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옷 입은 시니어 모델들, ‘그물코 프로젝트 2025’ 개막

시민이 기부한 물건 2500점이 다시 탄생…자원순환·나눔 담은 전시
서울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서 11월 7일까지 

꽃무늬 바지에 데님 재킷, 프릴 치마에 민소매 조끼.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시니어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었다. 모두 버려진 옷과 천 조각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패션이다.

17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린 아름다운가게 ‘그물코 프로젝트 2025’ 개막식은 폐의류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패션쇼로 막을 올렸다. 시니어 모델 2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세대를 아우르는 워킹으로 자원순환과 나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한국패션예술인협회(더블유팀)에서 모델 수업을 받고 있는 시니어 학생들이다.

이들이 입은 옷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패션뷰티스타일스쿨 학생들이 낡은 재킷과 청바지 등을 재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은 오는 24~26일 헬로우뮤지움 중정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 패션쇼와 전시, 모두 ‘시민 기부 물품’으로 완성  

‘그물코 프로젝트’는 “우리는 모두 서로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아름다운가게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그물코’는 지구를 지키는 일 또한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이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시를 열고 있다. 다른 환경·업사이클링 전시와 달리 모든 작품은 서울 그물코센터에 시민이 기부한 물품으로 제작된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해체해 다시 순환시키는 구조다.

올해 전시 부제는 ‘Have a nice earth’. “지구와 더 나은 관계를 맺자”는 뜻을 담았으며, 헬로우뮤지움과 공동기획했다. 교보생명, 현대모비스,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후원했다.

◇ 500점의 오브제, 2000점의 섬유로 그린 지구의 초상

이번 전시에는 환경을 주제로 꾸준히 활동해온 두 작가가 참여했다. 구조적 오브제로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이경래 작가와, 섬유 작업을 통해 따뜻한 실천을 제안하는 김효진 작가다. 이 작가는 환경부 ‘플라스틱 없는 하루’ 기획전과 고덕수변생태복원지 전시 등에 참여했으며, 김 작가는 ‘친환경상품대전’과 이니스프리 ‘에코손수건 전시’ 등에 초청된 바 있다. 

이경래 작가는 청소기, 드라이기, 세제통 등 생활용품 약 500점을 활용해 소비와 폐기, 공동의 책임을 주제로 한 대형 설치작품 7점을 선보였다. 대표작 ‘침묵 2025’는 가위와 분무기, 세제통 등을 실로 감싼 형태로,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을 물 위에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로 매달아, 우리가 가는 길이 올바른지 잠시 멈춰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효진 작가는 약 2000점의 섬유를 활용해 ‘지구를 위한 두 번째 무대’, ‘이어짐의 지도’, ‘땅따먹기’ 등 다섯 점을 선보였다. ‘땅따먹기’는 면 티셔츠로 가득 찬 쇼핑카트 옆에 영수증이 길게 늘어진 작품이다. 영수증에는 ‘물 사용량 1350원’, ‘이산화탄소 3000원’, ‘소각 다이옥신 6000원’ 등 환경 비용이 항목별로 적혀 있다.

그는 “쇼핑카트에 담긴 소비의 흔적이 결국 쓰레기로 이어져 파괴를 낳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영수증에 적힌 기록은 미래세대가 치러야 할 대가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지속가능한 연결’의 의미를 담았다”며 “관람객의 마음속에 작은 생각의 실 한 올이라도 남아 함께 그물코를 엮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윤경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이날 “지난 23년간 아름다운가게가 나눔과 순환을 통해 물건을 재판매하고 재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시민사회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예술로 확장했다”며 “버려진 것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많은 분이 공감해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물코 프로젝트 2025’는 오는 11월 7일까지 서울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린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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