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전기 8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독일, 일자리 창출 효과도 有
에너지 전환 토론회서 “정치적 의지·제도 개혁이 관건” 목소리
AI 산업 확대와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추가 건설 없이도 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독일의 에너지 전환 사례를 근거로, 한국형 전력시장 구조 개혁과 지역 분산형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수요 대응 전략’ 토론회에는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이 기술보다 정치와 제도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토론회는 사단법인 지구행동, 에너지전환포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치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2040년 석탄발전 퇴출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418TWh는, 국내 태양광·풍력의 시장 잠재량(666TWh)만으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전력망 구조 혁신 ▲지역 에너지 가격 자율화 ▲공간은행 도입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독일 사례가 보여준 가능성…“일자리도 늘고, 온실가스도 줄었다”
염광희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독일은 산업 구조, 수출 의존도 측면에서 유사하다”며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54%까지 끌어올리며 2억5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40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2024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320억 유로(약 46조원)에 달한다.
독일의 2035년 전력시스템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소비의 80% 충당이 가능하며, 간헐성 보완을 위해 급전가능 발전설비 존속, 저장시설 확충, 수요관리, V2G(전기차 배터리 활용) 등과 함께 전력망 요금제도 개혁, 지역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통합적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이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하며 특히 데이터센터 등 전력다소비산업 유치에 따른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니스 블로흐 주한 독일대사관 경제참사관은 “독일은 2030년까지 총 전기 소비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계획된 전력망 확장과 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저비용 통합과 높은 전력 공급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전력 시장 개편과 산업 재배치가 열쇠
독일이 보여준 전환 가능성은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와 에너지 체계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국 역시 제도와 의지만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된 유럽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50%에 도달하면서 유연성 확보가 과제가 되고 있다”며, “국내처럼 고립된 전력망에서는 한전의 수직 독점 구조를 개편하고 지역·시간별 가격 신호를 통해 수요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대규모 전력다소비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호남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분산형 에너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은 “원전 없이 살아가는 나라는 많지만, 에너지 전환 없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두 RWE 리뉴어블 코리아 사업개발본부장은 독일의 해상풍력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 주도 계획입지, 통합 입찰제도, 송전망 운영사의 책임준공 보장 등이 핵심”이라며 “해상풍력특별법을 통한 정부 주도 계획입지가 대한민국 해상풍력 확대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로 ▲원전 추가 없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 ▲전력시장 구조 개혁과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정부 주도 해상풍력 계획입지 제도화 ▲주민참여형 사업 모델 확대 등을 제시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