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7일(금)

“탄소중립, 구호만으론 안 된다” 기후전담부처 신설, 해법 될까

[이슈&해법] 온실가스 감축 속도 ‘빨간불’
탄소중립 예산, 기후전담부처가 통합 관리해야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감축 속도로는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할 기후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기준 감축은 7.6%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한국의 202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430만 톤으로, 2018년 대비 7.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조정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의 94%는 에너지·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역시 정책 조정 권한이 부족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선진국이 갖춘 탄소중립 실행 체계, 한국은 어디에?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에너지·산업 정책을 통합한 ‘기후경제부’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탄소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5일 국회에서 진행된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할 기후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전환연구소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전담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경제부에 기후보호 기능을 추가해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를 신설했으며, 영국은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를 출범시켰다. 두 국가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각 65%, 68%로 설정했으며, 현재까지 41.6%, 50% 가량 줄였다. 이탈리아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 업무를 통합한 ‘생태전환부’를 프랑스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를 합친 ‘생태포용전환부’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탄녹위를 독립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이유진 소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되면 감축 목표 미달 시 강력한 이행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며 “기후 예산 수립과 정책 협의 과정에서도 실질적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독립적인 기후위원회를 운영하는 동시에 기후시민의회를 통해 시민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탄소중립 예산, 실효성 높이려면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탄소중립·녹색성장 지원에 총 89조 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별 사업별 예산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실질적 감축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에너지 기술 개발, 저탄소 생태계 조성 등 핵심 예산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기후전담부처를 신설할 경우, 각 부처의 모든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 관점에서 편성·집행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부처별 예산 중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항목만 합산하는 방식이지만, 국가 재정 전반이 기후와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기후전담부처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다른 부처들의 예산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기후대응기금을 탄녹위로 이관해 탄소중립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재부는 기후 대응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에 기후 재원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각 부처가 기후 대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탄녹위가 보다 적절한 감독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그리고 플랜 1.5가 공동으로 주관했으며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이 주최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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