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가져오면 굿즈 드려요” 롯데백화점이 제안하는 ‘ESG 라이프스타일’은?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3> 롯데백화점
[인터뷰] 조아람 ESG공정거래팀 책임 

“백화점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고객들에게 ‘ESG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큐레이션(Curation)하는 큐레이터가 되자는 것이 롯데백화점의 핵심 전략입니다.”

롯데백화점 대외협력부문 ESG공정거래팀 조아람 책임은 자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철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 혼자만의 선행이 아닌, 고객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그의 임무다. 

롯데백화점 대외협력부문 ESG공정거래팀 조아람 책임은 “백화점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 곳”이라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고객들에게 ‘ESG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큐레이션(Curation)하는 큐레이터가 되자는 것이 롯데백화점의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조유현 기자

◇ 강남 침수 영상 보고 기획한 ‘리얼스 마켓’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4년 업계 최초로 ‘그린 롯데(Green LOTTE)’를 선언하며 환경 경영의 닻을 올렸다. 이후 ‘리조이스(RE:JOICE)’ 등 다양한 캠페인을 이어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든 2022년 환경재단과 손잡고 ‘리얼스(RE:EARTH) 캠페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조 책임은 “환경 활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며 “고객들의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리얼스 마켓(RE:EARTH MARKET)’이다. 쓰레기를 주워 오면 롯데백화점이 사회공헌 비용으로 구매한 제로웨이스트 상품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다. 

조 책임이 플로깅(Plogging)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22년 여름, 강남역 침수 사태 당시 접한 영상 하나였다. 그는 “저지대인 강남의 도로가 침수된 영상이었는데, 한 시민이 쓰레기를 치우고 하수구를 여니까 각종 이물질이 휩쓸려 내려가며 물이 빠지더라”며 “쓰레기가 엉키고 쏠려 배수로를 막은 것을 보며, 인위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정화하는 사람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리얼스 마켓’에 참여한 시민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롯데백화점

시작은 제주도 월정리 해변이었다.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combing)’을 테마로 잡았다. 조 책임은 “국내에서 바다 정화가 시급한 지역을 찾던 중 관광객이 많은 월정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리얼스 마켓은 롯데백화점과 환경재단 채널을 통해 캠페인 소식을 접한 참여자들에게 친환경 소재인 타이백 가방과 집게, 장갑, 생분해 봉투로 구성된 ‘리얼스 플로깅 키트’를 건넨다. 이후 참여자들이 주워온 쓰레기는 대나무 칫솔, 비건 선크림, 고체 치약 등 33개 브랜드의 제로웨이스트 굿즈로 교환되는 방식이다.

조 책임은 “팀원들과 점심시간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아이템을 발굴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해 판로를 지원하는 상생의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2024년 전주에서 진행한 ‘리얼스 마켓’의 굿즈들. /롯데백화점

반응은 뜨거웠다. 힙합 음악이 흐르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자 MZ세대가 몰렸다. “환경 보호가 거창한 게 아니라 재밌는 놀이 같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들 역시 “인지도가 낮아 판매가 쉽지 않은 상품을 백화점 고객에게 소개할 기회가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제주에서 시작한 캠페인은 이후 양양을 거쳐 서울 시청 광장, 잠실 롯데월드타워, 반포 한강공원 등으로 무대를 옮겨 ‘시티 플로깅’으로 확장됐다.

지난해부터는 ‘리얼스 위크(RE:EARTH WEEK)’를 도입, 백화점뿐만 아니라 아울렛, 쇼핑몰 등 전국 점포가 동참하는 ‘1점 1개소 환경정화 프로젝트’로 판을 키웠다. 자신이 사는 동네를 지인들과 함께 청소한다는 취지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쇄도했다.

2025년 6월 기준, 리얼스 캠페인의 누적 참여자는 1만7216명, 수거한 쓰레기양은 6만566L에 달한다.

◇ 명절 골칫덩이 보랭백, 명품 업사이클링 굿즈로 재탄생

명절마다 쏟아져 나오는 보랭백 처리 문제에도 롯데백화점만의 해법을 제시했다. 2022년 시작된 ‘보랭 가방 회수 프로모션’이다. 연간 약 16만 개가 배포되는 보랭 가방을 회수해 업사이클링(새활용)하는 자원순환 프로젝트다. 고객이 사용한 보랭 가방을 백화점 사은행사장에 가져오면 1개당 ‘엘포인트(L.POINT)’ 3000점을 제공한다. 수거된 보랭 가방은 상태에 따라 분류돼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제작되거나, 축산 브랜드 등에 기부된다.

롯데백화점이 자원순환 프로젝트로 보랭백 등을 수거한 뒤 ‘누깍’과 협업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들. /롯데백화점

특히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Nukak)’과의 협업은 큰 화제를 모았다. 조 책임은 “보랭 가방은 해체하면 면적이 작아 제품화가 어려운데, 디자인에 대한 고민 끝에 파우치, 피크닉 매트, 크로스백 등 11종의 굿즈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 제품들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 감사품으로 증정되거나, 크리스마스 마켓 등에서 재판매됐다.

◇ ‘임팩트 측정’ 도입…“착한 일 넘어 증명되는 가치로”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이러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성과를 정량적인 수치로 측정하는 ‘임팩트 측정’을 도입했다.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는 정성적 평가를 넘어, 구체적인 데이터로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조 책임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고, 어떤 이슈를 해결했는지 지표로 보여줄 때 더 많은 기관과 지역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조 책임에게 기업이 왜 환경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지 물었다. “지속가능성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만 잘 살겠다고 환경과 사회 문제를 외면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건강해져야 기업도 그 안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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