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0.1%, 하위 35억 명보다 탄소 더 배출…재난 복구로도 이익

옥스팜, COP31 앞두고 기후 불평등 보고서 발표…기업 217곳 투자 구조 분석

세계 최상위 0.1%에 해당하는 약 800만 명의 초부유층이 인류 하위 44%인 약 35억 명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부유층 한 사람이 극심한 폭염에 미친 영향은 인류 하위 50%에 속한 사람보다 약 400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재난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반면, 일부 기업과 투자자는 재난 대비와 복구 과정에서도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오는 11월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하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발표한 ‘재난의 격차: 기후위기는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소수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옥스팜은 27일 발표한 기후 불평등 보고서 ‘재난의 격차’에서 세계 최상위 0.1% 초부유층이 하위 44%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기후재난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옥스팜

◇ 상위 1%가 지구온난화 20%에 책임…재난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

옥스팜이 탄소 배출 불평등 데이터와 기후변화 원인 분석 모델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세계 최상위 0.1%의 탄소 배출량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체 인구 약 13억 명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최상위 1%는 1990년 이후 발생한 지구온난화의 20%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극한 폭염에 대한 상위 1%의 기여도 역시 하위 50%보다 100배 이상 컸다.

옥스팜은 최상위 1%가 단 1년간 배출한 탄소의 영향으로 향후 폭염 관련 초과 사망자가 약 190만 명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78%는 저소득국과 중하위 소득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국가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상위 1%의 탄소 배출로 인해 2050년까지 발생할 경제적 피해도 약 53조 달러(약 7경24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초부유층의 탄소 배출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개인 전용기가 제시됐다. 옥스팜이 운항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개인 전용기가 단 2초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은 인류 하위 50%에 속한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보다 많았다.

반면 기후재난 피해는 탄소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초부유층은 민간 보험이나 안전한 주거지를 통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홍수와 산불 등으로 집과 농작물을 잃고 생계 기반까지 위협받는다는 설명이다.

옥스팜은 2050년까지 기후위기로 인해 최대 10억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홍수로 인한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7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 재난 복구도 수익 사업으로…기업 217곳 분석

보고서는 기후재난이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 새로운 수익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전 세계 재난 복구 시장은 2029년까지 연간 700억~920억 달러(약 92조7800억~121조94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옥스팜은 기후재난을 유발하거나 재난 대비·복구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기업 217곳을 분석한 ‘파괴와 재건(Destroy and Rebuild) 지수’를 새롭게 공개했다.

분석 결과, 주요 투자자들이 기후재난을 심화시키는 기업과 재난 복구에 참여하는 기업 양쪽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뱅가드(Vanguard)는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92%에 투자하고 있었으며, 두 회사의 투자 규모를 합하면 1조 달러(약 1325조40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이러한 구조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산업뿐 아니라 재난 복구 과정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후재난을 계기로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규제 완화, 초부유층을 위한 세제 혜택 등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초부유층은 지구에 불을 지르고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소화기 값을 청구하고 있다”며 “오염으로 이익을 얻고, 재난으로 이익을 얻으며, 복구 과정에서 또다시 이익을 챙긴다”고 지적했다.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오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재원 확대와 기후변화 적응 지원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TRT HABER

올해 COP31은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다. 튀르키예가 의장국을 맡고 호주가 협상을 이끄는 이번 총회에서는 기존 기후대응 약속의 이행 방안이 주요 과제로 다뤄진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재원 확대와 기후변화 적응 지원,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연간 1조3000억 달러(약 1723조 원)를 동원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지가 과제다. 이는 이미 확보된 재원이 아닌 동원 목표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지원 방식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옥스팜은 COP31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에 기후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섯 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상위 1%의 소득·자산과 고탄소 사치재에 대한 과세 강화 ▲203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재원 3배 확대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 지원 ▲소득·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국가 계획 수립 ▲취약계층 보호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 시스템 구축 ▲초과이윤세 도입과 투기·독점 규제 등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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