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가스금융 지속되는 사이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 정체…기존 자산 감축 과제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잔액이 2025년 말 기준 195조5000억 원으로, 5년 새 약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5%인 127조 원은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기관 등 공적금융이 차지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공동 발간했다. 백서는 국내 금융기관 114곳을 대상으로 석탄·석유·천연가스 관련 대출과 투자 등 금융지원 현황을 분석했다.

백서에 따르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2020년 154조 원에서 2025년 195조5000억 원으로 늘었다. 2023년 감소한 뒤 2년 연속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석탄금융은 83조 원, 석유·천연가스금융은 112조5000억 원이었다. 다만 잔액 증가에는 신규 자금 공급뿐 아니라 국민연금이 보유한 일부 주식의 평가액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민연금과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의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127조 원으로, 민간금융 68조5000억 원의 약 1.9배였다. 공적금융은 국민연금의 투자와 정책금융기관의 대출·투자 등 공공 성격의 금융을 뜻한다.
정부는 이달 7일 향후 10년간 1000조 원 규모의 재정과 기후금융 등을 투입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포럼은 새로운 기후금융을 공급하는 동시에 기존 화석연료금융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석탄·가스에 계속 흐르는 공적금융…국내 재생에너지 투자는 정체
공적금융의 석탄금융 잔액은 50조6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75.5%인 38조2000억 원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에 대한 투자였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이 이들 기업의 채권을 사들이거나 주식을 보유한 금액이다.
석탄 관련 신규 금융지원도 이어졌다. 2025년 석탄금융 신규실행액은 9조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백서가 석탄금융으로 분류한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발행 채권에 대한 신규 투자가 7조8000억 원이었다. 이는 해당 채권의 자금이 모두 석탄발전에 직접 사용됐다는 뜻은 아니다. 백서는 기존 발전기업의 채권 투자가 석탄금융 신규실행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석유·천연가스 분야에서는 선박금융에 공적자금이 집중됐다. 석유·천연가스 관련 선박금융 26조3000억 원 중 공적금융 비중은 95.1%였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석유·가스 운송용 선박의 건조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 천연가스금융 잔액도 2025년 41조 원으로 2020년보다 42.4% 증가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발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적어 에너지 전환기의 대체 연료로 활용돼 왔다. 다만 백서는 LNG 발전소와 운송·공급시설이 장기간 운영되는 만큼, 현재의 금융지원이 향후 화석연료 의존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신규 자금 공급은 정체됐다. 2025년 전체 재생에너지금융 신규실행액은 9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6.5% 증가했지만, 국내 사업에 대한 신규 금융은 2024년과 2025년 모두 6조4000억 원대에 머물렀다. 금융지원 증가분이 주로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포럼은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적금융이 사업 초기 위험을 나누고 민간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명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공적금융이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초기 위험을 분담해 민간자금의 참여를 끌어내고,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2050년 이후에도 남는 석탄금융…기존 투자 관리도 과제
기존 석탄 관련 금융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는 문제도 확인됐다. 백서가 만기 정보를 확인한 석탄 관련 사업금융과 회사채 가운데 2050년 이후까지 만기가 남아 있는 계약은 35건이었다. 한국전력이 발행한 채권 중에는 최종 상환일이 2096년으로 보고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신규 석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한하더라도 기존 대출과 채권 투자가 장기간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포럼은 발전소의 폐쇄·전환 일정과 금융계약의 상환·재투자 방침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목표와 실제 이행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조사 대상 114곳 가운데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 목표를 수립한 금융기관은 46곳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투자·대출 대상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계획 수립 등을 요구하며 전환을 유도하는 활동을 실시한 기관은 9곳이었다.
보험을 통한 화석연료 사업 지원도 상당한 규모였다. 2025년 화석연료 관련 보험 보장금액은 180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8.8% 늘었다. 백서는 이를 화석연료금융 잔액 195조5000억 원과 합쳐 관련 금융지원 규모를 376조3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보험 보장금액은 보험계약에 따라 보장하는 금액으로, 실제 대출·투자 잔액과는 성격이 다르다.
포럼은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투자자산의 단계적 감축과 국내 재생에너지·전력망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정 의원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와 공적금융의 자금 흐름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공적금융기관의 여신·보증 심사에 기후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후공시 의무화와 전환금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