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사회혁신발언대] 공적마스크 공급과 공정무역
[사회혁신발언대] 공적마스크 공급과 공정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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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코로나19가 가져온 마스크 대란. 너무 급작스럽게 터진 일이라 물량 준비가 부족했던 것일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마스크 시장을 통제하지 못했다. 정부는 긴급한 개입을 통해 수출량을 통제하고, 무자료 거래에 따른 세금 추징 경고로 창고에서 잠자던 마스크 배포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자기 마스크를 한 달간 양보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일어나고, 시민들이 재봉틀로 면 마스크를 제작해 취약 계층에게 무상으로 보내주고 있다는 미담도 들려온다. 보이지 않는 손은 비록 마스크의 분배를 통제하진 못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하나씩 호명한 것이다.

공정무역에 오래 몸담은 필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공정무역 현장과 너무나 닮았음을 느낀다. 공정무역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커피 농부들에게 제값을 줘 시장에 대비하게 하는 것, 커피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게 두지 말고 커피 농부들이 살아갈 만큼의 기본소득을 지켜줄 수 있는 선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왜 이런 개념이 생겨난 걸까?

1980년대 후반, 시장은 커피 가격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세계커피위원회의 가격 협상 결렬로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서 커피 농부들의 생계는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 만약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역량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커피의 과다 생산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해 작물 전환을 위한 교육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그 기간을 견딜 수 있도록 기존에 생산된 커피를 정부 주도하에 사들여도 된다. 또는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들이 연합해 커피 소비국과 가격 협상을 벌여 농부들이 시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지만 대신 글로벌 시민사회가 움직였다. 커피 생산지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커피 농가의 비참한 사정을 교회에 알렸고, 교회가 무엇이라도 하자며 수공예품과 커피 등을 수입해서 직접 팔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힘을 합쳤다. 커피 품질 향상을 위한 ‘커핑랩’ 운동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시장가격에 흔들리는 저가 커피가 아니라, 시장가격을 주도할 수 있는 ‘구르메(gourmet) 커피’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각국의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호혜적 무역과 거래를 통해 연대하는 ‘공정무역’의 개념을 창안하고, 품질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ODA나 민관 협력을 통한 ‘개발협력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도 이 연장선에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다층적으로 드러냈다. 공공이 무엇을 규제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경쟁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향후 코로나19가 호출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논의하고 풀어가는 공론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소외되고 뒤처지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경제 영역에서 시범적으로 풀어왔던 공정무역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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