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가이드라인)을 형식적으로 운영해 온 금융지주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 등 8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금감원은 2년 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도입하며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한 차례 강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범관행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이행된 뒤 운영 단계에서 편법으로 우회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금감원은 최근 현장점검을 통해 하나금융, BNK금융, 신한금융의 모범관행 ‘꼼수’ 이행 사례를 적발했다.
하나금융은 회장 후보 롱리스트 선정 직전에 이사의 재임 가능 연령(만 70세) 규정을 현 지주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해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BNK금융은 현 지주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후보자 접수 기간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연휴와 공휴일을 제외하면서 실질적인 후보 접수 기간은 닷새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은 BSM(이사회 구성 평가지표)상 문서 항목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평가 과정에서 외부 평가기관 등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활용하지 않은 채 설문 방식으로만 평가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 같은 개별 사례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점검 대상을 모든 은행지주로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경고한 만큼,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등을 엄격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점검 결과는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에 제도 개선 사항으로 반영된다.
현재로서는 금융사 회장 선임 절차 기간을 보다 강화하거나 장기 연임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위해 주주추천권 제도를 도입하고, 클로백(clawback)·세이온페이(stay-on-pay) 등 성과보수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모범관행의 일부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범관행은 금융사 내부 규정에만 적용돼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이에 따른 제재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다만 세부 사항까지 법률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과도한 규제가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범관행 강화와 지배구조법 개정을 병행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은행지주별 우수 사례와 개선 필요 사항을 발굴해 향후 추진할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에 반영할 것”이라며 “은행권과도 공유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