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협력, 장애인을 중심에 두라”…국제사회, ‘15% 장애포괄’ 선언에 한국도 동참

세계장애정상회의(GDS) 2025 결의문 채택
한국, ODA 사업 중 15% ‘장애인 포용’ 목표 합의

“장애인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5 세계장애정상회의(이하 GDS)’에서 전 세계 149개국, 3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국제개발협력의 전환을 촉구했다. 개발과 인도적 지원의 전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자는 선언이다.

이번 GDS는 독일·요르단 정부와 국제장애연합(IDA)이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로,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됐다. 유엔기구, 개발은행, 시민사회단체, 정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밀알복지재단, 엔젤스헤이븐 등 한국국제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DiDAK) 소속 단체들과 김미연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오준 KOICA 자문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 “15% 이상은 장애인 포용 사업에”

이번 회의의 핵심 결과물은 ‘GDS 2025 결의문(암만-베를린 선언)’이다. 결의문에는 각국의 개발협력 예산 중 최소 15%를 장애인 포용을 직접 목표로 한 사업에 투입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을 포함한 68개국 정부와 92개 국제기구·기관이 서명했다.

오준 자문위원장이 3일 열린 ‘공직과 의사결정에서의 장애인 참여와 대표성’ 세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결의문은 또 장애인단체의 참여 보장,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공공 예산 확대 등 구체적 이행 원칙도 담았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고, 실행 여부는 각국의 의지에 달렸다. 이리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국장은 “국제위기와 ODA 예산 삭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장애주류화가 일반 예산 안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결의문 이행의 구체성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장애는 복지 아닌 국제협력의 기준…접근성과 대표성, 함께 가야”

회의에선 장애포괄적 접근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미연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은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려면 AI 등 디지털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포레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EU는 모든 제조·수출 제품에 디지털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테판 트로멜 국제노동기구(ILO) 장애 선임전문가는 “디지털 시대는 양면성을 지닌다”며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오히려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열린 ‘공직과 의사결정에서의 장애인 참여’ 세션에서 오준 KOICA 자문위원장은 “정치와 공직 분야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확대하려면 물리적·제도적·인식적 접근성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 장애인 할당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당사자 관점을 반영하고, 비장애인의 차별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채택된 암만-베를린 선언에 대한민국 또한 참여해 개발협력 프로젝트 중 최소 15%가 장애인 포용을 직접 목표로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국제개발에서 장애는 부차적 영역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며 “중동과 아프리카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만큼, 아시아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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