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워싱턴DC 법정… 장애인에 팸플릿 읽어주는 목소리로 가득찬 그곳

미국 찾은 장애청년드림팀 휠체어·전동 스쿠터 타는 장애인 75명 수용하도록 통로 넓히고 구조 재설계 시각장애인 위한 보조인 팸플릿 등의 서류 대독해 청각장애인 전담 경찰서 수화 통역사들 상시 대기 웹캠으로 실시간 수화해 “올바른 의사소통 없이 장애인 체포·취조한다면 위험한 상황 발생할 수도” 지난 8월 23일, 워싱턴DC 법원 1층에 있는 법정. 성인 두세 명이 동시에 지나갈 만큼 통로가 널찍했다. 청중석 맨 앞자리엔 의자가 없었다. 미국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그랜디(H. Clifton Grandy)씨는 “한 장애인 단체에서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75명이 들어갈 수 있는 법정을 요구한 적이 있다”면서 “법원이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지하 법정 또한 완만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갖췄고, 장애인도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심원 좌석에도 이 같은 설계가 반영됐다. “자, 이 팸플릿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 드릴게요. ‘워싱턴 DC 법원에서는 신체 또는 지적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장비를 무료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랜디씨가 변호인석에 앉아 팸플릿을 읽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법정을 가득 채웠다. 박성희(20·이화여대 특수교육과)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씨는 글을 읽기 위해서는 눈앞까지 책을 끌어당겨야 하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다. 워싱턴DC는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있으면 서류를 대독하는 보조인을 붙여준다고 한다. 법정 한편의 모니터 스크린에 표시된 글씨는 변호인석과 청중석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큼지막했다. 시각장애인 NGO ‘맹인을 위한 미국 출판사'(American Printing House for the Blind)는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18포인트 이상의 글씨 크기를 권하고 있다. 점자는

성년후견제 실시 반갑지만 가정형편 어려우면 ‘그림의 떡’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도 성년후견제 실시 지적장애 3급인 홍수희(가명·23)씨는 2년 전,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휴대폰 명의만 빌려주면 요금은 알아서 내겠다”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연체된 요금이 160만원에 달했다. 강진숙 성민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휴대폰 요금 갚는 데 다 쓰고도 모자라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했다. 통신사에 문의해도 “성인이 본인 명의로 계약한 것이기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직 85만원의 빚이 남았다. 부모 없이 친척 할아버지(85)와 사는 홍씨는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에서 후견인양성교육을 수료한 자원봉사자를 ‘특정 후견인’으로 신청했다. 후견인은 진료 관련 사무, 계약 관련 사항, 통장 개설 및 관리(처분권한 없음) 등을 2년 동안 맡게 된다. 후견인 선임 비용(청구 절차 50만원, 활동비 월 10만원 정도)은 홍씨가 출석하고 있는 순복음노원교회에서 후원하기로 했다. “성년후견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씨는 “저처럼 엄마·아빠가 없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또 다른 ‘착한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7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년후견제가 실시됐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성년후견제란 장애나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후견인을 둠으로써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지원받도록 한 제도다. 발달장애인(13만8000명), 정신장애인(9만4000명), 치매노인(57만6000명) 등 총 80만8000명이 주된 이용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본인의 의사나 잔존능력(잠재력)을 배제한 반면, 성년후견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리를 인정한 제도”라고 밝혔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이를 대폭 반기고 있다. 지적장애인 3급 아들을 둔 이승세(51)씨는 “사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혼자 제대로 살 수 있을까가 최대 고민인데, 성년후견제 실시가

장애인도 마음 놓고 갈 수 있도록… 배려와 관심으로 그리는 온라인 지도

장애인 위한 ‘커뮤니티매핑’ 입구에 낮은 턱만 있어도 들어가기 어려운 휠체어 식당 등 시설의 사진 찍어 장애인이 이용했을 때 불편한 점을 지도에 기록 “한 장애인은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이 없어 길에서 3시간을 헤맸다고 합니다.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음식점이나 찜질방, 노래방 등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지난 1일, 커뮤니티매핑센터(Commutnty Mapping Center)에서 주최한 제2회 커맵데이 ‘장벽 없는 은평’ 행사가 시작된 건 이런 취지였다. 커뮤니티매핑은 구글 맵(Google Map) 등의 온라인 지도에 사회적 의미가 담긴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술이다. 5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커맵데이’를 열고 있다. 이날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 정보를 모으고 싶다”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요청으로 기획됐다. 행사에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등에 소속된 장애인 16명을 포함해 시민 총 38명이 참여했다. “자, 우선 커뮤니티매핑을 진행하기 위한 앱(App)을 내려받으세요. 여러분이 있는 곳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이 장소가 어떤 편의 시설인지, 그리고 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인지를 기록하세요. 이제 지도를 확인하시면 여러분이 지정한 장소가 저장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이사의 설명에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30분 사전 교육 후 본격적인 은평구 녹번동 탐사가 이뤄졌다. 장애인 2~3인과 비장애인 3~4인이 한 조를 이뤄 지역을 돌았다. 장애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시민들이 옆에서 보고 느끼기 위해서였다. 이날 조사 대상은 불광역을 중심으로 한 약 1㎞ 반경 이내 대로(大路)와

콘서트 가고 싶은데…인터넷 예매하다 그냥 포기하죠

장애인 위한 기업 홈페이지 웹 접근성의 수준은… 평등한 인터넷 사용 위해 ‘웹 접근성’ 의무됐지만 기업들 준비 아직 부족 음성으로 화면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오류 많고 보안 높이는 금융사이트 장애인에 맞추기 어려워 “십삼조 이천오백구십팔억 링크, 비티뉴티제이씨엘(btnewtjcl) 링크, 오만육천칠백구십만 삼백사십 엠큐와이(mqy) 링크….” 콘서트를 보기 위해 국내 최대 티켓 예매사이트에 들어간 조현영(33·시각장애 1급)씨는 혼란에 빠졌다. 컴퓨터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가 계속 엉뚱한 숫자와 영문자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에 이미지 파일 많은가 봐요?” 탭(Tab)키로 화면 커서를 움직이던 조씨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홈페이지 소스코드에 이미지 파일을 대체하는 텍스트를 넣지 않으면, 스크린 리더가 이상한 파일명을 읽어버려요. 이런 식으로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기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티켓 예매창에 들어갔지만, 첩첩산중이었다. 화면에 빈 좌석은 파란색으로, 예매 완료된 좌석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지만, 스크린 리더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예매완료된 좌석까지 구분없이 모든 좌석번호를 차례대로 읽었다. 엔터키를 눌러 ‘A석 1열 3번’ 좌석을 선택해봤다. 소리 알림이 없어서, 시각장애인은 좌석이 선택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화면에는 ‘티켓 1매’, ‘결제금액 5만원’으로 표시됐지만, 스크린 리더는 매수와 금액을 인지하지 못하고 “티켓”, “결제금액”이라고만 읽었다. 예매 사이트에는 이처럼 스크린 리더가 인지할 수 없는 정보들이 대부분이었다. 30분간 컴퓨터와 씨름하던 조씨는 결국 콘서트 예매를 포기해야만 했다. ◇갈 길 먼 기업의 웹 접근성…”우리도 네티즌이고 싶다” 지난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60년 복지 경험으로… 개도국에 ‘할 수 있다’는 희망 전한다

해외로 수출하는 한국의 복지노하우 교육 자료·연수 제공해 현지인 직원 역량 강화 종이 공예·양철·재봉 등 직업 재활 돕고 판매 연결 현지 복지개념 아직 부족… 장애인도 배울 수 있다는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야 “장애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교육과정이 아예 없었어요. 그날그날 생각나는 대로 글씨 쓰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종일 낮잠을 잘 때도 있더라고요. 장애인 특수교육과정이 생기기 전인 우리나라 1980년대 수준과 비슷했어요. “지적장애 아동 특수교육 학교인 은평대영학교 김찬수 부장은 지난 2009년 베트남 ‘한베장애인재활센터’를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베장애인재활센터는 2006년 베트남 하떠이성 지역에 지어진 장애인 종합복지관이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나눔운동’이 베트남 정부와 힘을 합쳐 만들었다. 장애인 생활시설, 교육시설, 의료센터 등 국내 장애인 시설 외형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였다. 장애인 교육·치료나 직업 재활의 전문적인 손길이 부족했다. 컨설팅을 맡은 곳이 바로 엔젤스헤이븐이었다. 엔젤스헤이븐은 1980년 은평재활원(지적장애인 재활시설)을 시작으로, 은평대영학교(지적장애 아동 특수학교), 서울재활병원(장애인 치료시설) 등 장애인 시설 운영만 3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복지법인이다. 김미라 엔젤스헤이븐 생활지도교사는 “예전에는 장애인을 같은 공간에 가둬놓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장애 유형에 맞게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활 치료 전문가, 부모, 특수지도 교사 등이 장애 아이에 대한 개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젤스헤이븐은 현지에 전문가 6명을 파견해 교육용 교재와 매뉴얼을 전수해줬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의 연수생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엔젤스헤이븐을 견학하기도 했다. 김현숙

생활비보다는 일자리 제공… 장애인 경제적 자립 돕는다

KGC인삼공사의 사회공헌 재봉틀을 돌리는 15명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20평 남짓한 공간에는 ‘홍이장군’ 마크가 새겨진 노란색 수면조끼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주문받은 조끼를 충분히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정진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시설 원장이 미소를 지었다. 1991년 설립된 번동코이노니아는 장애인 자활과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2010년부터는 KGC인삼공사의 사은품인 앞치마 1만8000개, 수면조끼 4000개를 맞춤 제작하고 있다. 번동코이노니아의 1년 매출액 3억원 중 약 2억원이 KGC인삼공사의 사은품 제작으로 이뤄진다. 김 원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행사 한 달 전에 갑자기 주문한 뒤 번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삼공사는 연간 계약을 맺었다”면서 “사은품 수량과 배송 시기를 연초에 미리 확정해 주문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제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가 번동코이노니아에 사은품 제작을 의뢰한 것은,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후원금만 전달하는 것보다는 이들에게 일할 기회와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경옥KGC인삼공사 CA부 사회 공헌팀 과장은 “직원들이 당장 생활비보다 일자리 걱정이 없어졌다는 점을 더 기뻐하시더라”면서 “원단 구입 비용이 부족하지 않도록, 후원금 일부를 연초에 선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번동코이노니아가 제작한 홍이장군 앞치마와 수면조끼는 전국에 있는 정관장 가맹점으로 전달된다. KGC인삼공사가 아이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제작한 ‘정관장 홍이장군’을 구매하면, 해당 사은품이 선착순으로 무료로 지급된다. KGC인삼공사는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의 일정 부분을 떼어 모은 ‘정관장 사내기금’으로 장애인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에는 이 기금으로 번동코이노니아에서 일하는 50대 여직원의 어깨 수술 비용을 후원하기도 했다.

전공·경험 살려… 나눔으로 새로운 인생 찾은 사람들

[나눔 실천하는 실버세대] 실버넷 뉴스- 55세 이상 노년층 주축… 실버세대 인터넷 언론사 ‘아름다운 가게’ 우명옥씨- 10년간 6000시간 봉사… 이웃 돕고자 자격증 취득 바라봄 사진관- 촬영 전 충분히 대화하고 장애인·소외 이웃 할인도 “보기 드문 색감인데요. 이 작품 디자인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노란색 코트를 곱게 차려입은 최진자(65)씨가 디자이너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질문을 던졌다. 김금순(70)씨는 디자이너 가까이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던 김씨가 “오케이” 사인을 내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몸집만 한 카메라 장비를 번쩍 안아 들고 이들은 전시회 곳곳을 렌즈에 담아갔다. 지난 10월 16일,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열린 전시, ‘인생사용법’을 취재하는 실버넷 뉴스 영상촬영팀의 모습이다. 실버넷뉴스는 만 55세 이상 노년층이 주축이 되어 2002년부터 10년 넘게 유지돼온 인터넷 언론사다. 현재 200명이 넘는 실버기자들이 실버들에게 노인복지 정책, 지역 이슈, 문화 행사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취재한 영상뉴스는 최소 2만건에서 최대 4만건까지 조회 수가 올라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기자로서 당당하게 제2의 인생 찾은 실버넷뉴스팀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하는 영상뉴스를 위해 이들은 일주일 내내 쉴 틈이 없다. 지역 신문, 지자체 자유게시판, 페이스북은 하루에도 몇번씩 체크한다. 실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눈과 귀를 열어둔다. 실버넷뉴스 4년차 기자 정정자(70)씨는 “촬영, 편집, 자막, 내레이션, 스튜디오 녹음까지 실버기자들이 직접 하고 있다”면서 “장비도 실버들이 직접 구입하고, 무료봉사지만, 기사 작성은

[정유진 기자 장애 선진국 미국을 가다 ②]<끝> ‘정부 지원’ 대신 ‘시민 사랑’으로 성장하는 NPO(비영리 민간 단체)

액세스리빙 – 장애 인식 높은 시민 덕 4년 만에 1600억 모은 장애인인권단체 클리어브룩 – 모금 전문가 고용해 이벤트로 개인기부 늘린 장애인 교육·구직 단체 “정부 지원금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NPO(비영리민간단체)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요?” ‘더나은미래’에서 1년 넘게 공익 분야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NPO 실무자를 만났다. 활동 분야도, 일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지만, 이들이 국내 NPO 환경에 대해 털어놓은 근심은 똑같았다. 개인 후원금을 늘리기 어렵다 보니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NPO가 많다는 것이었다. NPO는 시민의 편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견제·비판하는,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NPO가 정부 지원금으로 단체를 운영하게 되면, 본래의 애드보커시 역할을 해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많은 NPO 활동가가 “정부 정책을 잘못 비판했다가 내년도 지원금이 대폭 삭감될까 봐 눈치를 보게 된다”고 걱정했다. “현장에 나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만날 시간에, 정부 지원금을 증빙하는 서류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많다”며 한숨을 쉬는 이들도 많았다. 미국에서 장애인 애드보커시 활동으로 유명한 NPO를 찾아가보니, 이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시카고의 장애인 인권 단체,’액세스리빙(Access Living)’은 모금액의 55%를 개인·기업 등에서 충당하고, 45%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신기한 것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30년 넘게 정부와 싸워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달장애인이 취업을 위해 ‘아이큐 테스트’에서 일정 점수를 넘어야 한다는 법 조항을 폐기한 것도 이 단체의 활동 덕분이었다.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데 주(州) 예산이 많이 들다 보니, ‘아이큐 테스트’라는 불평등한 장벽을 둔 것에 대해 끊임없이

[Cover Story]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⑩… 한국 특수교육 일군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3代

‘장애인을 내 가족처럼…’ 3대째 실천하는 가족 맹아학교 기숙사에서 3대 모두 장애인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 조부는 대학과 특수학교, 아버지는 특수교육학과, 이총장은 K-PACE 설립 학생들 하고픈 일 있다면 잘 하도록 돕는 게 목표 철저한 신원조회로 자식처럼 장애인 보살필 특수교사 채용 미국 한국도 이런 변화 필요 사회복지시설이 전무하던 시절, 시각장애·청각장애·지체부자유·정신지체·정서장애 등 5개 특수학교를 한곳에 세운 사람이 있다. 국내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이 시작된 1988년보다 무려 32년 전에, 특수교육 지도자 양성을 시작한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도 있고, 국내 최초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 기관을 설립한 사람도 있다. 이름 석 자 뒤에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들. 한국의 특수교육을 이끈 네 사람, 아니 한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써 내려간 한 가문의 이야기다. “대학 캠퍼스 안에 이렇게 주차장이 많으면 장애인이 보행하기 힘들어요. 미국 대학들은 캠퍼스 안에 주차 공간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무단 주차를 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고,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어요. 아직 우리에겐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5일 만난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의 머릿속엔 온통 장애인 생각뿐이었다. 특수교육 역사관, 장애인 지원센터 등 대구대 곳곳을 소개하는 와중에도 그는 “장애인 전용 캠퍼스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든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사이버 강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등 장애인 복지와 교육 방향을 제시하느라 바빴다. ◇장애인과 함께 자란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5개 특수학교가

“장애인만을 위한 보조기구? 그 편견부터 깨라”

제리 와이즈만 보조공학협회장 인터뷰 고령화 시대 접어들면서 보조공학 필요성 높아져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디자인이 대세 될 것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 그 장벽을 무너뜨릴 때 보조공학의 미래는 밝아 “안경은 시력 보조기구지만, 보조기구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패션의 일부로 여긴다. 좋은 브랜드가 붙으면 고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휠체어나 보청기에도 적용되지 말란 법이 없다. ‘페라리’가 휠체어를 만든다고 상상해보라. 모두가 탐내고, 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제리 와이즈만(Jerry Weisman) 북미 재활·보조공학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버몬트 기술대학에서 재활공학기술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등 평생을 재활 엔지니어의 분야에 바친 대가다. 지난 8월 30일, ‘2012 국제 보조공학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위해 일산 킨텍스를 찾은 그를 만나, 선진국의 보조공학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들어봤다. -앞으로 보조공학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의료기술이 발전했다. 과거에는 생명을 위협했던 질병을 극복하는 대신, 장애나 기능적인 제약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고령화로 청력이나 시력에 문제가 생긴 이들이 보조공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20세기 초 47세였던 평균수명은 오늘날 75세가 됐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장애를 입는 군인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아닌, 모두에게 유용한 ‘보편적인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방문의 원형 손잡이를, 누르는 ‘레버형’으로 바꾼다고 해보자. 비장애인들도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휠체어를 위해 만든 경사로 덕분에 일반인도 캐리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은 보조기구와 관련된

툭 하면 고장 나고 형식적인 지원… 장애인은 두 번 운다

보조기구 지원 현실 그들의 한숨_수리한 지 3일 만에 말썽 그마저도 부품 단종돼 못 고치고 방치 ‘애물단지’ 개별 장애 특성 무시하는 정부 일방적인 지원까지 한편_삼성, 아이캔 보급 사업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저렴한 재료로 개발 연구 “남의 걸 빌려 타고 왔다.” 김영호(63·경기 의왕시)씨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동 스쿠터를 지원받았는데, 툭하면 고장이 났어요. 5년 사이에 수리비만 200만원 넘게 들었죠. 그 와중에 제조 회사는 부도가 나버렸고, 부품이 단종돼서 이젠 수리를 받지도 못해요.” 건강하던 김씨가 쓰러진 것은 2003년 7월. 뇌병변으로 왼쪽 마비 판정을 받고 2급 지체 장애인이 됐다. 2007년 무렵 김씨는 “정부가 80%를 부담해준다”는 보조기구 판매원의 말을 듣고 K상사의 전동 스쿠터를 167만원에 구입했다. 기구 값의 20%는 본인 부담이었다. 정부에서 정한 이용 기한은 6년. 하지만 이 전동 스쿠터는 ‘애물단지’가 됐다. 중국제 기구는 툭하면 말썽을 일으켰다. 1년간의 무상 서비스 기간이 끝나자, 수리비가 쌓여갔다. 수리를 마친 부분이 3일 만에 다시 탈이 난 적도 있었다. 김씨는 당시 “너무 억울해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전동 스쿠터는 집 한편에 방치됐다. 제조 회사가 부도나서 이젠 수리조차 불가능하다. 김씨는 내년 4월이 되어야 새 기구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때까지는 얻어 타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보조기구 역할은 늘었지만…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보조하는 기구를 ‘보조기구’라고 한다. 6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사용하는

장애인 특성 맞는 업무 분담으로 사회 자립성 키워

‘SPC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 “이렇게 포장지를 먼저 벌리고, 6개씩 넣는 거예요.” 김정희(30) 직업훈련교사의 시범에, 포장 구역에 위치한 아이들 4명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냉동보관 상태의 쑥쿠키를 포장 용기에 익숙히 담아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순한 동작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도 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백성현(가명·17)군이 멈칫하자, 김정희 교사가 손 모양을 다시 가르쳐주며 독려한다. 김정희 교사는 “성현이는 숫자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옆에서 체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입구 쪽에서는 레몬쿠키 만들기가 한창이다. 오민환(44) 제과제빵사가 반죽된 쿠키를 넘겨주면 3명의 교육생이 각각 판에 배열하고,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포크로 간단한 무늬를 새긴 후 오븐으로 전달한다. ‘철저한 분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오븐을 맡고 있는 이지원(가명·17)군이 “얘들아~!” 하고 외친다. 쿠키가 거의 다 구워졌다는 신호다. 김정희 교사는 “자폐 아이들 같은 경우, 의미 없는 말들을 던지거나, 혼잣말을 많이 하는데, 지원이도 그렇다”고 했다. 5월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에서는 레몬쿠키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10명의 장애인 교육생은 제과제빵사와 직업재활교사 등 전문 인력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과 수준별 눈높이 교육을 함께 받는다. 김혜정 애덕의 집 보호작업장 원장은 “교육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인지 수준이 낮아 제빵의 전체 공정을 다 소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장애특성에 맞는 적절한 업무를 주고 있다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9일 오픈한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은 지적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건강한 빵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소울베이커리’와 올해 초 재단을 설립하는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