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임팩트 스타트업의 IPO 도전, “투자자와 소통할 공통 언어가 필요하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8>
[현장] 임팩트 IPO가 마주한 과제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IPO(기업공개)는 흔히 ‘창업의 꽃’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임팩트 기반 스타트업이 IPO를 통해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자산관리기업, 벤처투자사, 그리고 IPO 경험이 있는 임팩트 스타트업 대표들은 “의미는 크지만 여전히 도전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행사에서는 이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의 카디라 캐피탈(Cadira Capital) 공동 창립자 겸 대표인 사카모토 카즈타(Kazuta Sakamoto), 신희진 교보증권 벤처캐피털 및 디지털자산 신사업개발본부장,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후미 스게노(Fumi Sugeno)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이하 SIIF) 임팩트 경제연구실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날 사회는 문건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심사역이 맡아 임팩트 IPO의 가능성과 현실적인 도전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17일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좌측부터 신희진 교보생명그룹 벤처캐피털 및 디지털자산 신사업개발본부장,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사카모토 카즈타 일본 카디라 캐피탈 공동 창립자 겸 대표, 후미 스게노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SIIF) 임팩트 경제연구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문건호=시장에서는 ‘임팩트 투자’와 ‘ESG 투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개념이 무엇이 다른가.

후미 스게노=‘임팩트 투자’는 사회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투자다. 기업이 어떤 임팩트를 얼마나 창출했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상장 전후에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내 임팩트를 측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또 임팩트 측정 데이터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공유해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면 ‘ESG 투자’는 ‘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운영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고려해 투자하는지가 ‘ESG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임팩트 투자는 미래를 더 장기적으로 보는 관점이지만, ESG 투자는 위험 관리의 측면이 강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문건호=임팩트 기반 스타트업이 IPO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김구환=전기차 충전 기반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을 진행하는 그리드위즈는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IPO 과정을 직접 겪으며 느낀 어려움은 재무 성과와 임팩트 성과를 균형 있게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팩트 스타트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다 보니 수익성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게다가 아시아 투자자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단기 수익률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임팩트 목표도 함께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사카모토 카즈타=유가 증권 시장에서는 기업의 수익과 주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팩트 개념을 주류화하기 위해서는 소통하기 위한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서 임팩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적은 이유는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전 임팩트 투자 전략을 관리하는 자산운용사 ‘카디라 캐피털’을 설립해 자산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임팩트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의 수도 늘려야 한다. 재정적 수익과 임팩트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 기업 가치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희진=2020년 출범한 교보증권 벤처캐피털 사업부는 3500억원 가량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대형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임팩트 투자를 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ESG가 이미 받아들여졌으니 임팩트 투자로의 유입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보증권의 경우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 계열의 증권사인 만큼 원금을 불린다기보다는 보존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기관의 성격에 따라서 투자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투자자를 임팩트 투자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업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 공동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처럼 서로 소통할 기회가 필요하다.

후미 스게노=SIIF는 일본 임팩트 스타트업의 IPO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임팩트 IPO와 관련된 사례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어려운 점은 바로 상장을 통해 만나게 되는 다양한 투자자와의 소통이다. 기존 임팩트 투자자와 달리 이들은 임팩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SIIF는 지난해 GSG 일본 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일본 주요 증권회사와 ‘임팩트 IPO 워킹 그룹’을 출범했다. 워킹 그룹에서는 임팩트 기반 기업이 상장 후에도 임팩트를 창출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 지침을 개발하고, 투자자에게 임팩트를 설명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면서 임팩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 참석해 발언하는 신희진 교보증권 벤처캐피털 및 디지털자산 신사업개발본부장의 모습.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문건호=그렇다면 임팩트 IPO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후미 스게노=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와 정확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적절한 핵심 성과 지표(KPI)를 설정한 뒤 표준화된 척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인 지표와 함께 환경과 관련된 표준화된 임팩트 지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성적인 정보도 시장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임팩트 기반 기업도 그들만의 고유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임팩트 기반 기업이 IPO를 통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와 임팩트를 달성해 낸 사례도 필요하다. 이미 상장한 기업이 임팩트를 창출하는 경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공개 주식 시장에서 임팩트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소통의 열쇠다.

신희진=ESG 투자에서 ESG와 관련해 부정적인 산업·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하듯, 역으로 임팩트를 창출하는 기업은 포함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을 도입했으면 한다. 이런 기준이 전체 투자 기관으로 이어지면 더 지속가능한 임팩트 투자 관점을 확산할 수 있다. 결국 벤처캐피탈부터 대형 기관 펀드까지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임팩트 투자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에는 특정한 임팩트 기반 기업이 IPO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상장한 모든 기업이 임팩트를 내재화하기를 바란다.

카즈타=성공사례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특히 임팩트 기반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 낸 사례가 필요하다. 결국 시장에서의 매력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 공동체의 지지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긴 단계는 아니지만, 카디라 캐피탈은 일본 주식 시장에서 임팩트 기반 기업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현재는 일본의 벤처 투자자들과 이야기하며 임팩트 IPO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김구환=기업 관점에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은 정보가 부족하다. 먼저, 임팩트 투자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투자자 또한 어떤 임팩트 스타트업이 상장을 준비하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정보가 공유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만나서 대화하면 좋을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연결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임팩트 기반 스타트업이 협력해 한국 주식 시장에서 더 큰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22년 국내 에너지 혁신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너지중소혁신기업협회를 설립했다. 협회장으로서 국내 에너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관련 정책을 제안할 방침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공동체와 기관이 많이 조성됐으면 한다.

제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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