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는 반토막, 업무는 두 배”…0.3% ‘괴짜’ 변호사들의 기막힌 생존기

난민·이주민·장애인 사건 맡는 ‘법의 최전선’
낮은 급여·불안정한 재정…공익법 생태계의 현실

“70년이 넘도록 법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는 계속 고통받아왔다는 뜻 아닐까요? 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사명입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프로보노’에서 주인공 강다윗(정경호)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한 대사다. 강다윗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 이른바 ‘공익변호사’다. 

공익 변호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공익법 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상근 형태로 활동하는 ‘공익전업변호사’, 그리고 일반 사건(민사·형사·기업 자문 등)을 수행하면서 공익 사건이나 공익활동을 병행하는 변호사다.

변호사 3만 명 시대. 이중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는 얼마나 될까. 사단법인 두루와 법률신문이 공동 조사한 결과,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전업 공익변호사는 117명으로 파악됐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 3만4660명 가운데 0.33%에 해당한다.

이들은 난민·이주민,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률지원과 제도 개선 활동을 수행하며 한국 공익법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재정,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공익변호사의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일반 변호사의 공익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공익변호사? 변호사라면 누구든 공익 활동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공익변호사’를 특별하고 유별난 존재로 가두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변호사법 1조 1항을 보면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모든 변호사가 공익변호사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변호사를 따로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는 변호사라면 누구나 공익인권 활동을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단지 그중 일부가 전업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 공익변호사의 역사는 약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고(故) 박원순 변호사가 설립한 아름다운재단 내부에 공익변호사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 출발점이다. 이 조직은 변호사 4명과 간사 1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독립해 현재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됐다.

공감 설립 초기 멤버인 황필규 변호사는 “당시에는 공익변호사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며 “이후 여러 공익법 단체와 활동 모델이 등장하면서 공익법 생태계가 조금씩 확장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공익변호사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 법조공익모임 나우가 진행한 ‘2025 공익변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명 가운데 연령대는 30대가 45.7%로 가장 많았다. 40대 38.6%, 20대 11.4%, 50대 4.3% 순이었다.

성별은 여성 65.7%, 남성 31.4%로 여성 비중이 높았다. 변호사 연차는 5년 차 이상 10년 차 미만(31.4%)과 10년 차 이상 15년 차 미만(30.0%)이 가장 많아 중견 실무 변호사들이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 형태를 보면 응답자의 84.3%가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고 있었고, 10%는 일반 변호사 업무와 공익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소속 단체의 형태도 다양하다. 변호사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가 36.2%로 가장 많았고, 로펌이 설립한 단체가 29.0%였다. 변호사와 활동가가 함께 설립한 단체(8.7%), 대학이 설립한 센터(8.7%) 등이 뒤를 이었다.

활동 영역 역시 폭넓다. 주요 활동 분야는 ▲아동·청소년(44.3%) ▲공익인권 일반(42.9%) ▲이주민(41.4%) ▲장애인(38.6%) ▲난민(31.4%) 순이었다. 여성(24.3%), 노동(2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14장래의 .3%), 환경(14.3%)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활동 지역은 수도권 편중이 두드러졌다. 주요 활동 지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2.9%가 ‘서울’을 꼽았다. 경기 지역(10.0%)을 합치면 공익 법률 지원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셈이다. 

◇ 낮은 급여·모금 부담까지…공익변호사가 버티기 어려운 이유

공익변호사들이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재정 문제다. 전·현직 공익변호사들은 활동 중 힘든 점으로 ▲장래가 불투명함(49.3%) ▲낮은 급여 수준(38.8%) ▲변호사 업무와 단체 실무의 병행(38.8%) 등을 꼽았다.

소속 단체의 재정이 부족할 경우 신규 후원자를 모집(66.0%)하거나 기존 후원자에게 후원 증액을 요청(47.2%)하는 등 모금 활동까지 직접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황필규 변호사는 척박한 후원 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공익변호사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영웅처럼 여겨지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각자가 선택한 진로일 뿐이지만 최소한 지속가능한 수준의 급여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공익변호사 급여가 로펌 변호사의 약 60%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지만 한국은 그보다 훨씬 낮다”며 “한국은 대형 재단의 지원 문화가 약해 로펌 기반 조직을 제외하면 대부분 풀뿌리 모금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강정은 변호사도 “공익법 활동은 제도 개선과 권리 옹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과를 수치로 보여주기 어렵다”며 “기부를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공익변호사 급여가 활동가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공익법 활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돼야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전업 공익변호사의 확충은 물론, 일반 변호사들이 자연스럽게 공익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구조적 지원과 튼튼한 재정적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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