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하트재단과 함께하는 문화복지의 꿈
하트하트오케스트라 6년_장벽 허물고 날아오르다
오렌지색 조명이 무대 위를 감싸자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서로 밀고 당기듯 대화를 이어갔다. 클라리넷의 맑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마음을 울리는 트럼펫의 음색이 음표 하나하나를 까맣게 채워나갔다. 어리숙한 손놀림, 어색한 걸음걸이도 오케스트라 하모니와 어우러져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청중들은 이들의 연주에 흠뻑 빠져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지난 11월 8일 열린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여섯 번째 정기연주회는 많은 이들의 맘속에 긴 여운을 남겼다.
세상과의 소통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하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 여러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트하트 재단에서 공연 기획 전반을 맡고 있는 정은주씨는 지금도 아이들의 연주를 들으면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일 년에 30번 넘는 공연을 기획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많지만, 해맑게 웃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금방 다시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무장 이성희씨 역시 마찬가지다.”악기를 세팅하면서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달려와 아프지 말라며 ‘호~’ 불어줘요. 그러면 멍든 것도 아픈 것도 잊게 됩니다.” 오케스트라 신입 단원을 뽑는 오디션을 진행하고, 기존 단원을 관리하고 있는 조아라씨는 “아이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좋다”며 보람을 전했다.
아이들을 향한 이들의 진심 어린 사랑은 견고한 마음의 장벽을 여러 차례 허물었다. 첫 번째 장벽은, 아이들과의 ‘소통’ 문제였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정상적인 레슨이 가능할 리 없었다. 특정한 물건이나 시간에 집착한 아이들이 많았다. 연습 시간을 1분만 초과해도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발작을 했다. 성격, 자라온 환경, 발달장애 정도에 따라 연주 실력도 천차만별이었다. 박성호 지휘자는 매일 단원들의 음악적인 성장 속도를 노트에 기록하며 특성을 파악해갔다.그리고 각자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아냈다.”박자나 리듬감각이 떨어지지만, 틀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단원에겐 오히려 어려운 곡을 연습해오게 했습니다. 도전정신이 있는 아이들은 이럴 때 오히려 실력이 훨씬 향상되더군요.”
어머니들의 마음속 한계를 깨는 일이 두 번째 과제였다. 아이가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에 눈물을 흘리는 그들이었다. 내 욕심 때문에 아이가 혹시라도 힘들어질까 봐 작은 것에도 조심하고 겁을 내는 게 어머니들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콩쿠르에 나가서 상을 탄다거나, 대학에 입학하거나, 연주자로 성공하는 꿈도 함부로 꿀 수 없었다. 하트하트 재단 장진아 국장은 “어머니들이 욕심을 갖고, 더 큰 목표를 계획하게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 오케스트라를 만든다고 했을 때, 운명교향곡을 연주한다고 했을 때, 대학 진학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걱정을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아이가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염려하셨던 거죠. 우리 단원들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드렸습니다.”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재단의 의지가 전달되자 어머니들의 맘속에 있던 장벽이 하나 둘 깨지기 시작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능숙한 연주 실력은 지도자 선생님들의 노력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총 11명의 음악 지도자와 6명의 지도봉사자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완성해가고 있다. 상당수의 지도자들이 정해진 레슨 외에도 개인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창단 때부터 아이들을 지도해 온 고대인씨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순간도 많았다”며 지나온 6년을 회상했다. “지도자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합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들의 한계를 설정해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외부의 인식과 편견의 벽을 허무는 과정도 필요했다. 초기엔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됐다는 이유로 많은 홀대를 받았다. 아무도 반기지 않았다. 초청을 해놓고 관계자가 자리를 비우기 일쑤고, 연주회장 대관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누구도 단원들을 연주자로서 대우해주려 하질 않았다.
트럼펫 지도자 조현우씨는 다른 음악인들의 선입견을 지적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교육한다는 이야길 듣고 저희 지도자들을 무시하는 음악인들도 많습니다. 레슨비를 많이 받느냐며 선의를 왜곡하는 이들도 있고요. 그럴 땐 저희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초청합니다. 단원들의 연주를 듣고 나면 태도가 180도 달라지거든요.”
지난 6년간 외부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해 온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제2의, 제3의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세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심포니 지도자 최문선씨가 몇 가지 노하우를 전달했다. “악보를 못 읽을 경우 오선지에 음표 하나하나를 그려 멜로디를 익히게 한다든지, 음의 높낮이를 색깔로 표시해보세요. 발달장애 아이들은 타인의 음을 듣지 않으려 해요. 반복해서 연주를 들려주고 계속 연습을 시켜야 해요. 마지막 단계가 자신의 감정을 음악에 실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건 지금 제 목표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겠죠.”
[알립니다]하트하트 오케스트라신입 단원 모집합니다
국내 최초 발달 장애 청소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에서 신입 단원을 모집합니다. 오케스트라 활동과 악기 연주에 관심 있는 발달 장애 청소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랍니다.
●모집 기간: 2011년 12월 15일(수)까지
●접수 방법: 신청서 제출(http://heart-heart.org)
●오디션 일정: 2011년 12월 19일(월) 오후 5시
●문의: 02) 430-2000 (하트하트재단 국내 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