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의외로 잘 모르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OO기업은 ESG 지향점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OO기업은 사업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넘어 어떠한 위기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위 두 문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어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ESG(환경적, 사회적, 거버넌스) 경영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는 표현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설명하는 문장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라는 설명이, ESG 경영의 목표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이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다는 것과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인가?

최근 ESG가 유행하면서 이처럼 지속가능성,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단어도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홍보를 하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해 다양한 ES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지속가능성은 도대체 무엇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지만 대부분 큰 고민 없이,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기업의 산업활동 및 인간의 생활활동을 통해 발생시킨 물질은 대기, 물, 토양 등을 오염시켜 왔다. 공장 등 제조시설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폐기물의 불법적인 처리 등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켰고, 무분별한 인류의 소비 패턴은 물, 식량, 자연자원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자원이용에 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양극화, 차별, 안전문제, 사회적 불평등은 공정한 경제와 정치적 시스템을 방해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에 대한 장애 요소가 되고 있고,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위와 투명하지 않은 기업경영은 해당 조직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신뢰체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개념은 1987년 당시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이다. 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원을 관리하고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요소가 균형 잡힌 상태로 성장하고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함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지속가능성의 대상은 바로 ‘기업, 회사, 조직의 지속가능성’이다. 모든 조직은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 아무리 우리 지구와 사회가 지속가능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조직이 지속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된다.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고, 고객과 임직원, 협력회사 등에도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조직 자체의 지속가능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기업이 경제적 목표와 지속가능성의 필요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한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은 제품 및 조직운영 과정에서 환경친화적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원재료를 확보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등의 지속가능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둘째,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기술과 디자인 개발, 임직원의 인권보호 및 안전사고 예방, 공정한 협력업체 거래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셋째, 기업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장기적인 경제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이때 소비자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관행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구매 결정을 통해 기업이 환경친화적이며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규제, 고객사의 요구 등이 기업을 움직이는 동인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영향도 이에 못지않게 매우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 중 일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시민그룹이 기업의 ESG 경영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업이 지속가능성, ESG라는 단어를 홍보 수단으로만, 워싱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소비자들의 역할은 기업들이 더 나은 환경친화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이 한 것처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라는 설명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이라는 표현은 서로 구분하는 것이 좋다. 지속가능성의 대상이 달라짐에 따라 목적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흔하게 써 온 용어지만 이제는 그 개념을 확실히 구분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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