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 여성도 빠졌다”…기후정책 결정, 이대로 괜찮나

녹색전환연구소, 국회서 ‘2035 NDC 목표 수립’ 토론회 개최
기후 정책 수립 과정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 포함해야

“한국의 기후 대응은 정책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젠더 관점, DEI 원칙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새로운 기후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장이 강조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녹색전환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공동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토론회는 최창민 플랜1.5 변호사가 현재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논의 현황을 소개하며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기후헌법소원 판결을 언급하며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져야 할 법적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탄소 예산과 배출량 관리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행 기후정책 결정 구조의 폐쇄성과 비대표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35년 NDC 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국제 기준과 달리 ‘젠더’나 ‘사회적 포용’ 관련 항목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7월까지 NDC를 제출한 61개국 중 89.1%가 젠더 이슈를 포함했다.

김주온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원칙을 반영하지 않으면, 기후정책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으로 왜곡될 수 있다”며 “정책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정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2기 탄녹위는 위원장 2명(국무총리·민간위원장)을 포함해 총 58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위촉직 위원 71%가 교수 또는 연구자 출신이다. 김 연구원은 “시민사회, 청년, 여성, 농민 등 다양한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여성 몇 명, 청년 몇 명을 위원으로 넣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김주온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현장에서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오용석 팀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기후시민의회를 통해 수개월간 공론을 거쳐 정책을 도출하고 있다”며 “한국도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넘어, 기후시민의회를 상설화해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숙의 기반의 기후 거버넌스 실험이 이뤄진 사례가 소개됐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경기기후도민의회 숙의 공론의 경험’을 주제로 발표하며,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에서 운영한 ‘경기기후도민의회’ 사례를 공유했다.

이 도민의회는 경기도민 158명이 참여해 총 5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했으며,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검토하고 실제 정책 의견을 도출해 제출했다. 김 사무처장은 “경기도가 관련 계획과 예산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줬기 때문에, 도민들이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정보 공유와 권한 위임이 정책 참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청년·여성·노동·에너지·연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기후정책 수립 과정에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오늘 나온 제안들을 정리해 기후특위와 함께 사회적 논의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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