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이 나왔다.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전남 내륙과 동해안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중부지방에서도 관련 특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만 앞세우기보다 현실적인 전망과 지역별 적응 전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한반도 아열대 기후 특성의 현황과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1981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66개 지점의 평균기온과 강수량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미래 전망은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활용해 2100년까지 살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3년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30℃씩 상승했다. 특히 최근 3년인 2023년, 2024년, 2025년은 1973년 이후 연평균기온 상위 1∼3위를 기록했다. 월별로는 2∼3월, 9월, 11월의 기온 상승 추세가 다른 달보다 뚜렷했다. 기상청은 이 가운데 3월과 11월 평균기온 상승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3월·11월 기온 상승이 만든 ‘아열대 조건’
아열대 기후는 단순히 ‘여름이 더워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기상청은 이번 분석에서 기후를 온도와 강수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 ‘트레와다(Trewartha) 기후분류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준에서는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 이하이고,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은 평년 기준으로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에 그쳐 온대 기후에 해당한다. 하지만 3월이나 11월 기온이 오르면 월평균기온 10℃ 이상인 달이 8개월로 늘어나 아열대 기후 조건에 가까워진다.
기상청 분석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14개 지점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했다. 2010년대에는 광주가 추가됐고, 최근 10년에는 동해안의 울진과 강릉이 새로 포함됐다.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남해안과 제주에서 전남 내륙, 동해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주, 대구, 영덕, 속초 등도 11월 평균기온이 10℃에 가까워지며 아열대 기후 조건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전망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달랐다. 2021∼2040년에는 전남·경남 해안과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081∼210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제시됐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감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배출량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 “최악 시나리오만으론 무력감”…지역별 적응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되, 시나리오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박훈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보낸 의견에서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은 필요 이상으로 공포감이나 무력감을 유발해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꺾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최근 국제 기후 시나리오 논의에서 기존의 극단적 고배출 경로가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고배출 경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며, 기후시스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심각한 온난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심각하다”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과장하지 않아도 긴급한 대응의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도 고탄소 시나리오를 다룰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나치게 급격한 전망은 대중에게 경각심을 주기보다 “시민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기후가 달라지는 만큼 계절을 나누는 방식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3개월씩 봄·여름·가을·겨울을 나누는 방식이 앞으로도 계절 특성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진다면 실제 기상 현상을 더 잘 반영하는 새로운 계절 구분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이자 부경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가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고 적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후변화는 곧 기후위기가 된다”며 생활과 산업 전 분야에서 지역별 상세 기후자료에 기반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