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5일(금)

[2021 미래지식포럼] ③”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2021 미래지식포럼] ③”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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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시대, 코로나 이후의 사회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하 미래지식포럼)이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의 주제 강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22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네이버TV 생중계로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연결’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차례로 전한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
②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허태균 교수
③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박미랑 교수
④ “잉여와 결핍의 연결” -정석 교수
⑤ “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혜연 교수
⑥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장대익 교수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가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나지요. 하지만 문제는 뜨거운 관심에 비해 제대로 된 이해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세 번째 연사로 나선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처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먼저 “범죄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한 오해도 크다”고 했다. 이른바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죄자 이미지’와 ‘실제 범죄자’ 간의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성별이나 범죄 유형에 따라 상상하는 범죄자의 얼굴을 그려보라’고 하면 남성 범죄자는 거칠고 험악한 인상이나 우둔해 보이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여성 범죄자의 경우 ‘꽃뱀’으로 대표되는 화려하고 예쁜 모습을 그린다”면서 “실제 범죄자를 만나 보면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우리 곁에 흔히 보이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범죄자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결국 선량한 시민의 안전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이와 유사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계기에 대한 인식도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대중들은 많은 범죄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해 누군가를 해치거나 재물을 뺏으려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대부분의 범죄는 우발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 해 800건가량 일어나는 살인사건 가운데 10건 정도만 사전에 계획된 잔인한 범죄에 속하고 나머지는 충동적 살인이다.

이날 박미랑 교수는 지난해 재소자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면접 연구를 소개했다.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옷을 야하게 입었다거나, 외모가 뛰어난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범죄자들은 ‘신고를 안 할 것 같은 사람을 골랐다’거나 ‘술에 취해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흔히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공연음란 범죄자를 퇴치하기 위해선 ‘무반응이 최선’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무반응일 때 계속 따라가며 괴롭힐 가능성이 큽니다. 범죄자에 대한 대중 인식과 실제 범죄가 일어나는 양상이나 범죄자의 생각과는 차이가 엄청난 것이죠.”

박 교수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력한 처벌과 사회로부터의 분리만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대중 심리가 오히려 범죄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감금 등은 범죄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로 증명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범죄 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삼진아웃제’를 예로 들었다. 삼진아웃제란 죄의 무거움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세 번 이상 처벌받으면 판사 재량으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박 교수는 “두 번의 전과를 가진 좀도둑이 충동적으로 문이 열린 집에 들어갔다가,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신고가 두려워 그 사람을 죽이는 경우까지 있었다”면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강한 제도를 만들었더니 더 흉흉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로 19살 때부터 범죄를 저질러 인생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한 전과자에게 공공근로를 제공하고 보호관찰관이 자립을 독려했더니 환갑이 넘은 그가 ‘이제 제대로 살 수 있겠다’며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타자화와 배제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박 교수가 제안한 범죄 예방법은 ‘집합효율성’이다. 그는 “집합효율성이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신뢰와 응집력을 갖고 사회 문제에 개입하려는 태도”라며 “문제가 생기면 즉시 신고하고,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나 유사 행위에 대해 즉시 제재를 가하는 모습이 범죄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실제 범죄자와 면담해도 가장 꺼려지는 피해자로 ‘즉시 신고할 것 같은 사람’을 꼽았다”며 “특정 범죄자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기보다, 지역사회가 서로에게 이런 보호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와 범죄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국가가 개입해 사안을 분석하기도 하고, 원인으로 지목되면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또 약자가 더 큰 피해를 당하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점은 ‘예방과 집단 면역’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겁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 모두 힘을 합하듯,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내가 먼저 내가 사는 사회와 약자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오지랖’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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