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린이집·유치원 113곳 대상 프로그램 확산
연세대 김주환 교수 연구진과 개발…삼성어린이집 66곳서 시범 운영
자기조절력·대인관계력·자기동기력 향상 확인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유아기부터 정서 조절과 사회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전국 보육·교육 현장으로 확산된다.
삼성복지재단은 연세대 김주환 교수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삼성 유아 마음성장 프로그램’을 6월부터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113곳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강당에서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과 함께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원장과 교사 200여 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의 예방선을 유아기로 앞당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1.7%, 여학생 29.9%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학생 32.9%, 여학생 50.3%였다. 여학생 2명 중 1명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답한 셈이다.
더 이른 연령대에서도 위험 신호는 확인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였다. 조사 시점에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현재 유병률도 7.1%로 나타났다.
정부도 학생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을 통해 수시 검사 도구인 ‘마음이지(EASY) 검사’ 활성화와 사회정서교육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에 진입한 뒤 위기 징후를 발견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삼성복지재단의 이번 프로그램은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토대가 형성되는 만 3~5세 유아기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삼성 유아 마음성장 프로그램’은 최근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그 근본적인 예방책이 유아기 ‘비인지 역량’에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비인지 역량은 지능이나 사고력 같은 인지 역량과 달리 자기조절, 끈기, 집중력, 관계 형성 능력 등을 뜻한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2025년 보육, 유아교육, 뇌과학, 의료계 등 각 분야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자문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맡은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뇌과학 기반 명상 분야 권위자로, 유아기를 비롯한 성장기의 비인지 역량을 몸의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마음근력’이라고 명명했다. 김 교수 연구진은 마음근력의 핵심 역량으로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을 제시했다.
마음근력은 정서조절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프로그램은 움직임 명상과 알아차림을 통해 부정적 정서를 줄이고, 자기조절력과 관계 형성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유아 발달 전문가 박유정 서울대 교수, 움직임 명상 전문가 김지민 오스모브 대표도 개발에 참여해 유아 발달 수준에 맞는 활동을 설계했다.
프로그램은 만 3~5세 유아의 마음근력을 높이는 45개 활동으로 구성됐다. 호흡, 내부 감각, 고유 감각을 다루는 ‘편도체 안정화’ 활동 24개와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을 높이는 ‘전전두피질 활성화’ 활동 21개가 포함됐다. 유아들은 일상적인 호흡, 신체 알아차리기, 몸의 움직임 등을 통해 자신의 몸과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삼성복지재단은 앞서 삼성어린이집 66곳, 유아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효과 측정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아는 미참여 유아에 비해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이 약 5배 높게 나타났다. 불안과 갈등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 교사들의 행복감도 향상돼 유아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급 사업에 참여한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유아들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또래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삼성 유아 마음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고, 교사들 또한 정서적 안정감을 얻어 건강한 보육·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환 교수는 “마음근력은 타고나는 성향이라기보다는 적절한 훈련과 경험의 반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라며 “유아기부터 움직임 명상과 알아차림 훈련을 통해 감정조절력과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경험은 전 생애의 행복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문형 삼성재단 총괄 부사장은 “최근 아동의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며 “‘삼성 유아 마음성장 프로그램’이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영유아 교육기관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조용남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장은 “삼성 유아 마음성장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일상을 지내며 자연스럽게 마음근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현장 적용성과 실효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며 “삼성복지재단과 긴밀히 협력해 유아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을 지원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