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 성을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상담한 기관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A씨가 성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 ‘부성주의 반대’라는 신념 상 이유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을 바꾸는 ‘성본변경’은 법원의 허가를 받게 돼 있는데, 부모의 이혼 등 ‘일상생활의 현저한 어려움’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호주제가 폐지됐고, 분명히 판례엔 ‘정체성 문제’를 고려한다고 쓰여 있는데 왜 신념 상의 이유로는 어렵다고 하는지 답답하다”면서 “최근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니도 동참하게 돼 어머니의 성본 변경도 함께 신청 중인데, 둘이 함께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호주제는 없지만, 엄마 성(姓) 따르려면 ‘불편 입증해라?’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자녀가 당연히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우선주의’ 원칙에도 틈이 생겼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부성주의 반대 이유로 어머니 성으로 바꾸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가부장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복리를 아버지의 성을 따르면 심각한 생활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여야 인정해준다. 서울가정법원관계자는 “성본변경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변경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관적인 선호로 성을 바꾼 적은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부성주의 거부를 이유로 성을 바꾸려는 사람은 있지만, 허가된 적은 없다는 뜻이다. 성본변경 절차 자체가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안에 있다는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