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2021 미래지식포럼] ②”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팬데믹의 시대, 코로나 이후의 사회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하 미래지식포럼)이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의 주제 강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22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네이버TV 생중계로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연결’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차례로 전한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
②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허태균 교수
③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박미랑 교수
④ “잉여와 결핍의 연결” -정석 교수
⑤ “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혜연 교수
⑥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장대익 교수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오프라인 모임과 행사 등 사람 간의 연결을 끊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결의 총량이 줄었을까요? 오히려 가족 관계는 강화되고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연결 방식을 찾았습니다. 과거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요?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4일 열린 ‘미래지식포럼’의 첫 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선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 속 연결과 관계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일어나는 일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믿음을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하는데, 이 용어처럼 오류가 존재한다”면서 이를 증명하는 심리학 실험 하나를 소개했다. 한 심리학 연구팀이 세 집단에 컴퓨터로 만든 가짜 은하계 사진을 보여주면서 단 하나의 설명만 다르게 했다. 첫 번째 집단에는 전 세계 은하계의 40%가 사진 속 은하계처럼 생겼다고 설명했고, 두 번째 집단에는 이 수치를 60%로 높였다. 마지막 세 번째 집단에는 80%라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팀이 ‘은하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물었더니, 일반적인 은하계와 유사하다는 수치가 높을수록 아름답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허 교수는 “사람들은 더 많이 보이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본질주의적 오류’를 범한다”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당연한 것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그동안 당연하게 만났던 오프라인 만남이 사라지면서 선택이 제한된다고 생각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나는 등 더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허 교수는 한국인들이 유독 타인의 진심을 파악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근대화 이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마을에서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살아왔어요. 함께 생활하니까 서로 진심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사람들끼리 오랫동안 서로 지켜보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진심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직 옛 기질이 남아있는 거죠.”

허 교수는 이러한 한국인이 특징을 ‘심정중심주의’로 설명했다. 심정중심주의는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을 중시하고 행동보다 그 의도와 정서를 고려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진심을 파악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이른바 ‘오버’하는 행동이 당연한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콜센터를 비롯한 서비스 직군에서 흔히 사용되는 멘트인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한 진심은 오히려 거짓말이 되고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행동에 진심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허태균 교수는 “사람들은 상대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더 어려운 선택을 했을 때 진심이라고 느낀다”면서 “팬데믹 시대에 대면 접촉을 꺼리는 상황이지만 평소 친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경조사는 챙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거 우리 사회는 ‘과잉 연결’됐지만 그저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왔던 걸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것보다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열렸지요. 코로나19 이후에는 연결의 ‘양’보다 연결의 ‘질’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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