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 교통약자 이동권을 위한 예산의 90%가 저상버스 도입에 편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콜택시나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 장거리 이동 수단에는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5일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토교통부의 지난 5년간 교통약자 지원 예산을 분석한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획재정부가 ‘열린재정’을 통해 공개한 자료와 국회 예산안 자료를 참고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예산은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 지원 ▲BF(Barrier Free) 인증사업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등의 세부 사업으로 나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사업 예산은 2014년 435억원에서 2017년 362억원으로 매년 삭감됐다. 그러다 2018년부터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예산으로 전년도(727억원)보다 약 2배 증액된 1531억원을 기재부에 요청했으나, 기재부는 440억원을 삭감한 1091억원을 정부안으로 정했고 이 금액이 국회에서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이 금액의 90%를 저상버스 도입사업 예산으로 배정했다. 저상버스 도입 금액의 50%(서울은 40%)를 지자체에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내버스는 해당하지만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제외된다.
나머지 항목에는 배정된 예산 비중이 작았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콜택시 등을 지원하는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사업 예산은 93억6100만원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사업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에 불과했다.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부분도 있었다.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 지원사업의 올해 예산은 5억원으로, 2019년 이후 매년 감소했다. 해당 사업은 주로 휠체어 탑승설비나 고정장치 등이 설치된 고속·시외버스 운행을 지원한다. 2021년에는 8대 버스에 보조금을 100% 지원했지만 올해는 지원 보조율을 50%로 낮췄다.
시외·고속버스 여객터미널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환경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BF 인증사업은 2015년 이후 연평균 0.8%씩 예산이 감소했다. 2015년 4억8000만원에서 2022년 4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 사업은 인증제도만 8년째 진행 중이며, 실질적으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고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 저상버스 도입 같은 적극적인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연구가 아니라 실행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통약자의 기차 할인금액을 보상해주는 PSO 보상사업은 2018년 3238억원에서 2022년 3845억원으로 연평균 4.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앙정부 총 지출이 연평균 9.1%, 보건복지분야 지출이 연평균 10.8% 증가한 것에 크게 못 미친다.
보고서는 “국가는 생활 편의에 필수인 기반 시설과 최소한의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통약자는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이동에 제약을 가진 모든 이들을 말한다”며 “고령 인구 비율이 17.3%에 달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 현황을 고려할 때, 교통약자 지원사업의 확대는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