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없이 국정 없다”…전문가 6인이 짚은 다음 정부 과제 [6·3 대선 정책 제언]

[특집] 제 21대 대선, 기후정책 전환점 될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홍수와 산불 등 기후 재난이 이어지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 말까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해, 새 정부의 기후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선이 기후 대응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국내 대표 민간 영역의 기후 전문가 6인에게 ‘차기 정부가 이행해야 할 핵심 기후정책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이름 가나다순)

김민 빅웨이브 대표

“다음 정부의 핵심 과제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수립과 이행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약속이 아니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에 따라 입법과 정책으로 실현해야 할 법적 의무다. 아울러 청년 세대가 이 과정에 목소리를 내고, 기후 대응 과정에서 어떤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산업의 쇠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어떤 직무가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는 일자리인지, 또 일할수록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에 대한 기후 대응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등 외부 변수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21대 대선에서는 기후와 경제를 함께 고려한 ‘위기 속 기회’형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의 위기 전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트럼프 시대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급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글로벌 RE100 요구에 부응하는 ‘재생에너지 산단’으로 조성하고, 철강 산업의 수소환원제철 전환, ICT 기반 에너지 스타트업을 뒷받침할 전력망 고도화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신근정 기후정치바람 대표

“다가오는 대선에서 외교와 경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관통하는 무역 분야에서 ‘탄소 배출’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중국과의 산업 경쟁 속에서 RE100과 배출권 거래제는 이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또한 수도권 반도체 개발과 호남권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송배전망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공약도 주목받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에서는 시민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한 행정부처 개편 역시 대선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태양광, 녹색교통 등 탄소중립 기반의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고, 배출권 전면 유상할당으로 확보한 재원을 중소기업의 기후 대응 역량 강화에 활용하는 등 실질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조기 대선에서 기후·환경 이슈는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쾌적한 환경은 곧 강한 경제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로,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를 외면할 경우, 의성 산불과 같은 재난이 일상이 될 수 있다. 기후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이를 전담할 정부 조직은 부재한 상황이다. 전면적인 부처 개편이 어렵다면 대통령실에 기후환경수석을 두고, 부총리급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방식의 실행력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권한을 위임해 지역 기반의 실질적 감축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닌다’는 문장을 헌법 1조에 담겠다고 밝히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차기 대선 주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단순한 환경 정책 차원이 아닌, 경제와 산업의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의 94%는 에너지와 산업 부문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재 기후 정책은 환경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실행력에 한계가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EU의 그린딜, 중국의 1+N 정책처럼,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산업·에너지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해야 하지만,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에 그친다.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이 전력의 최소 30%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기후 정책 기능을 결합한 ‘기후경제부’ 신설 등 부처 개편을 통해 산업 전환과 에너지 전환을 연계한 체계적 대응을 제안한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기후 의제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또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부 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협업이 어려운 만큼, ‘기후에너지부’와 같은 통합형 부처 개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 그리고 장관의 추진력이다. 공급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시급하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 오히려 대형 제품 소비를 부추겨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낳는 사례도 있다. 기술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민의 행동 변화 없이는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IPCC 6차 보고서 역시 수요 감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선택과 행동만으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40~7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기 정부는 시민과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생활 방식의 전환을 이끄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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