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회성과인센티브(SPC) 10년 기념식 현장
사회적기업가들이 밝힌 변화의 증거
“대한민국에서 휠체어가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 대부분에게 저희 제품을 보급할 수 있었던 건, 사회성과인센티브(이하 SPC) 덕분이었습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규제나 복잡한 절차 없이 인센티브를 받아, 제품 개발과 양산에 투자할 수 있었어요.”
지난 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PC 10주년 기념식’에서,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심 대표의 회사는 저렴하면서도 기능성을 갖춘 휠체어를 만들어 보급해온 사회적기업이다. 그는 “인센티브 덕에 사회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10년간 468개 사회적기업, 총 715억 인센티브 지원
이날 행사는 SK가 2015년 시작한 ‘SPC 프로젝트’의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SPC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 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사회적 가치도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지속가능하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지난 10년간 SK는 468개 사회적기업에 총 715억원을 인센티브로 지원했다. 이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2023년까지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SPC를 제도화하는 첫 지방정부가 됐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은 더 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어나가는 시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는 ‘SPC 어워드’ 시상식도 열렸다. ▲리맨(SPC TOP SV 창출상) ▲트래쉬버스터즈(SPC 지속성장상) ▲네츠모빌리티(SPC 루키상) ▲수퍼빈(SPC 넷제로 챌린저상) ▲피치마켓(SPC 포용사회 리더상) ▲닷(SPC 사회문제 이노베이터상)이 각각 수상했다. 지방정부 중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SPC 제도정착상’을 받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SK와 협력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지금은 SPC가 조례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느린 학습자 전용 콘텐츠·점자 스마트워치…SPC가 촉진한 사회 변화
SPC 참여 기업들의 성과 공유도 이어졌다. 수퍼빈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생원료로 만드는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네프론’은 재활용품을 투입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기기다. 이 기기를 통해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도 적극적으로 재활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수퍼빈은 경기도 화성에 폐플라스틱 공장과 문화공간을 함께 조성하며 순환경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김정빈 대표는 “SPC는 금전적 지원을 넘어, 우리의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말했다.
피치마켓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어려운 철학서나 고전문학을 아동용 책 수준으로 풀어내 독서 문턱을 낮췄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느린 학습자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육자 양성과 커리큘럼 개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함의영 대표는 “SPC 참여 이후 ‘몇 명을 지원했느냐’가 아닌, 이들이 어떤 성장을 했고, 우리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느린 학습자가 많은 곳에 직접 찾아가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해 소년원과 보육원에서 교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닷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와 촉각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이들의 ‘닷 패드’는 글자는 물론 도형과 영상, 표까지 촉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닷은 미국 교육부에 150억원 규모의 기기를 수출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직업재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김주윤 대표는 “우리 같은 기업이 나무라면 SPC는 빛과도 같다”며 “이 빛이 있어야 울창한 숲이 만들어지고, 세상을 바꾸는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SPC는 이제 실험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집합적 임팩트 수단으로서 SPC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