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마음 놓고 갈 수 있도록… 배려와 관심으로 그리는 온라인 지도

장애인 위한 ‘커뮤니티매핑’
입구에 낮은 턱만 있어도 들어가기 어려운 휠체어
식당 등 시설의 사진 찍어 장애인이 이용했을 때 불편한 점을 지도에 기록

커뮤니티매핑 행사를 통해 장애인 접근 가능 여부가 표시된 불광역 주변 식당 및 편의시설 지도.
커뮤니티매핑 행사를 통해 장애인 접근 가능 여부가 표시된 불광역 주변 식당 및 편의시설 지도.

“한 장애인은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이 없어 길에서 3시간을 헤맸다고 합니다.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음식점이나 찜질방, 노래방 등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지난 1일, 커뮤니티매핑센터(Commutnty Mapping Center)에서 주최한 제2회 커맵데이 ‘장벽 없는 은평’ 행사가 시작된 건 이런 취지였다. 커뮤니티매핑은 구글 맵(Google Map) 등의 온라인 지도에 사회적 의미가 담긴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술이다. 5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커맵데이’를 열고 있다. 이날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 정보를 모으고 싶다”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요청으로 기획됐다. 행사에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등에 소속된 장애인 16명을 포함해 시민 총 38명이 참여했다.

“자, 우선 커뮤니티매핑을 진행하기 위한 앱(App)을 내려받으세요. 여러분이 있는 곳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이 장소가 어떤 편의 시설인지, 그리고 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인지를 기록하세요. 이제 지도를 확인하시면 여러분이 지정한 장소가 저장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동수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권익옹호팀 팀장이 시민과 함께 불광역(3ㆍ6호선) 주변 분식점 정보를 온라인 지도에 입력하고 있다.
김동수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권익옹호팀 팀장이 시민과 함께 불광역(3ㆍ6호선) 주변 분식점 정보를 온라인 지도에 입력하고 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이사의 설명에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30분 사전 교육 후 본격적인 은평구 녹번동 탐사가 이뤄졌다. 장애인 2~3인과 비장애인 3~4인이 한 조를 이뤄 지역을 돌았다. 장애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시민들이 옆에서 보고 느끼기 위해서였다. 이날 조사 대상은 불광역을 중심으로 한 약 1㎞ 반경 이내 대로(大路)와 재래시장에 있는 식당과 편의 시설이었다. 김동수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권익옹호팀장은 “입구에 3~5㎝ 정도 턱만 있어도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가게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성남 은평구 장애인이동기기수리센터 실장은 “턱을 깎거나 벽돌 하나만 놔도 진입이 가능한데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시간에 걸쳐 총 110개 식당 및 편의점·기타 시설의 위치 정보가 온라인 지도에 기록됐다. 분석 결과 34개(약 30.9%) 시설만이 경사판을 설치하거나 우회 진입로를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34개 시설 중에서도 일부는 장애인이 입장해도 이용하기 어려운 ‘반쪽 시설’인 점도 드러났다. 1층에 화장실이 없거나,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에 앉아야 하는 식당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최승현(37)씨는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커뮤니티매핑을 진행하면서 관련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용기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커뮤니티매핑은 장벽 없는 은평을 만들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했다. 이번에 제작된 온라인 지도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서정주 커뮤니티매핑센터 공동대표는 “커뮤니티매핑은 시민들이 주제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라인 지도를 가득 채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장벽 없는 은평’ 온라인 지도는 http://www.mapplerk.com/cmday2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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