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유전자변형식품 ② 꼭꼭 숨겨라!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두 번째 시간입니다. 생산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유전자변형식품.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본 물음일 것입니다. 유전자변형식품이 해롭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 안전할까?

농사를 지을 때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잡초입니다. 아무리 뽑아도 계속 머리를 밀고 나오는 잡초 때문에 생산자들은 하루 종일 뜨거운 볕 아래서 일해야 합니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제초제가 농작물에 닿으면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기에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마음껏 제초제를 뿌려도 싱싱하게 자랄 수 있는 농작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기업이 있습니다. 종자회사 몬산토는 강력한 제초제 라운드 업과 함께 라운드 업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변형 종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변형 종자의 이름은 라운드 업 레디. 라운드 업 제초제를 견딜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Sign "Round up ready soyabeans" in field of genetically engineered soyabeans. Accession #: 0.96.179.001.07
Sign “Round up ready soyabeans” in field of genetically engineered soyabeans. Accession #: 0.96.179.001.07 출처 allergiesandyourgut.com

“라운드 업 레디는 연료 사용과 경작 일 뿐만 아니라, 제초제 사용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몬산토 홈페이지-“

예상대로 몬산토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라운드 업 레디 종자는 라운드 업 제초제와 함께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생산자들은 더 이상 잡초를 뽑기 위해 밭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라운드 업 레디 종자를 심고 난 후, 제초제를 경비행기에 싣고, 농작물을 향해 뿌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변형 종자를 심어 제초제 사용이 줄었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몬산토의 말처럼 실제로 라운드 업 레디 덕분에 제초제 사용이 줄어들었을까요? 워싱턴주립대학교 지속 농업과 천연 자원 센터(Center for Sustaining Agriculture and Natural Resources)의 찰스 벤브룩(Charles Benbrook) 교수가 이 질문에 답을 해줄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연구는 라운드 업 레디가 사용된 1996년부터 2011년까지 16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1996년에서 1999년까지는 몬산토의 주장대로 미국 농가의 제초제 사용량이 실제로 2%가량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라운드 업 제초제에 내성이 생긴 잡초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성이 생긴 잡초들을 없애느라 제초제 사용량은 전보다 더 크게 증가했습니다. 2002년, 라운드 업 레디 콩을 재배한 농가의 제초제 사용량은 21%나 증가했습니다. 그 후 제초제 사용은 급격히 증가해 2009-2010년에만 제초제 사용량이 24% 늘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16년간 23만 9천 톤의 제초제가 더 사용된 셈입니다.

픽사베이_출처안밝혀도됨_농사_비행기_농장_작물_유전자변형식품_제초제_농약_친환경_2016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제초제 사용량의 증가로 우리의 건강이 위협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라운드 업을 비롯해 전 세계 750여 개의 제초제에 사용되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발암성 정도를 보여주는 물질분류등급에서 글리포세이트는 2번째로 높은 2A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는 유전자변형식품이 우리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렸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 표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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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com, 작가: Die Grünen Kärnten

유전자변형식품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은 어떨까요? 불과 3주 전, 미국에서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 표기 법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유통되는 식품의 70-80%가 유전자변형작물인 미국에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여겨졌던 일이기에 더더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미국 시민단체들은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법을 통과 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국적 식품 기업의 반대를 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에 몬산토와 같은 종자 기업들은 500억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으며 법안 저지에 나섰습니다.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정치와 돈의 관계를 파헤치는 연구기관인 맵라이트의 대표 데이비드 뉴먼이 말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없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이 바로 골리앗이죠. 기업들이 사용하는 돈의 액수를 보면,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이 법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통과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여기엔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수백억 원이 넘는 돈도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이제 식품 제조업체는 유전자변형작물이 원료로 들어갔을 경우 이를 포장지에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중국, 브라질은 이미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법을 실행하고 있을뿐더러, 기준도 매우 엄격합니다. 예를 들어, 옥수수 1,000알을 판매한다고 할 때, 유럽연합은 유전자변형옥수수가 9알, 호주와 네덜란드는 10알, 브라질은 10알 이상 들어 있으면 유전자변형식품으로 분류합니다. 중국은 더 까다로워 단 1알만 있어도 유전자변형식품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꼭꼭 숨어라, 유전자변형 식품 보인다

그렇다면 유전자변형 식품이 우리의 식탁에는 얼마나 오르고 있을까요? 2014년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용으로 국내에 들어온 유전자변형 식품은 228만 톤. 동물 사료까지 포함하면 1,000톤이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이 보고서는 생식과 번식이 가능한 생물만 포함한 것으로, 통조림 옥수수처럼 발아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물별로 살펴보면 옥수수가 110만 톤, 콩이 97만 톤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유전자변형 식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보니따_더나은미래외고_공윤희_인포 1_국내 수입 유전자변형 작물_2016

부침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식용유, 아이들의 간식인 과자와 빵, 국에 간을 낼 때 들어가는 간장,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첨가된 참치캔 속 카놀라유까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유전자변형 식품은 이미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 지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식품에 유전자변형 식품이 들어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식품 뒤에 적혀 있는 성분표에 유전자변형이라는 표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관련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1년부터 유전자변형 식품 표시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위생법 제12조에 따르면, 식품업체는 유전자변형 작물을 원료로 사용할 때, 제품 포장 위에 소비자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유전자변형 식품 포함’이라고 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전자변형 작물이 들어간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을까요?

그것은 바로 예외 규정 때문입니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들어간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최종 상품에서 유전자변형 DNA가 검출되지 않거나, 상품 제조 시 사용한 5가지 주요 재료 안에 들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1년에 1천 톤이 넘는 유전자변형 식품이 국내로 유입됨에도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문제 의식을 느낀 다수의 시민 단체들은 유전자변형 식품 표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다음과 같이 말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유전자변형 콩•옥수수•카놀라의 대부분이 식용유•간장•전분당 원료로 쓰이지만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유전자변형 식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신규 품종의 개발•승인 속도도 빨라져 현재의 표시 관리는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2015년 12월, 시민 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식품위생법의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원재료 함유 정도와 상관없이 유전자변형 식품은 표시하도록 규정이 강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최종 상품에 유전자변형 단백질이나 DNA가 남아 있지 않은 식용유와 간장 등의 경우,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소비자 단체들이 여전히 이 문제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들은 유럽연합처럼 유전자변형 작물이 들어간 경우 무조건 표시를 하는 ‘완전 표시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보니따_공윤희_지속가능성_인포 2_유전자변형 작물 사용 가능성이 높은 가공 식품_더나은미래외고_2016

◇유전자변형식품 선택은 소비자의 권리다

작년, 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유전자변형 농산물 기업별 수입현황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보 공개를 거부 했습니다. 유명무실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보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입니다. 당신의 권리, 어디까지 보장받고 계십니까?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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