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커리어 릴레이 인터뷰 <4> 서명지 CSR impact 대표
“사회공헌은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일”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는 아닌지, 예산이 없고 공모사업이 끝난 뒤에도 계속할 명분이 있는지, 우리 사업으로 현장이 구체적으로 달라졌는지를 계속 물어야 합니다.”
서명지 CSR impact 대표가 사회공헌을 바라보는 기준은 명확하다.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했는지보다, 현장의 문제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서명지 대표를 지난 10일 <더나은미래>가 만났다.

◇ 첫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바꾼 커리어의 방향
서 대표의 커리어가 처음부터 소셜섹터를 향했던 것은 아니다. 법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그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하고 학원에서 강의했다.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는 일은 성과가 분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입시라는 유한한 목표를 가르치는 일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더 지속 가능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2005년, 그는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다. 전공은 사회복지였다. 대학원에서 정책 관련 예산 분석 등의 실무 감각을 익힌 그는 졸업 직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공채로 입사했다. 이곳에서 그의 임팩트 커리어의 출발점이 된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한국가스공사의 사회공헌 사업이었다.
당시 가스공사는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할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찾고 있었다. 사업을 맡은 서 대표는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실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에너지 진단 전문가, 건축 전문가, 사회적 성과 측정 기관, 지역 복지기관 등을 직접 연결해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집수리나 난방 설비 교체에 그치지 않고, 사업 이후 에너지 사용량과 주거환경이 얼마나 나아졌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는 획일적인 지원의 한계를 확인했다.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연탄을 지원해도 보관할 공간이 없는 집이 있었고, 보일러를 교체해도 집 자체의 단열 상태가 좋지 않아 난방 효율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서 대표는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보다 “대상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에너지 진단 결과와 현장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지원 방식을 계속 보완했고, 전국의 주거 개선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문제가 발견되면 시공업체와 협의해 개선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업은 당초 1년 시범사업에서 5년 장기 사업으로 확대됐고, 대통령상도 수상했다.
이 경험은 서 대표에게 사회공헌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현장의 필요를 반영한 실행사업을 기획하는 것, 그것이 제도권 안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기업의 자원, 공공의 제도, 현장의 욕구를 연결하면 단순 지원을 넘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을 기획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이때였다.
◇ 민관 거버넌스로 지역 난제 푼 ‘늘행복 프로젝트’
이후 2014년 그는 협의회를 나와 CSR impact를 창업했다. CSR impact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사회공헌·ESG 사업을 기획하고, 현장 기반의 실행 구조를 설계하는 조직이다. 서 대표는 대형 NGO나 복지기관의 기존 방식만으로는 지역의 복합적인 문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고 봤다. 사업 기간은 대개 1년 또는 2년으로 정해져 있고, 후원금 모금이나 대표 사업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면 정작 지역의 다층적인 욕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CSR impact의 대표 사업은 크게 통합돌봄과 자원순환이다. 통합돌봄 분야를 보여주는 사례가 광주 광산구 ‘늘행복 프로젝트’다.
2019년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은 우산동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시행해 복지 사각지대와 주민들의 다층적인 생활 욕구(보건의료, 돌봄, 일자리 등)을 파악했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택관리공단, CSR impact 등 민관 19개 기관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각 기관이 가진 자산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LH는 유휴공간을 제공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식자재 연계를 맡는 식이다. CSR impact는 사업을 기획하고, 민간 협력 구조를 만들고, 성과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로 전환됐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반찬가게 ‘건강밥상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밑반찬 지원과 돌봄서비스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내는 모델이 시도됐다. 서 대표는 “지원사업이 끝나면 사라지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계속 작동하는 문제해결 주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로 자원순환을 바꾸는 ‘project re’
CSR impact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은 자원순환 플랫폼 사업인 ‘project re’다. project re는 시민과 임직원이 종이팩, 투명 페트병 등 재활용 자원을 배출하면 QR 기반 시스템을 통해 참여 내역과 수거량을 기록·관리하는 참여형 자원순환 프로그램이다. 거점 설치, 참여 등록, 관리자 확인, 수거·관리, 성과 데이터화, 결과보고로 이어지는 운영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은 품목별·월별·거점별 수거량, 참여자 수, 온실가스 저감 효과 등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이나 지역사회 연계형 ESG 사업의 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다. 서 대표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며 많은 기업들이 쓰레기 줍기, 플로깅 등 캠페인성 활동에 집중할 때, 실질적인 폐기물 감축과 데이터 기반의 재활용률 관리에 주목했다”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카페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과 폐기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카페에서 배출되는 우유팩을 별도로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종이팩 3.37톤을 모았고, 수거된 종이팩은 재활용 원료로 활용됐다. 서울YMCA도 종로 본회와 양천·서부YMCA 등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시민 참여형 우유팩 분리배출 캠페인을 운영해 우유팩 1.5톤을 수거·재활용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와 SK증권 등 100여 개 기업이 권역별 자원순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관리하며 자원순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수거된 재활용 자원은 휴지롤 7만3305개로 재탄생했다.
◇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사회공헌으로
서 대표는 사회공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별·이슈별 지원을 지양하고, 실수요자의 욕구를 기반으로 민간과 공공의 자원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 기관의 역량과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먼저다. 그는 “기업은 돈만 내는 곳이 아니고, 공공기관은 실적만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며 “각자가 가진 공간, 데이터, 전문성, 네트워크를 공공재의 관점에서 다시 배치할 때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할 때 사회공헌은 비로소 정책의 빈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SR impact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현장을 지켜온 원동력은 명확했다. 서 대표는 “우리는 다른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어제의 우리 자신과 경쟁한다는 창립 철학을 갖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단순히 예산 유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현장의 진짜 필요를 반영해 명분 있는 사업을 구조화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그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저와 조직에게 주는 가장 큰 만족감이자 본질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