동기’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의 요지는 “기업이 ‘사회에 좋은 일'(Do Good)을 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는 없다. ‘이윤 추구’라는 동기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게 하는 동기보다 항상 크다.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역할은 한정적이고,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의 일”이라고 썼다. 바로 이를 반박하는 기고가 게재됐다. 반론 기고에서는 ‘이윤 창출’에 대한 욕구야말로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가장 큰 동기라고 설파했다.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이상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익과 경쟁 우위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사실을 기업들이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주주자본주의의 신봉자이던 미국의 대기업들이 기업의 목적을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라 천명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상법을 개정하여 회사가 주주의 이익과 함께 환경과 사회문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에서는 사회, 환경적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법인격인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을 법제화했다. 기업 스스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 ‘우리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사명을 정했다. SK그룹은 정관에서 이윤 창출 부분을 빼고, 사회적 가치 추구,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명시했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를 다르게 본다면 또, 사람들이 기업을 다르게 본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정말 기후위기와 양극화,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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