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된 폭염, 거세진 산불…글로벌 10대 기후 이슈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

산불·탄소예산·ICJ 권고…기후 임계점 경고음
EU 규제 완화 논쟁·미국 후퇴, 중국 ‘그린 파워’ 부상 속 COP30 시험대

“지금처럼 연간 40~50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인류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확보한 탄소예산은 2030년 전후 소진될 수 있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6차 보고서가 제시한 경고다.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는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이를 짚으며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눈앞의 현실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의 10대 기후 이슈를 ▲기후 임계점 ▲변화하는 리더십 ▲에너지 전환·기후금융으로 압축했다.

지 변호사는 먼저 기록적 산불을 올해의 첫 번째 신호로 꼽았다. 지난 3월 한국에서는 서울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불타고 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1조8000억 원에 달했다. 그는 “덥고 건조한 기상 조건에 강풍이 겹친 결과”라며 “기후변화로 이런 극단적 산불 발생 확률이 과거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경제적 손실이 수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어 탄소예산 문제를 짚었다. “현 수준의 배출이 지속되면 2030년 무렵 1.5℃ 한계선을 초과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충분히 감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탄소예산은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화석연료 매장량을 계획대로 소진하면 경제성이 사라지는 좌초자산 리스크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권고 의견을 통해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니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국제법상 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 변호사는 “국가 차원의 부작위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규제 입법의 필요성까지 확인됐다”며 “기후대응의 법적 구속력이 강화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리더십의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 차원의 감축 목표를 철회하고, 관세를 통해 타국의 기후 대응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개도국 지원 재원 축소 흐름은 프랑스·독일까지 확산됐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제도적 틀을 세팅했지만 산업계 요구에 따라 ‘옴니버스 패키지’를 내며 규제 완화 논쟁에 휩싸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과도한 완화는 금융 안정과 기후 리스크 평가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전기차·배터리 투자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며 ‘녹색 하드파워’를 ‘소프트파워’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궤도에 올랐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했고, 2025년 6월 EU에선 태양광이 처음으로 최대 전력원을 차지했다. 한국도 같은 달 전력수요의 4분의 1을 태양광으로 충당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가격은 2010년 kWh당 2571달러에서 2024년 192달러 수준으로 9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증설 규모는 169GW로 사상 최대였다.

지 변호사는 “GDP의 4%를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며 “현재 국방비(약 2%)의 두 배를 녹색전환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4년 기후금융 규모는 2조 달러를 돌파했다. 민간 투자 규모가 공공을 처음 앞지르면서 ‘스케일 업’의 원년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 변호사는 “투자 규모는 급증했지만 이행 거버넌스와 신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오는 11월 열릴 COP30에서 2035년 국가감축목표(NDC) 이행과 기후재원 확대, 정의로운 전환 설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확실히 투자해 그동안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길 기대한다”며 “향후 5년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와 과제가 동시에 놓인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업·시민사회가 협력과 결단으로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