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뱉는 메탄 흡수하는 ‘마스크’ 출시
해초 사료 먹이면 메탄 최대 82% 줄여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으로 전기 생산도
“메탄가스 감축은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유엔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메탄 평가(Global Methane Assessment)’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으로 메탄가스를 지목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서 메탄가스 비율은 약 17.3%에 불과하지만,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는 25배 이상 강력하기 때문이다. 메탄가스 배출의 주범은 소나 양 같은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이다. 소 한 마리가 1년에 내뿜는 메탄가스는 약 100㎏이다. 대부분이 트림이나 호흡을 통해 배출되지만 농장에서 소의 분뇨를 처리할 때도 메탄가스가 방출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소가 배출하는 양이 65%에 이른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축산업계의 메탄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축산업 강국인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메탄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에 마스크 씌우고, 해초 먹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른바 ‘소 마스크’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소가 입과 코로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흡수하는 웨어러블 장비다. 원리는 간단하다. 마스크에 장착된 센서가 메탄가스를 감지하면 팬을 작동시키고, 흡수된 메탄가스는 여과기를 통과해 대기로 배출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 주는 촉매변환기와 유사한 구조다. 소 마스크를 개발한 영국의 스타트업 ‘젤프(ZELP)’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최대 53%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젤프는 세계 최대 곡물회사 ‘카길(Cargill)’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의 공급망을 활용해 내년부터 소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다.
마스크처럼 직관적인 방법 외에 사료를 통한 메탄가스 감축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은 해초의 일종인 ‘바다고리풀’을 소에게 먹이는 실험을 진행해 메탄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연구진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료에 투입되는 해초량에 따라 메탄가스 배출을 최대 82%까지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연구에 힘입어 해초를 활용한 사료 첨가제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와있다. 호주연방과학원(CSIRO) 주도로 설립된 스타트업 ‘퓨처피드(Future Feed)’는 “올해 안에 사료 첨가제 개발을 완료하고 세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CSIRO는 사료 첨가제가 세계 축산 농가의 10%에만 보급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약 1억2000t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분뇨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소 분뇨 처리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 BMW가 지난 2019년 시작한 ‘저탄소 연료 표준 프로그램(Low Carbon Fuel Standards Program)’이 대표적이다. BMW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농장과 협력해 소 분뇨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BMW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9만2000t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다.
또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 아볼타(Avolta)는 애리조나 지역 축산 농가와 연계해 소 분뇨를 활용하는 에너지 생산시설을 구축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아볼타는 해당 시설을 통해 매년 승용차 3500대가 내뿜는 규모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축산 분야의 메탄 감축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을 주요 과제로 세우고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면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올해 초부터 저메탄사료 연구에 착수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환경에 맞는 첨가 물질을 선발하고 효과를 평가하는 단계까지 와있다. 상용화까지는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사료 개발과 더불어 소의 사육 기간을 줄여 메탄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방향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육우의 경우 사육 기간이 30개월가량 보장돼야 고기의 품질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성장 단계별 영양소 함량 조정 등을 통한 사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육우 품질은 유지하되 사육 기간을 26~28개월 수준으로 낮춰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유경 국립축산과학연구원 연구사는 “축산업에서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술 도입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며 “국내의 경우 연구 기반이 부족해 다소 늦춰졌지만 최근 탄소중립이 가장 큰 이슈가 된 만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