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없인 수출도 없다”…박상인 교수 ‘동남권 RE100 산업단지’ 제안

“RE100 산업단지가 수출 경쟁력 살릴 열쇠”
동남권에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클러스터 조성 제안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탄소 규제와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서울대 박상인 교수 연구팀이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해법으로 ‘동남권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박 교수 연구팀은 31일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녹색산업정책’ 보고서에서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에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녹색정책”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박상인 교수 연구팀이 31일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녹색산업정책’ 보고서는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와 중국의 기술 추격을 극복하기 위해 동남권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Freepik

보고서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청정경제법(CCA), 해외오염관세법(FPFA) 등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제품 생산 과정뿐 아니라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까지 규제하고 있어, 수출 기반 한국 제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분야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2010년대까지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최근 들어 대만 TSMC와 중국 기업의 공세로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최근 6년간 1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며, 탈탄소 기반의 제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는 ‘전력의 청정성’이 곧 수출 경쟁력”이라며 “한국이 공급망 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력 부문의 간접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동남권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동남권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의 중심지였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제조업 공동화 현상으로 쇠퇴 위기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이 지역의 제조업 부가가치가 2015년 대비 22.94% 감소하고, 수출 규모도 약 5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한 친환경 단지가 아닌, 한국 산업을 되살리고 지역 경제를 회복시키는 핵심 전략”이라며 “지속가능한 생산환경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전략 산업에 공급하는 국가 차원의 전력망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수도권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를 들어 “현 클러스터는 LNG 화력 중심의 전력공급과 포화된 송전망으로 인해 장기적인 수출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산업단지를 동남권에 조성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며 전략적”이라고 진단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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