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시행 1년 앞…해법은 ‘지역’에

현장 준비 미흡 지적 속, 협동조합 기반 대안 모델 주목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세미나서 통합돌봄 과제 점검

정부가 제정한 ‘돌봄통합지원법’이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준비와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과 지역사회 주도형 통합돌봄 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는 9일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지역 중심의 통합돌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제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지역 기반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과 임신화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 “병 생기기 전부터 돌봐야…협동조합 모델 주목”

2024년 3월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은 고령자, 장애인 등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방문진료, 간호, 식사, 청소, 주거개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종한 회장은 “법이 있다고 해서 돌봄이 작동하는 건 아니다”라며 “실제 돌봄을 제공할 지역 주체가 없다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의료 취약 지역인 농촌의 상황을 언급하며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공공의료 인프라는 오히려 줄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중은 2008년 6.3%에서 2019년 5.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민간의료기관 수는 오히려 1만4000여 곳 늘었다.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9일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세미나에서 “법이 있어도 실제 돌봄을 제공할 주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지방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직접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유현 기자

임 회장은 그 대안으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협동조합은 지난 30년간 방문진료, 도시락 제공, 생활돌봄 등을 주민들과 함께 수행해 왔으며, 현재 전국 30여 개 지부, 6만여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그는 “현재 의료 시스템은 진료량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예방 중심의 돌봄은 작동하지 않는다”며 “협동조합 모델은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돌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일본, 영국처럼 지자체와 비영리 조직이 협력해 복지 인프라를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장애 돌봄, 더는 가족에게만 맡겨선 안 돼”

“통합돌봄은 제도가 아니라 삶입니다. 가족에게만 책임을 지운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임신화 이사장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돌봄 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제도는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교육도 부실해, 장애 자녀 돌봄이 오롯이 가족 몫이 되는 구조”이며 “이제는 이웃과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주체, 공공기관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주거코치’ 양성 제도를 제안했다. 주거코치는 독립생활을 시작한 발달장애인의 위생관리, 금전관리, 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임 이사장은 “현재 활동지원사는 이론 40시간, 실습 10시간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전문인력이라 보기 어렵다”며 “장애 특성과 현장을 이해한 실질적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임신화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9일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세미나에서 “돌봄은 단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관계를 엮는 일이며, 협동조합은 그 관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그가 이끌고 있는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의 장애 자녀 부모, 당사자, 관련 종사자들과 함께 발달장애지원이종협동조합연합회를 꾸리고 민간 차원의 주거코치 자격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임 이사장은 “돌봄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관계를 엮는 일”이라며 “협동조합은 그 관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일이고, 이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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