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직격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① 비영리단체 ‘별점’ 첫 시도… 그 향방은?

[직격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①

한국가이드스타_별점

비영리단체에 ‘별점’이 매겨진다. 한국가이드스타는 2월 공익법인의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별점을 매기는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비판과 논란, 우려와 기대감의 한 중심에 선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사진>을 지난 12일 전격 인터뷰했다.

박 사무총장은 “평가받는 대상에게 환영받는 평가는 없다”며 “비영리 생태계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가이드스타 제공
ⓒ한국가이드스타 제공

ㅡ미국 채리티 내비게이터처럼 비영리 공익법인 평가에 별점을 매기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2015년 미국에서 암 환자를 지원하는 큰 규모의 비영리단체 4곳의 대표가 구속당하고 단체는 청산됐다.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내부에서 돈을 유용하고 목적 사업에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비영리조직은 기부금을 받는다. 돈을 잘 써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고 소통하는 건 당연하다. ‘믿고 맡겨라’는 방식으로는 더는 안 된다. 자정 작용으로 바뀔 수 없다면 외부 충격요법도 필요하다.

◇엉성한 공시로 평가 유보된 단체 많아

한국가이드스타에서 평가한 공익법인 수는 총 889.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한 8585(사업연도 2015) 공익법인 중 기부금이 3000만원 미만이거나(3397), 2014년도 이후 설립돼 만 2년이 되지 않은 법인(136)은 평가에서 제외했다. 해당 법률과 규칙, 특징이 일반 자선사업을 하는 공익법인과는 다른 의료법인(966), 학교법인(1532)도 평가에서 제외됐다. 위의 법인을 제외한 평가대상법인 2554곳 중 일반관리비 0, 직원수 0, 인건비 0명 등 투명성이 결여돼 평가를 유보한 법인 1665곳을 제외한 나머지 889곳이 평가된 것.(http://guidestar.or.kr/main/main.asp)

<평가제외 공익법인>

가이드스타_평가기준_표

ㅡ우리나라는 공시 양식 자체가 아직 미비하다. 운영비나 관리비, 모금비를 분리할 수가 없고, 사업에 쓴 비용과 관리비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도입하는 게 이르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공시 양식 자체도 발전해야 하지만, 완벽한 양식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2007년 공익법인 결산공시법이 통과되면서 모금활동을 하는 모든 비영리 기관이 재정을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해졌고, 2014년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양식이 개정됐다.

한국가이드스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별점 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다. 지난 10년간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을 이야기해왔다. 그럼에도 공시 자체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부실하다 보니, 평가를 위해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형편없이 공시한 곳이 너무 많았다.

ㅡ형편없이 공시한 곳들의 예를 들어달라.

직원 수를 0명으로 공시했거나, 인건비 지출을 0원으로 잡은 곳도 각각 448곳, 609곳에 이른다. 고유목적사업비로 0원을 썼다고 공시한 기관도 57곳이나 된다. 법인에서 몇 만원만 써도 위에서 결재받지 않나.

그런데 대중의 감시를 위해 국세청에 공시하는 자료를 이렇게 엉망으로 올렸다는 건, 기부자인 국민이나 국세청도 무섭지 않다는 뜻 아닌가. 미국의 비영리평가단체 채러티 내비게이터는 고유목적사업비로 0원을 지출한 단체는 별점을 매기지 않고 이름도 공개한다.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조직에서 미션은 얼마나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명성 결여에 의한 평가 유보법인 기준>

투명성결여_표_가이드스타

오는 2월 9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별 5개(5개 만점)를 받은 단체만 공개할 것인지, 별 3개를 받은 기관까지 모두 공개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공개가 처음인 것을 감안, 별 1~2개를 받은 기관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사무총장은 “공시 수준이 형편없어 아예 평가를 할 수 없는 곳이 너무 많아 별점 3개만 되어도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ㅡ평가가 유보된 단체는 어떻게 되나.

단체를 검색하면 평가가 유보된 단체는 ‘평가 보류’로 뜨고, 그 이유도 함께 명시된다. 오는 4월 말까지 공시가 완료돼야 하는데, 이번 평가 결과 공개로 그간 공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곳이 국세청에 제대로 신고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다.

ㅡ평가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평가했나.

총 19개 항목이다. 재무안정성 및 효율성 항목이 총 11개, 책무성 및 투명성 항목이 8개다. 해외 비영리 평가기관 9곳의 평가 지표를 뒤져서 총 100가지 지표를 추려냈다.

그중 한국에 적용 가능한 것들을 추가로 뽑아냈다. 외국 평가기관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인데 국내 공익법인 결산서류에서 확인할 길이 없는 항목은 추가적으로 ‘크라운 항목’으로 묶었다. 19개 항목에서 별점 5개를 받은 단체에 한해, 크라운 항목에 해당하는 자료를 추가 제공하면 크라운(왕관) 지표를 제공해 이름 옆에 왕관 모양이 뜨도록 할 예정이다.

각각의 항목 점수가 어떻게 계산됐는지 모두 공개돼 있고 확인 가능하다. 현재는 자기 단체만 확인하도록 돼 있고, 2월 중에 공개된다.

(GSK 인덱스 ‘8번 문항 최종 적용 지표’ 참고, http://guidestar.or.kr/guide/gskindex.asp)

ㅡ889곳 중 만점(별 5개)를 받은 기관은 총 몇 곳인가.

시스템으로 산출된 별점 5개 법인은 281곳이다. 그 중에서 시스템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은 일일이 확인절차를 거쳤다. 가령 외부감사보고서를 올렸다고 나왔는데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표지만 올렸다거나, 공시양식과 첨부자료(재무제표, 외부회계감사자료 등)간 항목 및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법인은 불성실 공시로 여겨 별 5개에서 제외한다. 최종적으로 156개 법인이 별점 5개를 받았다.

ㅡ평가를 받고 싶지 않은 단체가 있다면.

기관이 원해서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표시할 예정이다. 판단은 기부자의 몫이다.

<[직격인터뷰]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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