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over Story] 우리는 지금 ‘좋은 일자리’ 실험 중입니다

[Cover Story] 좋은 ‘일’이 생긴다 일자리 개선 위한 고민·실천, 사회 곳곳으로 확산아이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진저티프로젝트社야근 잦았던 MYSC, 6주간 주 30시간 근무 파격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진저티프로젝트 사무실. 회의실에 모여 앉은 엄마들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각자 업무에 한창이다. 재잘재잘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엄마들의 손가락이 맹렬하게 기획안을 써내려간다. 같은 시각, 회의실 밖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책상 사이를 줄지어 걸으며 ‘미로 놀이’를 하고 있다. 세 살 이주환·김진, 일곱 살 최예준, 여덟 살 민지홍, 아홉 살 김윤. 다섯 아이는 종종 ‘엄마들의 일터’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함께 보드게임을 한다. 지홍이가 의젓하게 한마디 한다. “엄마랑 이모들이 일할 땐 귀찮게 안 해요. 여기서 해도 되는 게 뭔지, 하면 안 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어요. 아, 진이랑 주환이는 빼고요. 아직 아기들이잖아요(웃음).” ◇ “아이 맡길 곳 없어 막막한 날, 함께 출근하세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실험들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저티프로젝트라는 회사가 진행 중인 ‘직장에 아이 데려와 함께 일하기’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진저티프로젝트는 건전한 조직 문화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작은 회사다. 구성원 아홉 명이 모두 여성이며, 그중 넷은 아이가 있다. 여성들로만 이뤄진 조직이라 설립 초기부터 ‘일과 육아의 양립’에 대한 고민이 컸다. 엄마들의 직장에 아이들을 데려오게 된 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윤이·진이 형제의 엄마인 홍주은(38) 공동대표는

회색 건물 벗어나 녹색 교실로… 자연 소중함 배우고 학업 스트레스 날리다

숲 체험 여고생 그림캠프 30주년 콘크리트 건물 대신 숲을 교실 삼아 수업하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학생들은 나무와 꽃을 관찰하며 환경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유한킴벌리가 지난 1988년부터 운영해온 ‘숲 체험 여름학교 여고생 그린캠프(이하 그린캠프)’ 이야기다. 유한킴벌리의 그린캠프가 지난 7월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매년 여름방학 전국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4일간 강원도 횡성에 있는 국립청태산자연휴양림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여고생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캠프에 참가했다. 그린캠프는 ‘환경’에 ‘미래세대’ 키워드를 접목한 유한킴벌리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그린캠프 운영비는 유한킴벌리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공익기금에서 전액 지원한다. 30년간 4485명의 여고생이 장수대숲속수련장(한계령), 어성전숲속수련장(양양), 산음자연휴양림(양평), 상당산성자연휴양림(청주), 청태산자연휴양림(횡성) 등에서 열린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에서는 여고생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살펴보고 갈등을 해소하는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찬순 유한킴벌리 사회공헌 팀장은 “그린캠프가 처음 시작할 때인 30년 전에는 자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이 부족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 또한 활발하지 않았다”면서 “미래 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여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린캠프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그린캠프의 주요 활동 사진. 올해 그린캠프에서는 참가자들의 숲 체험 교육 전후의 스트레스 지수 변화를 측정, 숲의 힐링 기능에 대해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숲속 생활 이전과 이후의 스트레스 정도를 확인하고, 숲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이 있는지 참가자 스스로 확인했다. 그린캠프

경쟁력 있는 여성 리더가 되고 싶다면?

주목 받는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여성의 경력 발전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파워 우먼 커리어(POWER WOMAN CAREER) 2018’가 서초 흰물결아트센터에서 오는 28일 개최되는 것.  패스트캠퍼스가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여성 스스로 커리어에 대한 로드맵과 전환을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할지에 대한 해답을 함께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파워 우먼 커리어 2018’ 올데이 세션에는 ▲플래너리(Plannery) 이나리 CEO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송지혜 파트너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CEO ▲소프트뱅크벤처스 진윤정 수석 ▲옐로우독 제현주 CEO 등, 다섯명의 파워우먼이 연사로 나선다.  언론, 광고홍보, 투자, 컨설팅 및 창업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연사들의 실무적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남녀노소 청중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커리어 전환에 대한 조언이 전달될 예정이다. 각 연사들이 진행하는 세션 뒤에는 청중들이 궁금한 점을 연사에게 직접 질문하고, 멘토링을 들을 수 있는 양방향적 패널토크가 진행된다.이번 ‘파워 우먼 커리어 2018’은 28일 오전 9 시부터 오후 4시 30까지 올데이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며, 참가자 전원에게 점심 식사 및 커피가 제공될 예정이다. 참석 등록과 연사 및 강연 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파워 우먼 커리어2018’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이메일 및 전화(02-501-9396)로도 문의 가능하다. 

직급 오를수록 사라지는 여성들… 전체 67%→이사진 27%로 ‘뚝’

숫자로 보는 여성 현주소, 비영리단체 상위 17곳 분석해보니…   “수년간 비영리 여성 종사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나 규모가 큰 조직을 이끄는 건 대부분 남성이다. 전체 직원 대비 여성 비율만 늘어나는 것도, 여성 리더십 비율이 낮은 것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다.” 나오미 레빈 전 뉴욕대 헤이만 필란스로피·펀드레이징 센터장(Heyman Center for Philanthropy Fundraising)의 말이다. 2000년부터 헤이만 센터를 15년간 이끌었던 그는 2014년 미 비영리 전문지 ‘크로니클(Chronicle)’과 함께 ‘NPO의 유리장벽’을 짚는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644명 중 71%가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CEO가 남성이라고 응답했고, 69%는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낮다고 했다. 또한 고위 관리직에 여성보다 남성을 우대한다’는 답변도 44%에 달했다. 임금 격차도 드러났다. 미국 가이드스타가 매년 발행하는 ‘비영리 영역의 성별 임금 격차’ 보고서(2016년 기준)에 따르면 같은 직급인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77%까지 적은 임금을 받았다. 한국 비영리단체의 현주소는 어떨까. 국내에선 비영리 영역의 젠더 및 다양성 연구가 전무한 상황. 이에 더나은미래는 기부금 규모 상위 20곳(의료·학교 법인 제외)의 직급별 남녀 성비를 분석했다(직원 수가 10명 미만인 단체는 제외). 기아대책, 홀트아동복지회, 승가원을 제외한 17개 단체가 설문에 응답했다(2016년 국세청 공시 기준). 이들의 총 기부금 규모는 약 1조4550억원에 달한다. ◇직원 67% 여성… 이사진은 27%에 그쳐 설문에 응답한 비영리기관 17곳(산하시설 포함)의 임직원 수는 총 9738명. 그중 여성은 6528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67%를 차지했지만, 직급이 오를수록 그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중간관리자(팀장급)

사회적경제 분야의 여성 근로자 현황은?

대졸·기혼·40대·月 200만원 이하·정규직이 대다수 차지   지난해 말 ‘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여성 특화위탁운영기관을 신규 지정하고 창업 입문 과정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경제 분야의 여성 일자리 기회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내 여성 일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여성 근로자 인적자원 개발 현황 및 개선 방안(김복태·홍지현·김대진, 2017)’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조직 속 여성 근로자의 평균상은 ‘대학을 졸업한 기혼 여성’으로 그려진다. 이는 5인 이상 규모의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조직 형태와 권역별로 선정, 총 652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 및 경력 개발 현황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다. 실제 10명 중 6명이 배우자가 있었고, 이 중 93.7%가 ‘맞벌이를 한다’고 답했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절반 가까이 됐으며(46.3%), 월평균 가구 소득을 보니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23.9%로 나타났다. 직장 규모는 5~9명(48.3%)이 가장 많았고, 10~29명 규모가 31.6%, 30명 이상이 20.1%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는 40대가 34.8%로 가장 많았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성상 고용 불안이 적은 대신 임금 수준은 높지 않았다. 여성 10명 중 6명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 못했다. 월평균 급여(세후)를 보면, 35%가 월 100만~149만원을, 32.7%가 월 150만~199만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100만원 미만은 전체의 5.5%였고, 300만원 이상인 사람은 3.1%(20명)에 불과했다. 반면 정규직 비율은 조직 형태와 연령, 업종을 망라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정규직 비율이 89.7%로 가장 높았고, 50세 이상 여성은 90%가 정규직으로 고용됐다. 많은 여성이 제2의 직장으로

女 사회적기업 창업 ‘교육·돌봄’에 몰려… 경쟁 치열한 레드오션 넘는 해법은?

사회적경제서 여성 리더로 살아남기 10명 중 6명. 2016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은 63%(전체 3만9195명 중 2만4761명)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51.3%)을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사회적기업 ‘대표’의 성비를 살펴보면, 결과는 뒤집어진다. 사회적기업의 여성 CEO 비율은 35%(전체 1653명 중 571명)로, 20대는 2명, 30대는 41명으로 같은 연령 남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간관리자 이상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13년 넘게 여성 사회적기업가들을 육성 및 지원해온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이하 여성미래)’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조직 내에서도 저임금,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는 여성의 몫”이라며 “사회적경제가 ‘여성 친화적’ 일자리라고 하지만 여성 종사자가 아무리 많아도 조직의 대표는 대부분 남성”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돌봄 서비스는 여성의 일… 여성 리더 가로막는 진입 장벽 뮤지컬 작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정가람 대표는 2017년 예술인 출신 경력 단절 여성들과 함께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를 설립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로 교감한다’는 목표로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정 대표는 “조합원 모두 예술 창작자 출신이라 회계나 재무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개념이 생소했다”며 “2013년부터 지역 사회적경제센터의 스터디 모임부터 사회적경제 협동아카데미 과정 등을 거쳐 가며 창업 준비에만 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아이야를 비롯해 100곳 이상의 여성 사회적경제 조직을 인큐베이팅해온 구은경 상임이사는 “교육을 받고 오히려 창업을 포기하거나 한참 후에 재도전하는 등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창업 실패에 대한 낙인효과도 있어서 리더 경험이 적은 여성들에겐 심리적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자가 생리대 더 잘 만들수도”… “과학의 페미니즘화 꿈꿔요”

성별 고정관념 깬 女와 男 ‘여성과 젠더’를 말하다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 & ‘주식회사 29일’ 홍도겸 대표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두 남녀가 만났다. 한 명은 로봇과 사랑에 빠진 ‘로봇 덕후’, 다른 한 명은 ‘반값 생리대’를 만든다. 무심코 성별을 짐작했다면 예상과 다를지 모른다. 이공계 여성을 지원하는 ‘걸스로봇’의 이진주(40·여) 대표, 국내 1호 반값 생리대 ’29days’를 제작한 ‘주식회사 29일’의 홍도겸(34·남) 대표 이야기다. 더나은미래는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성별 고정관념을 깬 대표 2인의 공동 인터뷰를 기획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두 대표는 여성과 젠더 이슈에 대해 2시간 동안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걸스로봇은 ‘여성과 과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과 싸우고, 더 많은 여성이 이공계에 진출해 살아남도록 지원하는 소셜벤처다. 펠로십(장학생) 지원부터 국내외 과학 콘퍼런스 참석, 페미니즘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와 함께 이공계 여성 100명과 토크콘서트를 열었고,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단체인 AAAS(전미과학진흥협회)의 연례회의를 다녀와 스토리펀딩을 개설해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주식회사 29일은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비싼 생리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직접 만든 생리대를 국내 업체를 통해 생산한다. 지난해 2월 정식 출시한 29days 생리대는 한 팩에 2500원(16개입, 중형 기준). 합리적인 가격에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 한 해 매출이 4억원을 넘겼고,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생리대 파동’이 터진 지난 하반기에는 5차까지 예약판매를 할 정도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2015년

“엄마와 여성 아닌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올까요?”

한국의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7%. 스웨덴(35.9%)보다 10배 이상 적다. 육아 문제로 혹은 유리천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차별적 구조 개선을 위한 조항을 명시하려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9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 여성행동’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국가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거하고 선출·임명직 등 공직 진출에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일하는 여성들은 직장에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성차별적 구조를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난 10일,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이해 ‘제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이하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열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200여명의 사람들은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대해 공감과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제도와 문화의 불합리함도 따져 물었다.  ◇“아이는 엄마가, 보육교사는 여자가”… 재주 많은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독서 클럽 ‘언니의 社생활’을 운영하는 Plannery의 이나리 대표는 지금껏 여섯 번의 경력단절 위기를 겪었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제일기획 비욘드제일 본부장을 역임한 이 대표. 그는 늘 일과 가정이라는 양 갈래 길을 몇 번이나 왕복해야 했다. 두 달 간의 출산휴가를 모두 쓰기 위해 촉진제를 맞으며 아기를 낳았고, 출산 후에는 휴가를 다 쓰지도 못한 채 출근했다. 이렇게 하면 ‘여자임에도 여느 남성들과

성차별 없는 투자, 스타트업 생태계 바꿀까

6.5% 지난 2016년 국내 스타트업 중 투자를 유치한 여성 창업가의 비율이다(244곳 중 16곳). 이들 기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총 450억원. 전체 스타트업에 흘러간 투자금(1조724억원)의 4.1%에 그치는 액수다. 여성 창업가가 여성 심사역을 만날 기회도 희소했다. 2015년 기준, 여성 심사역은 전체의 7.1%에 불과했다. 해외의 투자 환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내 벤처 투자금 중 3%만이 여성 CEO가 있는 기업에 지원됐고, 여성 심사역은 전체의 6% 수준이었다.  투자 환경에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개념이 ‘젠더 관점의 투자(Gender Lens investing)’다. 젠더 관점의 투자란 ‘젠더 평등(성 평등)’을 전제로 한 투자를 지칭한다. 심사부터 실제 집행에 이르는 투자 과정에 성차별적 관점이나 발언 등이 개입하는 것을 막고, 여성 창업 기업의 불리한 상황을 고려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젠더(gender)란 생물학적 성별과 구별되는 ‘사회적인 성’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남녀의 역할이나 태도, 이미지, 기대 등을 일컫는다.  국내외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젠더 관점의 투자 움직임이 시작됐다. 해외에서는 루트 캐피털(Root Capital), 빌리지 캐피털(Village Capital) 등의 투자사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기업에 투자 및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빌리지 캐피털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상호평가(Peer Selection)제도로 심사를 전환, 투자를 받는 여성 창업가의 비중을 40%까지 높였다. 지원자 중 여성 창업가 비율은 전체의 15% 수준이었지만, 투자 비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90% 수준의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대표 한상엽, 이하 sopoong)가 나섰다. sopoong는 올해 상반기 정기투자부터 젠더 관점의 투자를 전면에 적용, 서류 심사부터 심의 위원회까지 투자 선발 과정 전반을 다시 설계했다.

[기부 그 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희망의 씨앗을

얼마 전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몰고 온 영화가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감독 로야 사다트씨가 만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예요. 이야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형사과장으로 일하는 여성, 소라야에서 시작됩니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소라야의 사회생활을 반대하기 일쑤였어요. 설상가상 소라야에 의해 명예살인을 저지당한 마을 원로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에 의해 함정에 빠진 소라야는 사고로 남편을 죽이게 되고,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나, 결국 남성들에 의해 좌절된 고된 현실. 소라야는 자신의 이야기를 긴 편지에 담아 대통령에게 보내게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남성우월적 관습으로 인해 파멸돼 가는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남자 형제, 배우자 없이 여자 혼자서는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나라’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수많은 ‘제2의 소라야’가 존재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이 여성들은 엄격한 종교적 규율에 따라 사회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왔지만, 아프가니스탄 여성에겐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은 집을 지키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 외엔 허락되는 활동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40년간 이어진 전쟁과 내전으로 남편을 대신해 홀로 가정을 책임지는 ‘여성 가장’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 어렵다 보니, 제대로 먹지 못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5세 미만의 어린이 10명중 1명꼴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산모들 중에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콩 씨앗에서 시작된 작은 희망…여성 인권에 거름되기를 그런데 여기 가난과 차별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어준 이들이 있습니다. 아프간 여성들과 아이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돕는 국제 구호 단체, 사단법인 ‘한–아프간친선협회’입니다.  지난 14년, 한–아프간친선협회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다시 페미니즘을 말하는 이유”

국내 최초 페미니즘 잡지 ‘이프(if)’ 유숙열 대표&조박선영 편집장 인터뷰 창간 20주년 기념 단행본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 발간   1997년 여름, 결사항전의 태세로 등장한 잡지가 있다. 그 이름은 ‘이프(if)’.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센 언니가 되는 국내 최초 페미니즘 잡지였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면 위로 등장한 페미니즘 운동은 노골적인 공격에 몰려 고립되고, 페미니스트를 향한 혐오는 외환위기와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 등을 거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2006년 이프는 폐간됐고, 페미니즘 또한 숨을 죽였다.  그리고 2016년 5월. ‘여성혐오’의 광풍과 함께 페미니즘이 다시 불타올랐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범죄에 대한 울분은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을 탄생시켰다. 페미니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등장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연대 방식을 제시하며 오히려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센 언니’부터 귀갓길이 무서운 보통의 여성,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남성들까지, 많은 이들이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했다.  이에 이프도 다시 나섰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들의 고민, 이념을 담은 ‘고백서’를 발간한 것.  ‘왜 지금 페미니즘인가?’ 이프 창간사 제목이다. 지난달 14일 이프 편집국에서 만난 유숙열(64) 이프 대표와 조박선영(41) 편집장에게 20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을 던졌다.   ◇페미니즘과 함께한 20년   이프는 남성 지식인들의 폭력적 성차별에 대항해 탄생했다. 1997년 이문열 작가가 ‘선택’이라는 책을 통해 주인공 ‘장씨 부인’의 입을 빌려 공지영, 이경자 등 여성 작가들의 이혼 경력을 비난하면서 현대 여성들을

“문제는 마네킹이야!”

지난 26일 명동서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퍼포먼스 열려 여성환경연대, 민우회 등 7개 여성단체 참여 퍼포먼스 기획자 경진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지난 26일 서울 명동역 6번 출구 앞. 독특한 마네킹들이 시선을 끌었다. 일반 마네킹보다 키도 작고 배도 나왔으며 팔다리도 짧다. ‘보통 몸’에 더 가까운 듯 한 마네킹이다.  이날 여성환경연대 및 7개 단체는 여성의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문제는 마네킹이야’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다양한 여성의 실체 체형을 본떠 만든 ‘커스텀 마네킹’과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일반 마네킹’을 비교하는 자리였다. 국가기술표준원의 7차 인체지수조사(2015년)에 따르면, 한국의 20~24세 여성 평균 키는 161㎝, 허리둘레는 71㎝다. 반면 마네킹의 사이즈는 이와 동떨어진 키 178㎝에 허리 61㎝의 사이즈로 제작됐다고 여성단체들은 주장했다. 여성환경연대는 “‘마네킹 같은 몸매’를 칭송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상과 노동환경에서의 몸매 압박, 외모 품평, 자기 몸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를 만든다”며 “이는 여성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여성에게 길고 마른 몸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ㆍ노동권ㆍ건강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26일, 퍼포먼스가 끝난 후 명동의 한 카페에서 퍼포먼스 기획자인 경진주(34)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부터 여성의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캠페인 ‘외모? 왜머!’를 진행해왔다.     ◇31개 여성 의류 브랜드 중 23곳이 사이즈 3개만 구비   “마네킹 퍼포먼스 또한 ‘외모? 왜머!’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한 후원자의 제안으로 시작됐어요. 어느 날 마네킹이 입은 옷이 예뻐서 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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