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메탄 주범 ‘소 트림’ 95% 줄인다”… 빌 게이츠, 호주 스타트업에 148억원 투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소 트림’을 줄이는 호주 스타트업에 1200만 달러(약 148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24일(현지 시각) 가디언·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2015년 설립한 청정에너지 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BEV가 이번에 투자한 곳은 호주 스타트업 ‘루민8(Rumin8)’이다. 루민8은 가축 사료첨가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해당 첨가제에는 붉은색 해초인 홍조류가 함유돼 있어 메탄 발생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앞서 루민8은 자사 실험 결과, 이 사료 첨가제를 소에게 먹일 경우 소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최대 95%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는 트림과 방귀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6억 마리의 소에서 매년 2억t가량의 메탄이 방출된다. /조선DB
소는 트림과 방귀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 /조선DB

데이비드 메시나 루민8 CEO는 “우리는 계속해서 우수한 실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농업국가들에 합리적인 가격대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투자를 집행한 BEV 관계자는 “축산업은 대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하지만, 가축은 핵심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그 시장 규모를 줄이는 게 힘든 실정”이라며 “축산업 밸류체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 이상 강하다. 소와 양 등 반추동물은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트림을 하며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소 한 마리가 1년에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약 100kg에 달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71억510억tCO₂e(이산화탄소 환산톤)이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정부는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메탄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호주는 2030년까지 메탄 방출량을 30% 감축하는 내용의 ‘국제메탄서약’에 합류하기로 했다. 국제메탄서약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 세계 100여 개국 정상들이 합의한 서약이다. 전문가들은 국제메탄서약이 제대로 시행되면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0.2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웃 국가인 뉴질랜드는 2025년부터 가축의 트림 등 농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메탄 배출로 발생하는 추가 세금은 농가 발전을 위한 연구, 개발, 자문서비스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가축의 메탄 배출에 비용을 매긴 건 뉴질랜드가 처음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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