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목)

국내 홈쇼핑 12조 시장… TOP 4의 ‘방송 기부’ 성적표는?

채널 통해 사회적기업·중소기업 판로 지원
GS·현대·롯데·CJ 홈쇼핑社 ‘방송 기부’ 분석

정부, 5년마다 재승인 심사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들 생존 결정할 수도

CSR부서 중심으로
기업 발굴·프로그램 기획… 방송 시간대·빈도는
주 1~2회부터 고정 편성 등 기업 따라 천차만별

박상훈기자_일러스트_기업사회공헌_홈쇼핑 방송기부_2016
12조1000억원. 예상되는 올해 홈쇼핑 시장 규모다(대한상공회의소 추정치). 업체별 순위 싸움도 치열하다.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 매출액, 취급액, 영업이익 등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TV홈쇼핑’이라는 유통 채널을 이용한 사회공헌 성적표는 어떨까. 더나은미래는 국내 TOP 4 홈쇼핑 업체의 ‘방송 기부’ 현황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단순 모금 방송에서 판로 지원까지, 홈쇼핑 업체 방송 기부 변천사

국내 홈쇼핑의 역사는 약 20년 전인 1995년 한국홈쇼핑(現 GS샵)과 39쇼핑(現 CJ오쇼핑)이 개국하며 시작됐다. 2001년에는 롯데홈쇼핑의 전신인 ㈜우리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나란히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홈쇼핑 업체의 ‘방송 기부’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첫 스타트는 CJ오쇼핑이 끊었다. 2003년 ‘사랑 나눔 대바자회’와 손잡고 결식 아동 돕기 도시락 판매를 시작한 것. 도시락이 판매될 때마다 1000원씩 매칭해 월드비전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 ‘사랑을 주문하세요’라는 정규 프로그램(토요일 저녁 5시 방송)으로 편성,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GS샵은 200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희귀 난치병 아동의 사연을 전하고 ARS 모금을 하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1년까지 131명의 아이들에게 11억8000만원이 지원됐다. 현대홈쇼핑은 2009년부터 ‘행복나눔기금’ 적립을 위한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조성한 기금은 총 11억원. 롯데홈쇼핑은 2014년 9월부터 매월 하루를 ‘천사데이’로 지정해 당일 판매된 상품의 주문 건당 1004원을 매칭해 기부하는 ‘나눔릴레이’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88만4000명의 고객이 참여, 약 11억7000만원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홀트아동복지회 등 15개 단체에 전달됐다.

방송 모금을 하거나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초기 방식은 점차 판로를 지원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2007년 CJ오쇼핑이 기획한 농가 상생 프로그램 ‘1촌 1 명품’이 첫 모델이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에 수수료 없는 방송 판매 기회를 제공한 것. 신혜진 CJ오쇼핑 CSV경영팀 부장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농가를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경기도 양평 가을향기농장의 유기농 된장과 경남 함양용추쌀 20㎏ 판매를 시작으로 안면도 고춧가루, 전남 순천 낙안배 등 총 61개 농가와 협력해 방송을 진행했다. 2012년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한 ‘1사 1명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공기정화기 전문 기업인 ‘에어비타’는 1사 1명품 프로그램에 참여해 28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2008년 GS샵은 ARS모금에 그치던 ‘따뜻한 세상 만들기’ 프로그램을 판매 방송으로 변화시켰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키트’를 판매하고 수익을 모두 기부하는 형태로 진화된 것. 첫 방송에 1600개 키트가 판매된 이 상품은 GS샵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80만종이 넘는 상품 가운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0년부터는 공정무역 상품, 사회적기업 상품까지 확대해 판매 방송을 진행했다. 이승제 GS샵 홍보팀 차장은 “유통 경로를 통해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제품을 광고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더나은미래_표_기업사회공헌_홈쇼핑 방송기부 현황_2016
◇국내 TOP 4 홈쇼핑사의 방송 기부 전격 분석

사실상 홈쇼핑 업체의 사회공헌은 강제성을 가진다. 1995년 홈쇼핑이 첫 전파를 내보낸 이후 5년마다 정부의 재승인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승인은 총 9개 심사 항목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얻어야 가능한데, 공익성 관련 배점이 200점에 달한다. 이 점수가 50%가 넘지 못해도 심사에서 탈락된다. 투명성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 여부에 따라 생존이 정해질 수도 있는 것. 이 때문에 협력 업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또한 중요한 이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및 TV 홈쇼핑 판매 수수료율이 평균 30% 이상으로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2013년 1월 중소기업청과 동반성장위원회, 홈쇼핑 4개 업체(GS·현대·롯데·CJ)는 ‘중소기업 제품 홈쇼핑 판매 지원 협약’을 맺었다. 4개 홈쇼핑사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수료가 없는 무료 방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1년에 3~4번가량 참여하고 싶은 중소기업들을 모집한다. 국내 제조 중소기업이며, 홈쇼핑에 입점한 적이 없어야 한다. 이성민 중소기업유통센터 홍보팀 대리는 “서류 전형을 거쳐 한 번에 80개가량 중소기업을 선정한 후 4개 홈쇼핑사 담당자가 돌아가면서 품평회를 진행한다”고 했다. 홈쇼핑사마다 최소 연간 20곳을 지원해야 한다.

GS홈쇼핑CJ오쇼핑_사진_기업사회공헌_홈쇼핑 방송기부_2016
지난 2월 12일 사회적기업인 ‘위캔센터’ 상품 판매를 위한 전략 회의를 진행하는 GS샵 ‘드림팀’의 모습. 아랫쪽 사진은 2012년 런칭된 CJ오쇼핑의‘1사1명품’방송 모습. 중소기업 물품을 수수료 없이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 기부 프로그램이다. / 각사 제공

방송 기부 현황은 기업에 따라 차별점을 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월 1회, 30분씩 2개 업체를 선정해 방송하는 반면 현대홈쇼핑은 주1~2회 빈도로 방송을 편성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매일 오전 5시 30분에서 6시까지 30분 동안 고정적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연간 방송 시간은 635분(롯데홈쇼핑)부터 1만1321분(CJ오쇼핑)까지 최대 약 18배까지 차이가 났다. 누적 지원 업체도 60여곳부터 300여곳까지 다양한 편. 방송 기부 관련, 기업 간의 신경전도 있었다. 특히 방송 시간을 두고 “새벽이 아닌 프라임 시간대를 활용해 많이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중소기업을 짧게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30분 방송을 최소 2회 이상 가능하게끔 하고 일정 매출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녹화 방송이 아닌 라이브 방송을 편성해 중소기업 협력사가 실질적인 홈쇼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등 경쟁사를 의식한 답변도 있었다.

홈쇼핑 업체 4곳은 공통적으로 CSR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마케팅팀, 방송제작팀, MD 등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꾸려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다. 현대홈쇼핑은 우수 중소기업 발굴을 위한 별도의 TF조직을 만들었고, CJ오쇼핑의 CSV팀은 마케팅LAP팀과 협력해 중소기업을 위한 ‘마케팅 부트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마케팅 부트 캠프’에서는 마케팅, 품질 관리, 고객 만족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와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온수매트 상품을 판매하는 ‘삼원온스파’의 경우 컨설팅을 통해 리모컨을 추가하고 분리형 난방 시스템을 적용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영상 채널 ‘데이터홈쇼핑’ 을 도입했다. 데이터홈쇼핑은 TV 홈쇼핑과 달리 상품 구성, 가격 결정, 입퇴점 등 모든 권한을 판매자가 가질 수 있다. 지난해 7월 롯데홈쇼핑은 데이터 홈쇼핑 채널 입점 영상 제작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열고 총 20곳을 선정해 영상 제작을 지원해줬다. 이동수 롯데홈쇼핑 홍보·CSR팀 대리는 “방송 한번 잘된다고 기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중소기업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천천히 내실 있게 갖춰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에 홈쇼핑은 아직 시기상조?

사회적기업 관련 지원책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입장이 엇갈렸다. 대량생산과 배송, 반품 처리 등 맞춰야 할 기준이 많은 홈쇼핑은 영세한 사회적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백화점 입점보다 홈쇼핑 입점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은 사회적기업 물품을 별도로 홈쇼핑에서 판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GS샵과 현대홈쇼핑은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원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GS샵은 2010년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드림팀’을 만들었다. 경력 5년 이상의 방송 PD, 작가, 쇼핑호스트, GS샵의 사회공헌 담당자와 파트너인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주축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입점을 희망하는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컨설팅을 진행한다.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공익상품팀 간사는 “사회적기업들이 높은 매출에서도 기쁨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역량을 키우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고 전했다.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8회 방송 동안 26개 사회적기업 제품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표적인 히트 상품은 2013년 7월에 판매한 ‘제주맘 흑돼지 소시지 세트’. 이날 홈쇼핑 방송으로 1400세트를 판매해 약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생산 업체인 사회복지법인 ‘제주 평화의 마을’은 ‘HACCP’의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곳으로 약 20명의 장애인이 제품을 만든다. 이 방송을 계기로 ‘제주 평화의 마을’은 대형 백화점에 입점돼 또 다른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7월부터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이 중 3개 업체를 우선 선정해 사전 제작 영상비와 제품 제작 노하우를 전달하고, 무료 방송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위해 SK행복나래, 사회적기업중앙회와 MOU를 체결했고, 사회적기업중앙회의 추천을 받아 사내 ‘상품 선정위원회’에서 평가한 후 방송을 결정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사회적기업 ‘이든밥상’의 대표 아이템인 ‘이든밥상 치즈돈까스’를 방송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이든밥상의 연평균 매출과 맞먹는 규모였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황수연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 사임당푸드의 오메기떡 등 사회적기업이 만든 먹거리를 추가로 선보였다. 이경렬 현대홈쇼핑 상생협력팀장은 “우수한 상품력을 갖춘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이들의 판로 개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홈쇼핑은 사회적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러브앤페어’ 방송을 2011년 시작했으나 “사회적기업이 경쟁력을 기반으로 진정한 자립을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2014년 말부터 중단했다. CJ오쇼핑도 “사회적기업의 제품군은 다양성이 떨어져 사회적기업만을 위한 창구는 따로 마련하기 어렵다”며 “중소기업 제품 안에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포함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경하·오민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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