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주민이 꾸려가는 마을 가게로 진정한 시민자산화 모델 만들 것”

[인터뷰] 우영승 빌드 대표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우영승 빌드 대표는 “시민자산화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지강 청년기자

주민이 직접 소유하는 마을 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카페, 식당, 꽃집 등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거죠.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인·비장애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월곶지구를 오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빌드는 경기 시흥의 월곶지구 지역 재생을 목표로 지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사명(社名)에는 작은 가게가 강한 지역사회를 만든다(Small businesses BUILD strong community)’는 뜻을 담았다. 빌드는 지역에 활기를 더하는 작은 가게들을 매년 한 곳씩 만들어왔다. 창업 첫 해에 오픈한 브런치 레스토랑바오스앤밥스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책방이자 카페 겸 꽃집인월곶동책한송이’, 2018년에는 실내 놀이터인바이아이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쿠킹 클래스와 식재료 판매 활동을 하는월곶식탁을 선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우영승(28) 빌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가게의 지분을 매각해 시민들이 소유·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월곶지구를시민자산화의 성지(聖地)’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올해 창업 5년차가 된 빌드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바오스앤밥스의 월평균 매출만 3000만원에 달하고, 월곶동책한송이는 2800만원가량 된다. 매장에서는 영업만 하지 않는다. 육아 여성을 위한 모임이나 프로그램 등 마을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빌드의 사업 모델이 카페, 식당이다 보니 단순한 부동산 개발업자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빌드는 단순히 수익만 노리는 기업이 아니에요.  마을 활성화가 목적이라, 모든 매장을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속가능할 수준의 수익을 내면서, 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빌드는 2018년 시흥시와 시민자산화 협약을 체결하면서국내 최초 시민자산화모델로 주목받기도 했다.

시흥시가 건물을 매입하고 5년간 시세 절반 가격에 임대해주기로 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하지만 소유가 아니라 빌리는 형태이다 보니 진짜 우리 마을 가게가 되기엔 어려운 점이 있죠. 앞으로는 시민이 모은 돈으로 공간을 사들이고,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을 만들 겁니다. 이윤이 나면 배당도 하고요.”

빌드는 공공에 기댄 시민자산화에서 한 발 나아가 ‘100% 시민 힘으로 만든 시민자산화모델을 기획하고 있다. 바오스앤밥스 지분을 동네 주민들에게 팔고,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부동산 매입에도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16000만원 규모의 기금 바오스앤밥스 파이낸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IFK임팩트금융이 기관투자자로 참여했고, 시민 투자자 모집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우 대표는월곶 주민이 바오스앤밥스의 주인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바오스앤밥스 파이낸스는 투자자도 가려 받는다. 1차 투자자 모집에는 시흥 거주민만 참여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낸 사람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인당 투자액도 500만원으로 제한했다. 우 대표는 시흥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꾸려가는 마을 가게를 만든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었으니, 이제 주민에게 소유권을 넘길 때가 된 거죠. 주민들이 소유하게 된다면 운영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테고, 이게 이어지면우리 동네를 위해 이 가게는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까지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게 시민이 소유하고 직접 꾸려가면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가게가 나오는 게 진정한 시민자산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지강 청년기자(청세담 11)]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