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식사 하셨나요? 플라스틱을 드셨군요

플라스틱이 일상이 된 우리의 하루는 플라스틱으로 시작해, 플라스틱으로 끝납니다. 아침에 일어나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와 세안제로 씻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칫솔로 양치질을 합니다. 플라스틱 냉장고 안에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반찬통, 일회용 비닐랩에 싸여 있는 음식이 들어 있습니다. 출근길에 마시는 아이스 커피가 담긴 용기도, 자동차도, 우리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 그리고 신용카드까지 플라스틱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많은 플라스틱,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7번째 신대륙

Although inhabited and remote, South Sentinel island is covered with plastic! Plastic pollution and marine debris, South Sentinel Island, Bay of Bengal. Photo source: © SAF — Coastal Care  / http://plastic-pollution.org
Although inhabited and remote, South Sentinel island is covered with plastic! Plastic pollution and marine debris, South Sentinel Island, Bay of Bengal. Photo source: © SAF — Coastal Care / plastic-pollution.org

19년 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미국인 찰스 무어씨는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던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발견합니다.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사람들은 이곳을 ‘7번째 신대륙’의 발견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쓰레기 섬의 90%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처음 발견됐을 당시, 한반도의 7배에 달했던 플라스틱 섬은 2009년 14배로 커졌습니다.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은 이곳 저곳을 떠돌다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거라는 세계경제포럼의 발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결과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지금, 가장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바다 거북의 죽음이 그 한 예라고 호주바닷새구조의 총 책임자 로셸 페리스는 말합니다.

“죽은 바다거북의 장 밑바닥에서 317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습니다. 바다거북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 플라스틱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퀸즐랜드 대학교의 까마르 스카일러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전 세계 52%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뱃속에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해양산업연구소도 바닷새 90%의 소화 기관에서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고 발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할 경우, 대부분 장이 막히거나 상처를 입고, 아니면 포만감을 느껴 굶어 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솔트워터브루어리와 위빌리버스가 합작해서 만든 세계 최초 생분해성 식스팩링(맥주 포장재).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보리 찌꺼기 등을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식스팩링을 만들었다. /솔트워터브루어리
미국의 주류업체 솔트워터브루어리와 위빌리버스가 합작해서 만든 세계 최초 생분해성 식스팩링(맥주 포장재).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보리 찌꺼기 등을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식스팩링을 만들었다. /솔트워터브루어리

◇미세 플라스틱, 들어보셨나요?

플라스틱은 부패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플라스틱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플라스틱을 공부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예술가 다이애나 코엔씨입니다.

비닐 봉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오던 그녀는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합니다. 작품이 하나 둘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작품이 작은 조각으로 변하면서, 힘을 잃고 주저 앉은 채 망가져 버린 작품들. 그녀는 플라스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햇빛을 받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조각으로 쪼개집니다. 이렇게 잘게 부스러진 플라스틱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너무나 작아 물고기들이 먹이로 오인을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들의 몸에 차곡차곡 쌓인 뒤, 우리의 식탁까지 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다이애나씨를 충격에 빠뜨린 사실이자, 전 세계가 미세 플라스틱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오고 있을까요?

유엔환경계획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려진 물속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80%가 옷과 같은 섬유에서, 17%가 치약과 세안제, 화장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마이크로 비즈에서, 2%가 비닐 봉투와 같은 필름에서, 1%가 스티로폼 재질의 폼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한 뒤 화장품만 발라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한번 세탁할 때마다 1,9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보니따_더나은미래_공윤희_윤혜림_온라인기고_[인포 1] 폐수 속 미세플라스틱 누가 범인일까 이 많은 미세 플라스틱은 하수구를 타고 바다고 간다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중 10%는 정화조를 통과해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로 돌아온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안전 하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보니따_더나은미래_공윤희_윤혜림_온라인기고_[인포 2] 미세플라스틱 여정

◇미세 플라스틱,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1)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합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하루에 무려 8조개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을 하수구에 흘러 보내던 미국은,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이로써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의 생산은 2017년 7월부터, 판매는 2018년 8월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금지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일찍이 네덜란드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 캐나다, 호주, 대만은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사용 규제가 없습니다. 환경부의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 억제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지만, 명확한 목표가 없어 추진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온라인 서명 플랫폼 ‘아바즈’에서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사용 금지 법안을 촉구하는 서명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서명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깨끗한 바다를 더럽히는 마이크로비즈로부터 구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기

2) 내가 사용하는 제품 속 미세 플라스틱 확인하기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제품의 전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하나, 화장품 성분을 해석해주는 어플리케이션 <화해>

스마트폰 앱 <화해>는 화장품 라벨에 붙어 있는 전성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성분으로는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폴리메타크릴산메틸, 나일론-6, 나일론-12등이 있습니다. 구매하려는 제품을 검색 후 성분을 확인하거나, 특정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보니따_더나은미래_공윤희_윤혜림_온라인기고_[그림] 화해

둘,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미세 플라스틱 화장품 목록>

여성환경연대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의심되는 성분을 포함하거나 대체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제품, 포함하고 있으나 앞으로 대체성분으로 교체될 제품, 이미 대체 성분으로 변경된 제품을 브랜드 별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확인하기

가공하기가 매우 쉽고, 가격도 저렴하며, 디자인을 입히기가 쉬워, 전 세계인인의 사랑을 받는 플라스틱. 덕분에 삶이 윤택해졌지만, 그 편리함에 젖어 많은 문제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 지금의 편리함을 오래도록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