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2021 미래지식포럼] ⑥”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팬데믹의 시대, 코로나 이후의 사회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하 미래지식포럼)이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의 주제 강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22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네이버TV 생중계로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연결’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차례로 전한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
②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허태균 교수
③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박미랑 교수
④ “잉여와 결핍의 연결” -정석 교수
⑤ “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혜연 교수
⑥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장대익 교수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에서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팬데믹 시대에 혐오가 만연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생존을 위해 전염병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멀리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혐오가 만연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생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특히 특정한 이슈에 깊이 공감하는게 아니라, 폭넓게 공감하며 서로 연결돼야 합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미래지식 포럼’의 마지막 다섯 번째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활발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일으킨 사회 변화와 앞으로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진화학적으로 풀어냈다.

이날 장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는 문명을 만든 유일한 종”이라며 운을 뗐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문명의 바퀴를 이루는 두 축인 ‘생태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태적 지능’은 과학 기술을 말합니다. 자연 세계의 원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는 능력이죠. ‘사회적 지능’은 공감 능력을 뜻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죠.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행동 지침으로 삼는 기술을 말합니다.”

장대익 교수는 “모든 팬데믹은 정서적 혐오와 인지적 혼란을 불러온다”라며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혐오하고 기피하는 현상은 진화적 관점에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행동면역계가 바이러스를 회피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혐오는 수렵채집기에나 의미가 있던 전략”이라며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기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사회를 단절시킨다. 그는 “알고리즘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만 찾게 해 하나의 목소리만 키우는 ‘반향실 효과’와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 제공되는 ‘필터 버블 현상’을 만든다”라며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 때문에 ‘닫힌 세계’에 살게 되고,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더욱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알고리즘은 오늘날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대익 교수는 혐오를 이기는 방법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높은 단계의 공감,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제안했다. 타인의 상황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나아가 타인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행동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 ‘깊이 공감하면 된다’는 생각은 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팬데믹 시대에 혐오가 심화된 이유는 ‘우리끼리만’ 깊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공감의 깊이’보다 ‘공감의 반경’이 더 중요한 이유죠. 특정 집단 안에서만 깊이 공감하면, 집단 밖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넓은 반경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결돼야 합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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