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기견 입양하면 ‘1년 면세’…싱가포르, 중성화시키면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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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반려동물세’, 다른 나라 상황은?

세금, 견주에게 책임감 키워
무분별한 입양 막을 수 있어

獨, 맹견 키우면 무거운 세금
네덜란드, 보유세 걷는 만큼
건강검진 무료 등 복지 탄탄

‘반려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에서는 반려견이 버스를 타고 식당과 호텔을 자유롭게 출입한다. 개 전용 대중교통 패스(하루 3유로)도 있다. 반려견을 사람처럼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반려견의 건강 정보가 담긴 여권 발급을 의무화했다. 세금도 낸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헤이그시(市)에서 개 한 마리를 키우려면 연간 124유로(약 16만원)를 내야 한다. 이른바 ‘개세금(Hondenbelasting)’이라고 불리는 ‘반려동물 보유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처음 언급되면서다. 농식품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갑작스러운 과세 논란에 우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은 해외는 어떨까. 반려동물 보유세를 시행 중인 주요 나라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독일에선 지역·견종 따라 세금 차등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보호법이 작동하는 국가다. 반려동물 보유세도 유럽 국가 가운데 비싼 편에 속한다. 권한은 지방정부에 있고, 지역마다 세액이 다르다. 수도 베를린은 한 마리당 연간 120유로, 쾰른은 156유로, 프랑크푸르트는 102유로 등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될 경우 거주한 월수만큼 세금을 계산하고, 새 주소지에서는 해당 지역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

도시마다 기본 세액이 명시돼 있지만 견종, 무게, 세대별 마릿수 등에 따라 내야 할 돈은 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반려동물 보유세에 국내 전기요금처럼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에서는 첫 번째 반려견에 120유로(약 16만원), 두 번째 반려견부터는 50% 가산된 180유로를 부과한다.

맹견에는 훨씬 무거운 세금이 매겨진다. 프랑크푸르트는 맹견 한 마리당 9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11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뮌헨 역시 기본 세액은 80유로지만 위험 견종에 대해서는 10배 많은 800유로의 세금을 부과한다.

물론 예외 규정이 있다. 안내견·구조견·경찰견 등 사회에 기여하는 개는 면세 대상이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장애가 심한 개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다. 사육자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보유한 개도 세금 면제 대상이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동물보호기관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면 세금을 1년간 내지 않아도 된다. 반려견에 세금을 매기는 다른 나라도 비슷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반려견이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 세금을 감면해 주고,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노인 견주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 동물권연구단체 PNR의 공동대표인 서국화 변호사는 “세금은 견주들에게 부여되는 최소한의 법적 책임”이라며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물론 예비 견주들도 반려동물 입양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입양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도 무료…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 운영

지난해 4월 발표된 독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독일의 반려견 세수는 3억5942만유로(약 4700억원)에 이른다. 높은 세 부담에도 독일의 반려견 수는 약 800만 마리에 육박한다.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반면 유기 동물은 당국이 파악하지 않을 정도로 드물게 발생한다. 개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가정은 정식 파양 제도를 통해 약 100유로를 내고 절차를 밟는다.

네덜란드도 독일만큼이나 유기견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 355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3개에서 반려동물세를 시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세금을 걷는 만큼 다양한 동물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 비용을 지원하고,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도 무료로 제공한다. 또 공원마다 배변 봉투를 마련하고, 개똥을 버릴 수 있는 전용 쓰레기통도 설치했다. 반려견 전용 쓰레기통은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연둣빛으로 통일돼 있어 견주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반려인들이 낸 세금은 동물보호소 운영을 지원하는 데도 쓰인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동물보호소에서는 질병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소에서 죽을 때까지 생활하는 개도 있다.

미국 뉴욕시는 매년 34달러(약 4만원)의 ‘반려견 자격증(Dog License)’을 갱신하는 것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중성화 수술을 받았을 경우 8.5달러(약 1만원)로 세금을 확 낮춰준다. 반려견을 시 당국에 등록하면 인식표를 지급하는데 외출할 때 반드시 목줄이나 하네스에 달아야 한다. 인식표를 분실해 재발급받으려면 1달러, 세금을 내지 않고 연체했을 땐 2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동물복지 신호탄’ 반려동물 보유세, 공론화 과정 거쳐야

반려동물 보유세가 있는 국가들도 한때 유기견으로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반려견은 부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광견병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개를 내다버렸고 거리엔 유기견이 넘쳤다. 당시 독일이 광견병 유행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반려견에 대해 과세했고 이웃 국가로 확산했다. 1970년대 들어 광견병이 어느 정도 잡히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도 점차 사라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취향에 따라 쉽게 입양하고 유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1987년 반려견 보유세를 폐지했다가 크리스마스 이후 선물로 주고받은 반려견이 유기되는 사례가 늘면서 최근 반려동물세 부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영국 정부가 내놓은 세액은 100파운드(약 15만원)다.

국내에서도 유기 동물 문제는 심각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유기 동물 수는 2016년 8만8636마리, 2017년 10만1076마리, 2018년 11만8766마리, 지난해는 13만3517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기 동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만4963마리(자연사 3만4499마리, 안락사 3만464마리)가 생명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예산을 마련한다는 건 앞으로 동물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농식품부가 내놓은 동물복지 종합계획은 ‘보유세 도입 검토’라는 키워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안이 없어 혼란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세금이 동물복지나 유기 동물 방지의 재원으로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내에서도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앞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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