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몸은 아파도 연주를 통해 세상의 벽 허무는 그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

그의 손끝이 움직이자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음계를 타고 물결 치던 하모니가 화려하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안을 싱그러운 활기로 가득 채운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젊은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28)를 만났다.

지난 10월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젊은 활기로 가득 채운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의 모습. /크레디아 제공
지난 10월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젊은 활기로 가득 채운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의 모습. /크레디아 제공

남미 특유의 재치와 낭만이 흘러 넘쳤다. 인터뷰 내내 한 편의 시를 읊는 듯, 감성적인 언어로 답변을 이어갔다. 지난 6년간 함께한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원동력을 이야기하는 순간도 그러했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영혼과 음악의 교감에서 완성됩니다. 연주자의 영혼은 곡에 담긴 빛과 어둠을 따라가면서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죠.” 파레데스가 이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마에스트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를 사사하면서부터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음악교육 시스템)를 통해 세계 최고 지휘자로 성장한 구스타보 두다멜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저는 아이들에게 왜 음악을 하고, 왜 악기에 엄청난 열정을 쏟고, 왜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죠.” 25일 무대는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으로 꾸몄다. 화려하고 명쾌한 생상스와 비극적인 쇼스타코비치, 상반된 느낌의 두 곡의 연주로 카라카스 오케스트라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앙코르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단원들은 멜로디에 맞춰 악기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춤을 추며 연주를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은 앙코르 공연이 끝나자 베네수엘라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파랑, 빨간색 줄이 겹쳐진 점퍼를 청중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장점은 즐겁게 연주한다는 것입니다. 단원들은 연습 때도 느끼는 대로 마음껏 몸을 흔들면서 연주를 해요. 공연을 마친 뒤 베네수엘라 점퍼를 던지는 이벤트는 몇 년 전부터 카라카스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음악과 함께 우리의 일부를 이곳에 남기고 가자는 의미로 점퍼 이벤트를 이어나갔죠.”

이번 공연에서 협연한 발달장애 청소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이야기가 나오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무대 뒤에서 연주를 들었는데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의 벽과 어려움을 음악을 통해 이겨내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기다리며 지도해온 지휘자님도 존경스러웠습니다. 파레데스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와 베네수엘라의 인연이 계속되길 기대했다. “베네수엘라에 청각장애 아동으로 구성된 ‘흰 손’이란 합창단이 있습니다. 흰 장갑을 낀 채 연주에 맞춰 수화로 노래하는 아이들이에요. 예전에 ‘흰 손’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느낀 감동이 지금도 잊히질 않습니다. 나중에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흰 손’ 합창단이 노래를 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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