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이 15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탈석탄 지원 계획을 담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파트너십(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서명했다. 참여한 국가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6개국 등 총 9국이다. 향후 3~5년간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각 100억 달러씩 조달해 총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JET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네트워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의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개도국을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합류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개도국의 에너지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출범했다.
JETP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과 EU, 미국 독일, 프랑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3~5년 동안 총 85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한다. 정의로운 전환에는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생계를 보호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탈석탄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와 지역사회 보호, 광산 부지 용도 변경, 양질의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술 혁신 등을 마련한다.
지난 6월에는 G7 국가가 동참을 선언했다. 개도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세네갈이 추가 지원 대상 국가로 결정됐다. G20에서 인도네시아와의 협약이 성사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기존 목표 시기보다 10년 앞당겨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지형 특성상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베트남에는 50억 달러(약 6조5500억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인도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인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3위권이지만 석탄발전을 폐쇄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인프라부터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내년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네갈은 아직 협상 초기 단계다.
기금은 선진국이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을 마련해 개도국 정부에 전달한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개도국 정부의 지출을 감시할 장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시장 형성 초기부터 자국 기업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참여 의사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베트남 사업을 주도하는 영국이 우리나라 참여 의사를 묻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었고 아직 사업 절차도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